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단편 중에 ‘비 피하기’라는 소설이 있다. 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오래되어서 그런지, 보다 보면 이렇게 교정의 오류도 보인다. 이 빠진 부분에는 어떤 단어가 들어가야 할까 하고 보면 ‘어쩐’이 빠져있다. 뭔가 재미있고 정겹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럴지도)은 일큐팔사의 아오마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여자 주인공이 아오마메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대략적인 내용은 하루키가 레코드를 사러 가다가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해 어떤 바에 들어가고, 곧 비를 피해서 한 무리의 남녀가 들어온다. 그 무리 중에 한 여자가 하루키를 알아보고 무리에서 나와 하루키 옆에 앉는다. 여자는 5년 전에 하루키가 첫 소설을 낸 후 인터뷰를 한 잡지사의 기자였다. 그 인터뷰가 하루키의 생애 첫 인터뷰였다.


여자는 그 잡지사를 나오게 되었고 이야기 수집가답게 하루키는 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잡지사는 망했는데 망하기 전 사원들의 퇴출이 있었다. 주인공 여자는 느닷없이 총무부로 발령이 난 것이다. 그것 때문에 자신보다 높은 직책의 애인(유부남, 부인과 이혼을 생각이 없는)에게 말했지만 어영부영 넘어가는 꼴에 미래가 없다고 느낀 여자는 회사를 나오게 되고 애인과도 연락을 끊는다.


처음 여자는 얼마간 개인적으로 늘어난 자유한 시간에 만족을 한다. 하지만 그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공허와 허무가 밀려오고 사람들도 바빠서 처음처럼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천만 명이 넘게 사는 도시에서 여자는 고독해진다. 이런 내용의 영화도 있다. 마이클 패스벤더의 ‘셰임’이다. 정확하게 하루의 루틴을 순환하며 탄탄대로를 걷지만 대도시에서의 극렬한 고독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하루키 소설로 돌아와서, 여자는 바에서 술을 마시던 중 한 수의사가 접근하고 그 남자와 잠을 잔다. 여자는 느닷없이 7만 엔 을 부른다. 그 외의 모든 비용을 남자가 낸다. 이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자는 여주인공이 이상한 생각을 할 수 없게 정성이 담긴 애무와 배려가 있는 섹스를 한다. 여자는 그 뒤로 4, 50대의 침대 위에서 배려가 있고 괜찮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갖는다. 돈을 받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루키에게 한다. 배려에 압도당하고 식사와 돈까지 지불이 되는 섹스에 대해서 여자는 말을 하고 사라진다. 하루키는 여자에게 만약 자신과 그런 자리를 가지게 된다면 얼마를 부를 거냐고 묻고 여자는 대답한다. 과연 얼마라고 할까.


여자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하루키의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의 소개는 대체로 이렇게 시작한다. 그렇게 미인은 아니다,라고 시작한다. 이 소설의 여자도 그렇고 아오마메 역시 그렇게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라며 시작한다. 그러면서 가슴도 짝짝이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아오마메는 아주 매력적이다. 그 매력이라는 것은 얼굴의 예쁨이라는 것을 집어삼킨다. 어쩌면 몹시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하루키는 그렇게 쓰면 사람들이 일정하게 얼굴을 떠올릴 수 있기에 아마도 자꾸 미인은 아니지만, 또는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이 단편소설의 여자 주인공도, 그리고 신작 속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의 말미에서도 이름을 잃어버렸던 잡지 기자였던 그 여자도, 그 외에 많은 소설 속의 여자들이 얼굴은 그렇게 미인은 아니지만 그 밖의 모든 것들은 세련되고 날씬하고 옷은 기가 막히게 잘 입는다. 그래서 덴고는 언뜻 얼굴이 떠오르지만 아오마메의 얼굴에 접근을 하면 멀리 달아나버리곤 한다. 아무튼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아오마메의 캐릭터를 탄생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설이라 여자 주인공이 실제 인물이라면 난처하겠지만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으니 또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이라 기분이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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