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공벌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도 공벌레에 관한 이야기다. 왜 공벌레는 2, 정도가 되겠다. 하루키의 에세이에도 개미와 도마뱀과 곤충에 관한 에피소드를 잡지에 싣고 후에 나온 잡지에 또 후속으로 개미와 도마뱀과 송충이에 관해서 2편 격으로 잡지에 실었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재미있는 생각이 나서 나도 공벌레에 관해서 한 번 더 적게 되었다.
지난번 공벌레에 관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정리해 놓은 게 한 일주일 정도 전이었는데(그때 연일 비가 왔고 비가 그치고 공벌레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아파트 현관에 공벌레가 화단에 엄청나게 기어 나와서 살충제를 뿌린다는 거였다. 그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공벌레가 작정을 하고 땅 속에서 전부 땅 위로 올라오는구나. 공벌레라는 건 사실 인간이 살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벌레가 화단에서 나와서 도로를 다니던, 인기척 때문에 몸을 말아서 공처럼 가만히 있던 인간은 그런 것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신경 조차 쓰지 않는다. 인간은 항상 바쁘고 빨리빨리 해야 하고, 빨리 되는 곳에 가야 하기 때문에 지렁이만큼 천천히 움직이는 이 작은 공벌레에 관해서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공벌레가 화단에서 단체로 기어 나오게 되었다. 그러면 좀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번 단편 소설 ‘런던 팝’에서도 올린 적이 있는 이야기지만 잠자리도 한 두 마리 일 때는 인간이 잠자리를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잠자리는 잠자리니까. 잠자리일 뿐이니까. 사마귀도 아니고 말벌도 아니니까 전혀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잠자리 수백 마리가 머리 위에서 떠 있으면 그건 대단한 공포다. 특히 붕 하는 잠자리의 날갯짓소리가 상상 이상으로 들리면 두렵다. 잠자리들은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아도 인간은 그만 무서움에 다리의 힘이 풀린다.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으면 인간은 겁을 먹게 된다. 공벌레가 화단 밑의 땅속이 오염이 되어서 아아 못 살겠군, 하며 전부 땅 위로 올라와서 꾸물꾸물 거리면 인간들은 또 겁을 먹고 살충제를 발포한다. 그러니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주의하라고 했다.
예전부터 영화계는 크리처 물이나 괴수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근래에 그래픽이 훨씬 좋아진 후에는 어쩐지 괴수물이 줄어든 것 같지만 오래전, 6, 70년 대에는 특촬물로 괴수물이 많이 나왔다. 공벌레가 오염된 토양을 먹고 점점 덩치가 커지는 것이다. 점점 부풀어 올라 하루 잠을 자고 났더니 공벌레가 저만큼 커진 것이다. 몸을 말고 지나가면 남대문도, 63 빌딩도 전부 다 박살이 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도망 다니고 아비규환이다. 공벌레는 굴러 굴러 모든 것을 납작하게 만든다.
또 한쪽에서는 연구목적으로 성범죄자들의 성기에 곰팡이 포자를 심어놨는데 공벌레가 몸속으로 기어 들어가 곰팡이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사람도 같이 갉아먹는다. 공벌레는 사람의 뼈를 제외하고 말랑말랑한 부분부터 갉아먹으며 점점 부피가 커져간다. 곰팡이 포자는 그만 하늘의 한 곳에서 분포되어서 사람들에게 전부 옮겨 가서 붙어버리고 공벌레들은 곰팡이 포자의 냄새를 맡고 사람들의 몸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점점 갉아먹으며 몸집이 커진다.
그래서 오염으로 커진 공벌레와 곰팡이 포자를 먹고 커진 공벌레가 인간을 사이에 두고 결투를 한다. 그 사이에서 인간이 그동안 만들어 놓은 문명이 파괴가 된다. 사람의 성향이나 신체의 세포에 따라서 공벌레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부풀어 오르고,,, 까지 상상하다 보면 밑도 끝도 없어진다.
합성을 한 5분 만에 하느라 저 모양이지만 배경은 60년대에 나온 크리처 영화 ‘대괴수 용가리’의 장면이다. 일본의 고지라 팀에서 용가리의 특수촬영을 도맡아서 했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의 20대 초반의 이순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예전에는 이런 특촬물의 영화가 왕성하게 만들어졌다.
요즘은, 공벌레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면 수천 마리의 공벌레가 거대 괴수가 되는 영화보다는 밥그릇에 밥 대신 들어 있어서 그걸 먹는 장면이 있는 영화가 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