가정의 달을 맞이해서,는 개뿔이고, 가정의 달 좀 이제 없앴으면 좋겠다. 중간에 껴서 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에 결혼식에 작작 좀 하자! 대한민국아.라고 외치고 깊은 밤. 오늘 같은 날과 잘 어울리는 영화가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홀로된 아버지를 두고 결혼 생각이 없는 노처녀(27살이라 노처녀라고 하기에는 이상하지만 그 당시에는) 노리코가 아버지가 재혼을 한다는 말에 흥! 하는 뭐 그런 이야기다. 이 영화가 1950년이 되기 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이혼 한 번 한 것은 원스트라이크로 별거 아닌 걸로 나온다. 결혼에 대한 회의와 재혼에 대한 의식이 당시 일본 사회와 부딪힌다.

노리코는 주위에서 결혼을 시키려는 것을 싫어한다. 아버지를 홀로 두고 결혼해 버리는 게 너무 싫다. 이런 출발은 이후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 왕왕 나타난다. 그래서 노리코의 아버지와 고모는 아버지가 재혼하려는 것처럼 노리코를 은근슬쩍 속이려 든다. 아버지가 재혼한다는 사실도 싫은 노리코. 

두 가지의 마음이 부딪히는 노리코다. 아버지를 홀로 두는 것도 싫지만 아버지가 재혼을 하는 것도 싫은 노리코. 이때 노리코를 연기한 하라 세츠코의 표정이 극단적으로 바뀐다. 영화 시작부터 아름다운 웃음을 마음껏 보여주는 노리코지만 아버지의 재혼 앞에서는 아버지를 빼앗긴다는 생각 때문에 표정이 굳어 버리는데 무섭기까지 변한다. 

하라 세츠코는 동경 이야기(후에 동경 가족으로 리메이크)에 나올 때 보다 훨씬 예쁘다. 하라 세츠코는 20년 출생으로 2015년에 죽었다. 일본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데 40살 즈음에 더 이상 늙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며 오즈 감독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이후 영화에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성녀로 늙어 죽었다. 46년에 시세이도 화장품 광고 포스터에 등장했다. 이 포스터는 일본 영화 속에 소품으로 왕왕 등장하기도 한다. 

흑백 영화의 히로인 그레타 가르보, 일본의 그레타 가르보로 불린 하라 세츠코는 만춘에서 당시 기성세대에 반하는 젊은 사람을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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