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커피를 기다리는데 옆에서 3살 정도의 아이와 함께 엄마가 마카롱을 고르고 있는데 엄마가 아이에게 “우리 요 아이로 먹자”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이 시간이 지나도록 내내 머리에 계속 남아있다.


우리가 사물을 의인화한지는 꽤 되었지 싶다. 자신이 타고 다니는 아끼는 차를 이 차는,라고 하지 않는다. ‘이 녀석은’ 또는 ‘얘는’라고 한다. 비싼 카메라도 보통 의인화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딱딱한 자동차지만 의인화를 시키면 친근감이 들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인간만큼은 아니지만 자동차도 만 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정밀한 메커니즘으로 ‘이 차’를 ‘이 녀석’으로 바꾸어 부른다. 친구처럼 느껴지며 의인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카메라도 그렇고, 가방도 그렇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먹는 음식도 의인화를 하기 시작했다. 홈쇼핑에서 먹거리를 파는 방송을 봐도 종종 그런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먹방이 대세인 유튜브에서는 음식을 의인화시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다 좋아하는 고로 상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고독한 미식가’를 보면 고로 상도 음식 앞에서 그 묘한 목소리로 ‘이 녀석이’라고 한다.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듣기 싫은 말이 있고 또 괜찮은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음식을 의인화로 말하는 건 괜찮게 들린다. 거부감이 전혀 없다. 마치 원래 그런 것처럼. 그렇지만 “우리 요 아이로 먹자”라는 말은 어떻게 들어도 이상하다. 단순히 말만 들으면 식인종 같은 뉘앙스다.


“요 아이는 좀 맛없을 거 같은데. XX(자기 아이 이름)은 이 아이는 못 먹을 거 같은데”라는 말을, 의인화로 말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이렇게 말을 한다면 정말 귀를 틀어막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정말 만약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게 말을 한다면 그때 가서는 모두가 음식을 다 의인화하고 있으니 이젠 그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팟캐스트에 신대철이 나와서 했던 말 중에, 굉장히 좋은 곡은 유행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쓰레기 같은 음악도 자주 방송에 나오다 보면 그건 그것대로 유행이 된다고 했다. 아무리 쓰레기 음악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듣다 보면 그 노래는 대중의 귀를 사로잡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재미있는 건, 다니면서 보면 음식을 얘, 요 아이, 이 녀석으로 불리는 음식은 대체로 조각 케이크, 마카롱, 스테이크나 파스타 같은 음식들이다. 그런데 일반 식당, 그러니까 한식이나 분식을 파는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김치찌개나 갈비탕을 그렇게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또 딸려 나오는 반찬들, 콩나물무침이나 시금치를 보며 얘는, 요 아이는, 이 녀석이라고 하지 않는다.


별거 아니지만 웃기다면 웃긴 재미있는 현상이고 신기하다면 신기하다. 상추나, 깻잎이나 어묵볶음 같은 음식은 어릴 때부터 먹어와서 학습이 되어서 그럴까. 아이 때부터 엄마에게 음식을 ‘요 아이’로 배우면 커서는 당연하지만 그렇게 부르게 된다. 그게 올바른지 그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보면 그곳, 그 지역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하면서 맛있게 먹는다. 백종원은 음식을 소개하면서 음식을 의인화하지 않았다. 백종원의 다른 음식 프로그램을 보지는 못했지만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는 음식을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사람들에게 많은 미움을 받고 있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도 이전 방송에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음식을 의인화시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 전문가들의 이런 올바른 현상도 어쩌면 무너질지도 모르고 그렇게 된다고 해도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음식을 의인화한다고 해서 그게 이상하지 않게 들릴 것이다. 기준이 없고 선을 정할 수 없어서 정확하게 말은 하지 못하겠지만 얘는, 이 녀석은 그간 경험이나 학습 때문인지 이상하게 들리지 않지만 음식을 ‘요 아이는’라고 하는 건 어쩐지 참 이상하다.


그래서 어제는 요 아이로 먹었습니다. 요 아이는 입 안에서 탁 터지는 맛이 있거든요. 또 케첩 녀석과 너무나 잘 어울려서, 요 아이들을 왕창 먹었습니다. 호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