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고 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해서 맞은 그날은 좀 걷고 그다음 날부터는 평소대로 죽 달렸다. 2021년에도 착살하게 달렸다. 백신 맞은 그날 걷는 정도를 친다면 올해는 2월 구정에 이틀을 빼고 다 달렸다.


꾸준하게 달린 것이다. 하루키는 하루에 10킬로씩 달린 것에 비한다면 나는 6킬로에서 7킬로 정도를 달렸다. 그런데도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이유는 정해놓은 코스에 계단이나 오르막길, 산쓰장 같은 곳을 넣어서 그곳에서 근력 운동을 40분 정도 하기 때문이다.


근력운동을 하던, 조깅을 하던 시작할 때와 끝날 때는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팔 굽혀 펴기를 할 때에는 더 이상 못 하겠다 싶을 때 몇 개를 더 하고, 마지막 코스에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다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파도처럼 몰려올 때 더 이를 앙 다문다.


이런 고통은 기분이 상쾌하다. 기분 좋은 고통이다. 그리고 달리기가 끝났을 때는 모든 걸 다 털어 내버린 듯한 상쾌함이 거기에 남아돈다. 그래서 달리기 전까지는 달리기 싫은 이유 99가지가 나를 붙잡지만 이 즐거운 고통 뒤에 따라오는 상쾌함을 느끼는 이유 1가지 때문에 진지하게 달리게 된다.


매일 ‘착실하게’ 달리다 보면 ‘진지하게’ 달리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이 비교적 평안한 얼굴로 바뀌게 된다. 이는 생활 전반에 걸쳐 있는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특히 의자에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한 개인에 있어서 매일 조깅을 하는 것은 나쁘지는 않지만 흔해빠진 얘기잖아,라고 할 수 있지만 흔해빠진 이야기가 모여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되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처럼.


쓸데없을 수 있으나 쓸모없지 않은 흔해빠진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간다는 건, 마지막까지 소명을 다하는 일광의 흔적과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밤의 시작이 마주하면 코스모스 오렌지빛이 대기에 물감을 쏟은 것처럼 퍼지는 모습을 보며 달린다는 건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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