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깅을 조금씩 하니까 매일 달리면서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다. 폰에 카메라가 달려 있으니 매일 이렇게 몇 장씩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게 언뜻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필름 카메라 시기에는 막 찍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바로바로 몇 장씩 찍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삭제할 수도 있다.


폰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얇은 폰에 들어있는 카메라인데 망원도, 광각도, 일반 사진도 다 찍어낼까, 하는 생각에 근접한다. 근래의 폰 카메라는 단 렌즈가 없고 두 개씩, 세 개씩 카메라가 달려있다.


폰 카메라 이전의 디지털카메라는, 그러니까 일명 똑같이라고 부르는 카메라는 전원을 켜면 주둥이가 앞으로 나와서 사진을 찍었다. 주둥이가 길어지는 이유는 길어진 만큼 빛을 많이 받아서 이미지화시킨다. 그런데 폰은? 폰은 이렇게나 얇은데 어떻게 뒷배경의 보케가 날아가며, 광각의 넓은 화각을 찍어낼까. 그러다 보니 카메라를 두세 개씩 달아서 하나는 광각, 하나는 망원, 하나는 일반렌즈로 빛을 받아서 찍은 정보를 하나로 합쳐서 이미화를 시켜버렸다. 그래서 얇은 폰을 들고 다니며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별거 아니지만 너무 신기한 일이다. 이런 신기한 일이 지금도 옆에서 마구마구 일어나고 있다.


매일 조금씩 조깅을 하면서 매일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보는 건 매일매일 신기한 일을 접하는 일이다. 아이패드 미니가 몇 년 만에 풀체인지가 되어 나와서 신기한 것보다 매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쓸데없을 것 같은 일들이 신기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기한 건 매일 비슷한 곳을 사진으로 담아도 사진은 다 다르다. 절대적으로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의 흐름과 구름의 모양, 하늘이 태양의 빛을 받아서 달라지는 색감이나 계절의 변화에 반응하는 생명체들이 사진마다마다 다르다.


이런 모습은 비슷한 형태를 지녔지만 다 다른 인간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렇게 강변을 따라 매일 달리다 보면 정경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저 숨을 내뱉으며 바닥을 보며 달리는 구간이 있고, 정경의 매력에 젖어드는 구간이 있다. 그런 구간에서는 천천히 뛰거나 빠르게 걷거나 한다. 그리고 팔목에 달린 폰으로 사진을 한 컷 담는다.


책장을 넘기듯 매일이 넘어간다. 그 시간이 여러 시간 겹쳤고 어떤 시간은 오늘처럼 시월의 강한 바람이 한 차례 몰아치면 빠르게 넘어간다. 7, 8월처럼 혹독한 더위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이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는다. 하늘도, 바람도, 꽃들도 달라졌지만 무엇보다 강물도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었다.


여름의 뜨거운 온도에서 벗어난 강물은 진중하고 진득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시월은 옷을 갈아입는 계절이다. 표층적인 옷뿐 아니라 심층적으로 옷을 갈아입는 계절이다. 우리는 그런 계절의 중심이 있다. 이렇게 서서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가 되면 어김없이 색을 갈아 치우는 자연의 모습에 조금은 슬프기도 한다. 악착같이 버티고 견뎌도 지구가 돌아가는 것에는 대책 없이 흐름에 딸려가야만 한다. 우리는 자연 속에 하나의 존속으로 존재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어서 주저앉으면 안 된다. 강물이 멈추지 않았기에 살아있는 인간의 삶 역시 멈추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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