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도 우리의 소울푸드다. 뭘 어떻게 해도 김치찌개는 맛있다. 술안주로도 좋고 밥 위에 올려 비벼 먹기에도 좋고 말아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김치찌개다. 김치찌개 잘하는 집의 점심시간에는 그 전날 알코올로 위를 괴롭힌 영혼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 김치찌개야 말로 한국만의 음식이 아닐까 싶다. 김치가 한국의 고유 음식이니까 김치를 넣어서 끓인 김치찌개 역시 한국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취할 때 많이 해 먹었을 것 같은데 해 먹지 않았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내가 대학교 때 자취를 할 때에는 끓이고 굽고 볶는 음식은 거의 해 먹지 않았다. 처음 읽는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비린맛을 좋아했을 때라 꽁치통조림을 많이 사 먹었는데 뚜껑을 따서 그대로 먹거나 통조림을 가스레인지에 올려 데워가면서 그 안에 김치를 넣어서 먹곤 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꽁치통조림의 꽁치는 그대로 먹어도 맛있다.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제대를 하고 그해 겨울 군고구마를 팔고 그 돈으로 친구들과 겨울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를 갔다 왔다. 첫날에 강릉까지 올라가서 사진으로 풍경을 좀 담고 저녁에 낯선 곳이 주는 자유에 젖어 마음껏 취했다. 강릉의 사람들이 주는 편안함과 한 친구의 친화력으로 술집과 식당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취해 갔다.


그렇게 인사불성이 되어 잠이 들었고 아침이 되었다. 보통은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다음 날에는 정오까지 잠을 자야 하는데 기묘하게도 여행지에 가면 일찍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8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나서 추운 겨울의 오전에 숙소에서 기어 나왔다.


그리고 시장통으로 가서 허름한 김치찌개 집에 들어가서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푹 익은 김치가 우려내는 국물이 참 맛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겨울의 아침에 난로가 홀에 있는 작은 시장의 식당에서 먹은 김치찌개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친구는 해장술을 또 먹었다. 크게 썰어 들어간 돼지고기도 맛있었다. 자박자박한 국물을 밥 위에 올려 밥을 슥삭슥삭 비벼 먹으니 전날 먹은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찌개를 집에서는 잘해 먹지 않는다. 집에서는 국물이 있는 음식을 잘해 먹지 않는다. 국물이 당길 때는 라면을 끓여 먹는다. 김치찌개처럼 맛있는 국물음식은 적은 양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일단 해 놓고 나면 다 먹어야 한다. 김치찌개는 몇 번에 걸쳐 먹으며, 다시 끓여 먹을수록 더 맛있다. 그래서 다시 끓일수록 그 안에 고기나 두부나 다시 또 넣어서 끓여먹게 된다.


여기 근처에도 유명한 김치찌개 집이 있는데 점심시간에는 회사원들이 바글바글하고 새벽에는 화류계에 일하는 여자들이 일을 마치고 곧 뜨는 해를 기다리며 김치찌개를 먹었다. 그것도 코로나 이전의 일이다. 김치찌개는 매일 먹어도 맛있지만 가끔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다. 가끔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운전해서 다섯 시간 가서 사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김치찌개가 한국인에게는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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