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손 앞에 있는데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심정은 누구나 다 안다. 그것이 한두 번이 아닐 때 우리는 깊은 빡침의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아주 잠깐 코마 상태가 되어서 나도 모르는 내가 갑자기 튀어나와 모든 것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겪는다. 오로지 인간이기에 느끼는 이 빡침의 세계.
조깅을 하다가 멀찍이서 보니 한 아저씨가 낚시를 하고 있다. 평화로운 유월의 저녁.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몰려오기 전이라 저녁이 되면 아주 좋은 온도다. 격하게 움직이면 덥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주 좋을 시기와 시간이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우리는 허락받았고 사람들은 허락받은 그 시간을 즐긴다.
강변이라 보통 평일의 이 시간에 운동을 하러 사람들이 나온다. 가족단위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고, 매일 지나치는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과 나는 서로 알지만 알지 못한다. 아는 사이가 아니기에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지만 매일 비슷한 시간에 나오기 때문에 매일 스쳐 지나간다. 멀리서 보면 그 사람의 폼이 보이고 점점 다가오는 그 사람의 몸동작을 나는 한 번 쓱 훑는다. 물론 반대편의 그 사람도 그렇게 한다. 그러면서 무언의 연대 같은 것이 생기지 않을까. 서로 운동복을 벗고 다른 곳에서 마주친다면 어? 하며 아는 척을 해도 생판 모르는 이보다는 인사하기가 수월 할 것이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지만.
땀도 좀 식힐 겸 나는 둑 위에서 아저씨의 낚시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아저씨는 다른 낚시하러 나온 아저씨들에 비해 복장이나 장비가 아마추어같이 보였다. 어쩌면 고수일지도 모른다. 고수들이 그저 대나무 낚싯대 하나를 달랑 들고 평소 복장 그대로 와서 휙휙 낚아 올린다. 아저씨의 바로 앞, 강에서는 물고기들이 나 잡아봐라 하는 양 물 위로 지구의 법칙을 무시하고 마구 튀어 올랐다. 저 정도 거리면 뜰채만 있어도 휙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낚시를 잘 모르는 나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바로 앞에 물고기들이 펄떡펄떡 튀어 오르면 찌를 보고 들어 올리는 낚시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역시 낚시를 모르는 나의 생각일 뿐이다. 아저씨는 원투 낚싯대였다. 그러니까 찌 같은 건 없고 미끼를 꼽아서 저 멀리 슝 날려 보내서 물고기가 물면 딸랑이가 딸랑딸랑하면 들어 올리는 낚시를 했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바로 앞에서 펄떡펄떡 뛰고 다른 낚시꾼들은 바로바로 잡아서 올리는데 반해 아저씨는 저 멀리 맞은편의 풀숲 앞의 강에 던져 넣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물고기들은 계속 물 밖으로 튀어 올라서 약 올렸다. 사진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클릭을 하면 그래도 좀 더 크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저씨가 던진 낚싯대가 바닥에 계속 걸렸다. 아저씨는 초보였다. 그래서 바닥에 걸린 낚싯대가 빠지지 않자 직선으로 당기지 않고 휘어지게 잡아당겼다. 그러다가 탁 하며 줄이 끊어졌다. 아저씨는 그런 반복을 몇 번 하더니 결국 빡침이 왔다.
이제 남아있는 바늘이 몇 개 없는 것 같았다. 저렇게 서서 낚시 줄을 다시 다는 작업이 낚시하는 동안의 계속한 일이었다. 구경하는 나는 큭큭하며 재미있었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빡침이 올까. 물고기가 바로 코앞에서 잡아가라고 풀짝 거리는데 낚싯대는 바닥에 빠져서 나오지 않고 힘을 줘서 잡아당기면 줄이 끊어지고, 불행은 왜 늘 동시에 몰려오는 것일까. 아저씨는 자신도 모르는 새 빡침의 소리를 질렀다. 엄마를 따라 나온 강아지가 놀라서 아저씨 뒤에서 앙앙 짖었다. 그러자 엄마가 두부(그냥 내가 지은 이름) 그러지 마, 빨리 가자.라고 하니 휙 엄마를 따라 아저씨를 지나쳤다.
아저씨는 그러거나 말거나 빡침의 세계에서 나오지 못했다. 으휴 이 놈의 낚싯대, 던지기만 하면 바닥에 꽂히기나 하고, 마음 같아서는 콱 분질러 버리고 싶은 분노가 이만큼 올라올지도 모른다. 생활하면서 가장 짜증 나는 일이 반응이 없는 물건에 화를 내는 것이다. 분지르고 망가트려봐야 분명 나의 손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아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참아도 열 받고 박살 내도 열 받는다. 나는 아저씨의 그런 모습을 보며 토닥토닥해주고 싶었다. 아마 이 빡침의 시간만큼은 낚시를 권해준 친구를 원망하지 않을까. 빡침의 세계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늘 우리 곁에 있다. 그 세계를 조용하게 건너는 것도, 풍덩 빠지는 것도 본인의 일이라 참 어렵다. 그럼에도 어떻든 우리는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