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러 추억의 음식 중에 중간에 딱 버티고 있는 것이 멍게다. 그 추억은 아버지에 관한 것이다. 내가 아직 6학년이었을 때 여름의 일요일에는 오전 8시에 하는 만화를 보기 위해 늦잠을 포기하고 일어났다. 그러면 마당의 수돗가에서 아버지가 멍게를 다듬고 있었다. 일찍부터 시장에 가서 손질이 안 된 멍게를 한 바구니 사들고 와서 한 시간 정도 땀을 흘려가며 멍게를 손질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어쩐 일인지 나와 동생은 멍게의 그 알 수 없는 뭉근한 식감과 밍밍하면서 간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미묘한 맛이 좋아서 잘 먹었다. 멍게는 초장에 찍어 먹지 않아도 멍게가 가지고 있는 맛으로도 맛있었다. 또 꼭다리 부분을 씹어서 멍게의 짭조름하고 간간한 맛을 보는 게 좋았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일요일만 되면 신이 나서 멍게를 사 와서 손질에 열을 올렸다.


나와 동생은 햇살이 내리쬐는 마당에 앉아서 멍게를 손질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때 구부린 아버지의 등에는 우리가 말을 걸기 쉽지 않은 경건한 분위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 분위기 속에는 일종의 ‘좋은 고집’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평범하지 않는 찰나로 나오는 강한 집중이 있었다.


내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게 직접 손질해야 한다는 그런 집중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나와 동생은 미간을 좁히고 더워지는 여름날의 일요일 오전에 마당에 서서 아버지가 멍게를 다듬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버지는 손재주가 있어서 멍게를 다듬는 칼은 회사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그런 칼이 여러 개 있었다.


멍게 먹는 여름의 일요일 오전은 행복했다. 아버지는 땀이 많아서 벌써 러닝셔츠가 홀딱 젖었다. 젖은 러닝셔츠 밖으로 나온 아버지의 팔뚝에는 근육이 좋다. 아버지는 그 근육을 우리가 먹을 멍게를 손질하는데 아깝지 않게 사용했다.


밥상에 둘러앉아 멍게를 먹고 있으면 어머니는 멍게 비빔밥을 만들었다. 거창하게 이것저것 넣지 않았다. 생 미나리와 멍게와 양념 조금이었다. 그래도 멍게가 있어서 풍성한 맛의 비빔밥이 되었다. 어린이들이 멍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어른들의 눈에 흡족했을까. 여름방학의 일요일이면 평일날보다 일찍 일어나서 멍게를 먹었다.


그 기억이 내내 좋아서 가끔 멍게를 사 와서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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