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영화 휴일

이만희 감독의 영화로 휴일, 일요일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당시의 내몰리는 청춘들의 보이지 않는 휴일의 끝없는 결락과 우울 그리고 불안을 소설처럼 그리고 있다.

그래서 68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프랑스의 누벨바그 보다 더 모호하고 비극적이며 우울하여 영화는 상영 금지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는 내내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00년대에 극장에서 상영을 하게 되었다.

서울의 복잡하고 문명의 건물들이 빼곡한 곳에서 돈이 없어 갈곳 없는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모습이 대비됨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거대한 서울의 한복판이지만 어디에도 갈 데가 없다. 그들이 갈 곳이라는 건 남산도서관 뒤의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공원이나 육교 같은 곳뿐이다.

영화는 임신을 한 여주인공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빈털터리 주인공이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빌리는 내용을 보여준다. 그런 장면들이 화면의 전환, 콘트라스트가 강한 흑백과 신시사이저의 기괴한 배경음악이 주인공이 처한 우울의 극치를 올려준다.

주인공들의 인물보다는 영화음악, 카메라의 클로즈업, 배경이 주는 압박감, 그리고 감정의 절제와 폭발이 주는 생과 사의 경계를 느끼게 하는 수작이다. 의사는 허욱과 지연에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지연이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도 성공하지 못하리라 말한다. 지연은 수술을 하고 허욱은 밖을 떠돌며 술을 마시다 아이엘싸롱 바에서 고독한 한 여자를 만난다. 고독은 고독을 알아보고 외로움이 가득한 휴일을 어떻게든 버티려는 두 사람은 새벽까지 술집을 찾아다니며 마시고 또 마시며 취하고 두 사람은 공사장으로 향한다.

미래는 보이지 않고 눈을 감으면 보이는 세계가 미래인 허욱. 일요일은 오전에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지만 밤이 올수록 초조해지는 이상한 날이다, 일요일마다 지연을 만나는 허욱은 일요일이 너무 기다려지지만 일요일이 오는 게 싫다. 빈털터리라 지연을 다방에도 데리고 갈 수 없는 신세다.

공사장에서 바에서 만난 여자와 몸을 섞은 뒤 새벽에 성당의 종소리를 듣고서야 수술대에 오른 지연이 생각이 난다. 갈 데가 있어 갔다가 오겠다고 하고, 여자는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이런 부분은 꼭 홍상수의 영화에서 종종 보는 장면이다). 일요일에 만났기 때문에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여자는 말한다.

허욱이 한달음에 달려 병원으로 지연의 수술 결과를 보러 오지만 결국 눈을 뜨지 못한 지연. 지연은 그렇게 낙태를 하다 비참하게 죽고 만다. 허욱은 휴일이면 지연과의 추억만을 잔뜩 끌어안고 암울하고 또 우울하게 보내게 된다. 영화는 지연과 행복했던 지난날을 보내는 허욱의 추억을 편집하며 보여준다. 추억이 가득한 서울의 이곳저곳을 허욱은 미친 듯이 다닌다. 그리고 전철을 타지만 목적지가 없어진 허욱. 추억 속 지연의 아름다운 미소가 잔뜩 나오며 영화는 끝이 난다.


허욱이 돈을 빌리는 동안 모래바람을 맞으며 허욱만을 기다리는 지연의 모습이 교차 되면서 보여주는데 묘하게 우울하고 아주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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