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옛날 핫도그를 먹었다. 음식이라는 게, 먹으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음식들이 있다. 핫도그도 꼭 그렇다. 요즘의 핫도그는 간식이라기보다 식사대용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를 먹고 나면 어쩐지 식사를 해버렸다는 느낌에 핫도그를 자주 사 먹게 되지 않는다. 핫도그를 너무 좋아해서 없으면 나 죽어!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상하지만 핫도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자주 먹지는 않는다. 요즘에 나오는 핫도그는 모양이나 맛도 다양해져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정말 이만한 크기에 감자튀김이 박힌 핫도그는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핫도그 전문점에서 핫도그를 고를라치면 선택 장애가 온다. 세상은 편리해지고 다양해진 대신 선택 장애 역시 늘어난다. 서브웨이처럼 너무 다양한 핫도그가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핫도그는 오래전 기본적인 핫도그가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삼겹살도 그렇다. 삼겹살이 세상에 도래하고 난 후 삼겹살 시장은 아주 커졌다. 그러다 보니 삼겹살 집들은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와인 삼겹살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된장 삼겹살, 카레 삼겹살, 금을 입힌 삼겹살 등 여러 가지 삼겹살이 나타났었다. 사람들은 맛과 재미를 느끼며 삼겹살을 불판 위에서 구워 먹었다. 그게 한 2000년도에 유행을 탔다. 그러다가 유행이 시들해지더니 싹 다 없어지고 지금은 대부분 기본의 맛, 삼겹살 본연의 맛을 찾아서 먹고 있다. 나처럼 쌈도 안 싸 먹는 인간에게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간 삼겹살 구이가 그냥 삼겹살보다 맛이 더 있을 리 없다.
짜장면도 종류가 많다. 유니 짜장, 사천짜장, 간짜장, 백짜장 등 여러 짜장면이 있지만 가장 많이 먹는 짜장면은 그냥 기본적인 짜장면이다. 기본이 가장 맛있고 기본이 맛있는 집은 늘 손님이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기본을 찾게 된다. 그건 어떤 음식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짜장면을 안 먹은 지도, 코로나 전에 먹어보고는 아직이다. 일 년, 일 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소 이에바, 핫도그도 그렇게 해서 다시 회귀를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핫도그는 들고 먹는 맛도 맛이지만 핫도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어릴 때에는 눈이 빠지도록 바라봤다. 나무젓가락에 분홍 소시지가 끼워지고 밀가루 반죽에 몇 번 돌려서 옷을 입힌 다음 튀김가루를 묻혀 젓가락을 꼽을 수 있게 제작된 기름통에 하나씩 넣어서 튀긴다. 들어가는 순간 촤르르 하며 경쾌한 소리를 내며 핫도그가 익어간다. 다 익으면 주인이 꺼내서 설탕과 케쳡을 발라준다. 핫도그에 뿌린 설탕은 왜 더 맛있을까. 뜨거울 때 바로 먹는 그 맛. 특히 겨울에 포장마차에 서서 뜨거운 핫도그를 먹으며 어묵 국물을 홀짝이는 맛은 행복이었다.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핫도그를 먹으면 먹는 방법도 천차만별이었다. 게 중에는 꼭 소시지는 마지막까지 사수한 다음 한 번에 먹는 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먹어봐야 맛있을 리도 없을 텐데 꼭 그렇게 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먹는 방법은 전염이 된다. 너도 나도 소시지 이외의 부분을 먼저 먹고 마지막에 한 번에 소시지를 먹었다.
핫도그는 편의점에서도 팔고 편의점 핫도그 역시 맛있지만 튀김기에서 바로 꺼낸 핫도그만 못하다. 일전에 옛날 핫도그를 먹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편의점에서 튀김기를 갖다 놓고 핫도그를 팔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전자레인지에서 전기로 데운 것보다 훨씬 맛있는 핫도그를 먹을 수 있을 텐데. 새벽에도 말이다. 튀김옷이 붙은 핫도그는 하나씩 포장이 되어 있고 핫도그가 하나씩만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된 튀김기 위에 핫도그를 넣으면 기름이 튀지 않게 뚜껑이 닫히고 5분 정도 있다가 꺼내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핫도그가 튀겨져 나오는 것이다. 맛도 기존의 핫도그와 똑같다. 아니 그보다 더 맛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새벽에 작업을 하다가 아 출출하군, 하며 집을 나와 근처의 편의점에 쓱 들어가 핫도그를 그 자리에서 튀겨서 냠냠 먹기 때문이다. 새벽의 흐릿한 하늘을 보며 핫도그를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