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내가 일하는 곳에서 아주 가깝다. 1분 정도 떨어진 거리다. 좀 걸어서 늘 가는 로컬카페에 가지 않고 오늘은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로컬 카페에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가 걸린다. 그 정도 걷는 동안 들어오는 오전의 도심지 풍경이 좋다. 매일 똑같은 곳인데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옆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불과 몇 달 전까지는 자주 왔던 곳이다.  


스타벅스의 기둥에는 미술작품이 걸려 있었다. 나는 한참 쳐다보았다. 기둥 뒤에는 온통 유리창인데, 때마침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카페 안으로 와장창 쏟아졌다. 미술작품을 보고 있으니 작품 속으로 감각을 잃은 나의 마음도 같이 우르르 쏟아졌다.


이전에 왔을 때는 분명 없었던 그림인데 때가 되면 갈아주는 모양이었다. 나는 악마의 피처럼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들고 다니는 텀블러가 있어서 커피는 늘 거기에 담아서 마신다. 텀블러에는 술도 담아서 마시고 어묵 국물도 담아서 마시기도 한다.


텀블러에 받아서 온 커피를 홀짝이며 그림을 한참이나 보고 있었다. 그림은 입체감이 드는 작품으로 글자 속에 숲이 가득했다. 초록과 세피아의 중간으로 보이는 색감의 나무와 숲이 글자의 음각 밑으로 펼쳐져 있는 착각이 드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잘 들여다보고 있으니 글자 속의 숲에도 빛이 마구 쏟아졌다.


한참을 보시네요.

왕왕 가서 눈인사를 주고받는 직원이 옆으로 와서 말했다.


예, 시선을 끄네요, 좋네요.

이 자리에 원래 불이 나면 이쪽 계단으로 나가시오, 같은 팻말이 붙어 있었던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어머, 맞아요, 주임님이 그 팻말은 저기로 옮기고 여기에는 그림을 걸었어요.라고 직원이 말했다.


커피를 더 드릴까요?라고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예? 그래도 됩니까?라고 내가 직원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에도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자 직원이 따라오세요,라고 했다. 그제야 그림에서 눈을 떼고 기둥을 돌아서 가는 직원을 봤다. 직원은 빨간 조끼를 입고 있었다. 빨간 조끼? 게다가 키가 좀 작아진 것 같았다.


기둥을 돌아서니 햇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이렇게 보니 빠르게 걸어가고 있는 것은 빨간 조끼를 입고 귀가 큰 토끼였다. 기둥 뒤의 문을 열고 그 속으로 쑥 들어갔다. 문이 막 닫히려고 했다. 나는 텀블러를 들고 그 문으로 따라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손에 들고 있던 텀블러가 어쩐지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떨어졌다. 나는 떨어지면서 옆으로 누웠다가 슈퍼맨처럼 팔을 뻗어 보기도 했다. 가끔 잠도 청했다. 이렇게 3박 4일 떨어지다 보면 저기 저 숲으로 떨어져 빛이 될까.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Somewhere Only We Know의 귀요미 버전 https://youtu.be/mer6X7nOY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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