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하다가 한 부부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지요. 부부가 폰을 들여다보며 정답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어요. 우리는 거울을 통해 앞모습은 자주 보지만 자신의 뒷모습은 거의 보지 않잖아요. 그런데 부부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사랑’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오전에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초등학교 1학년 여동생과 3학년 오빠가 등교를 하는데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어요. 장난을 치느라 제대로 걷지도 않고 티격태격하는 거예요. 그런데 손을 놓지 않고 있었어요. 아마 엄마가 오빠에게 동생 손을 꼭 잡고 학교에 가야 한다,라고 한 것 같았어요. 그 뒷모습이 짠 하면서 아름답게 보이더라는 겁니다.
사진가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유진 스미스의 가장 유명한 사진 중에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사진이 있어요. 유진 스미스는 정신질환으로 힘들어했지요. 보도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는데 오키나와에서는 취재 중에 일본군의 탄환이 머리에 박혀 죽을 뻔하기도 했어요. 그는 완벽한 사진을 출력하기 위해 히스테리가 갈수록 심해집니다. 그럴수록 사진은 엄청난 사실을 말하게 되었어요. 그랬던 그에게 아이들이 둘 있었는데 어느 날 자신의 아이들이 손을 잡고 저 빛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셔터를 눌러요.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이 탄생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과 아름다움이 뭔가 벅찬 희망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이후 이 사진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줬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영화 ‘환상의 빛’에서도 주인공 유미코의 아이들이 동굴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유진 스미스의 천국으로 가는 길을 오마주 했어요. 그 장면은 실로 너무나 아름다워서 몇 번이나 돌려서 보게 되었어요.
그 장면은 유미코의 일상을 말하며, 이쿠오의 부재가 존재를 증명하는 시간을 매일 가지는 유미코는 알 수 없는 결락을 치유하는 것이 이 보잘것없는 일상이라는 걸, 아이들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피가 낭자했던 이정재와 황정민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도 잘 나와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인데 빛을 아주 잘 다룬 영화였어요. 초반 황정민의 노을이 지는 장면도 너무 아름답게 표현이 되었지요. 그 장면은 그래픽 없이 노을이 질 때 촬영을 하니 만약 그날 원하는 프레임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다음 날로 넘어가야 하는 장면이에요. 그리고 멋진 장면들이,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장면들이 빛의 아름다움으로 잘 표현이 되었어요.
이 영화에서도 저 빛을 향해, 비록 어둠보다 작은 빛이지만 그곳으로 걸어가는 유민이의 뒷모습을 보며 희망을 품게 되는 거 같아요.
이는 일탈이 줄 수 없는 일상의 편안함과 재미는 없을지라도 그 안에 미미하나마 깔려 있는 사랑을 말하는 거 같아요. 미미하지만 흔들면 위로 떠올라 존재를 알려주는, 그래서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뒷모습을 보면 애틋하며 아름답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