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만들어 먹으면 오래전 도시락을 싸 다녔을 때가 떠오른다. 도시락을 싸오면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이미 동이 난다. 김치 빼고 반찬 통을 여는 순간 수많은 젓가락을 취권으로 다 방어해야 한다. 하지만 밑으로 위로, 옆으로 고수의 젓가락들이 와장창 들어왔다. 그래서 2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은 대환장파티였다. 도시락 반찬이란 게 김치를 비롯해 다 엇비슷 비슷한 반찬들이다. 대부분 거기서 거긴데 감자와 어묵을 양념에 볶아 오면 순삭이었다. 우당탕탕 한 바탕 폭풍이 지나가면 도시락 반찬은 바닥에 깔린 양념만 남았다.


도시락이라는 건 아주 묘해서 무슨 반찬을 넣든 맛있었다. 도시락은 도시락만의 맛이 있었다. 반찬통을 열면 꾹꾹 갇혀 있다가 퍼지는 냄새와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먹는 도시락은 그만이 가지는 맛이 확실하게 있었다.


감자와 어묵은 뜨거울 때 먹으면 맛있지만 도시락은 뜨겁게 먹을 수 없었다. 그저 식어빠진 감자 어묵볶음이지만 맛있었다. 뜨거운 감자만큼 맛이 있었겠냐마는 아마도 도시락 반찬이라는 건 친구들을 끌어 모으는 어떤 장력이 있었다. 그 힘 때문에 다 같이 도시락 반찬에 우르르 몰려 집어 먹는 맛이 있었다.


코로나가 끝나도 이제 더 이상은 도시락 반찬에 여러 젓가락이 한꺼번에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도시락 자체가 없어졌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독한 놈은 자신의 반찬을 뺏기기 싫어서 침을 막 뱉었다. 하지만 더 독한 놈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젓가락질을 했다. 이제는 그럴 수도,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집에서 감자와 어묵을 넣고 지글지글 볶았다. 간장이 조려지는 냄새가 좋다. 도시락 먹을 때만큼 맛은 안 나지만 뜨겁게 먹을 수 있어서 또 맛있다. 반찬통에 담아서 도시락 싸들고 집 앞 바닷가라도 나가자고 해야 할까 보다.

사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기가 어려운 요즘이다. 살림만 하는 가정주부나 집안일을 하는 남자라도 매일 음식을 해 먹는 건 만만찮은 일이다. 8월 24일 자 신문기사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0806


이제 집에서 음식을 하는 건, 음식을 해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제는 집에서 밥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금 부모세대가 사라지면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건 어쩌면 행사가 있거나 추억의 음식이 생각이 났을 때 해 먹는 정도가 될지도 모른다.


현재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이 빠르게 배달이 된다. 해 먹는 수준만큼 맛을 내며, 뜨거울 때 배달이 된다. 기사에서 처럼 요리가 아니라 조리해서 먹을 맛있는 음식도 마트에 가면 속속 나온다. 음식 유튜버들은 편의점이나 마트에 매달 새로 나오는 음식에 대해서 리뷰를 해준다. 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며 들어온다. 요즘 편의점 어플을 깔면 냉장고 기능이 있어서 1 플러스 1이나, 2 플러스 1을 하는 식품을 구입했을 을 경우 전부 다 들고 나올 필요 없이 하나만 들고 나오고 나머지 2개는 편의점에 넣어두고 어플의 냉장고 기능을 사용하면 같은 계열의 어떤 편의점에서든 나머지 식품을 꺼내서 먹을 수 있다. 정보라는 게 하루하루 변하고 있다.


이제 도시락은 학교에서 싹 사라졌다. 도시락을 아침마다 쌀 수가 없다. 게다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도시락의 맛있는 반찬에는 여러 젓가락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위생에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급식을 하면 두 가지의 문제가 싹 해결된다. 이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빈도도 낮아졌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것도 힘들어졌다. 더 나아가 집에 음식 할 때 나는 냄새가 배기는 것도 싫어졌다. 음식쓰레기가 나오는 것 역시 싫어졌다.


그러면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엄마의 집밥 콘셉트의 식당은 성행할지도 모른다. 아직 한국사람들은 집밥에 대한 추억이 강하고 추억의 맛을 찾아서 본능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미국 영화를 보면 집밥, 엄마가 해주는 음식, 같은 대사는 없다. 그런 분위기는 없다. 오래전 영화를 봐도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의 사랑이 떨어지거나 뒤쳐지지는 않는다.


에이 그게 뭐야? 밥은 집에서 갓 지은 밥에 찌개 끓여서 김치 척척 걸쳐 먹어야지.라고 말하는 AZ가 있지만 그 음식을 따로 하는 사람이 있고, 먹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은 음식을 얻어먹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도시락과 집밥은 늘 그리운 음식이다. 추억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다. 하지만 집밥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엄마의 모든 밥이 몸에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도시락 반찬으로 그만이었던 감자어묵볶음을 한 국자 퍼서 맛있게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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