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똥집


대학교 때 가을이면 찬란한 가을 축제가 열린다. 며칠 동안 축제의 분위기에 취해서 대학가의 낭만을 즐긴다. 밤이 도래하기 전의 하늘은 파랗게 질려있고, 바다는 파랗게 멍들어 모든 세상이 컬러풀하게 뒤덮여 있다. 학교 주위의 산은 알록달록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 정말 찬란하다.


학교에는 가수들이 와서 노래를 부르고 각 과마다 그동안 준비했던 결과물을 전시하고 밤이 시작되면,

인생이란 정말 한 번 미치도록 즐기고 끝나도 좋을 만큼 아이들은 축제를 즐겼다. 오직 축제를 즐기기 위해 태어난 녀석들처럼 보였다. 젊음이라는 것을 마치 불꽃처럼 한 번에 연소시켜버릴 것 같았다.


웃고, 울고, 쓴맛, 단맛 다 보며 대학생활을 아낌없이 보냈다.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즐기는 것이다. 다른 건 없다. 축제기간에 이것저것 고민이나 나르시시즘이나 정치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과마다 준비한 주점에 오는 손님들 유치에 생각만 할 뿐이었다.


즐기자, 즐기다 보면 그 안에서 뭔가가 나온다. 그것이 축제기간 중 우리의 모토였다. 우리의 주점은 좀 특별했다.라고 생각했다. 다른 과의 주점에서는 축제기간 동안 만들어 파는 안주가 대부분 비슷했다. 파전이라든가, 계란말이라든가. 게다가 아마추어라 파전은 먹다 보면 밀가루가 덜 풀렸거나 맛이 떨어졌다.


우리 주점에서는 닭똥집 구이를 만들어서 팔았다. 나의 적극적인 의견이 반영이 되었다. 과대가 허락을 한 것은 내가 요리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 과에는 우리 고등학교 후배들이 들어와서 닭똥집을 씻는 것은 녀석들에게 시킬 수 있었다. 부려먹을 수 있었던 거지. 한 후배 녀석은 찬물에 잘 씻고, 또 한 녀석은 청주를 푼 물에 닭똥집을 삶았다. 소금 간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함께 잘 볶기만 하면 끝이다. 그럼 어지간하면 맛있다. 땡초를 썰어서 옆에 놓고 서비스 안주로는 어묵국에 계란물을 풀어서 휘휘 저어 주었다.


다른 주점에는 없는 안주라 인기가 좋았다. 물론 맛있었다. 닭똥집 구이의 맛은 오독오독 씹히는 재미있는 맛이다. 술을 부른다. 소금 간 때문에 짭조름하면서 기름장의 고소한 맛이 닭똥집의 맛 대부분 일지는 모르지만 오독오독 씹어 먹다가 소주를 넘기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추억에 갇힌 음식을 꺼내서 먹으면 추억의 맛은 나지 않는다. ‘닭똥집 클럽‘이 있다면 우리는 당장 가입을 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닭똥집을 많이 먹었다. 또 우리는 단골 주점에서 김치를 공수해서 안주로 내놓았다. 그래서 닭똥집은 꽤나 비쌌지만 김치에 돌돌 말아먹는 닭똥집 맛이 일품이었다.


밤이 되면 학교는 춥다. 곳곳에 술에 잠식된 녀석들이 노래를 부르고 잔디에 엎어져서 외계어를 난무했고 사랑을 부르짖었다. 그날이 꽤나 추워서 가스레인지 위에서 양말을 말리다가 양말을 태워버리기도 했다.


어제는 작년에 입학한 전문대 생을 만났는데 학교는 가보지도 못하고 졸업을 하게 생겼다고 했다. 물론 축제 같은 건 전혀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사회에 떠밀리듯 나가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 청년은 밝고 명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 사이에서 어떤 무엇인가를 찾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아마 그 청년도 그걸 찾아가는 방법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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