좐 아저씨나 죠의 가족들에게 김치를 새로 하면 한 두 포기(왜 배추나 김치는 이런 단위를 쓸까, 한 장, 두 장도 아니고 한 개, 두 개도 아니고,,, 그러고 생각해보니 한 개, 두 개나 한 장, 두 장도 계속 발음하니 뭐가 더 어울리고 덜 어울리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한 명, 두 명이 아닌 게 어딘가) 정도를 갖다 주는데 외국인들은 김치를 접시에 담으면 신기하게도 김치만 먹는다.


우리는 김치는 밥상의 옵서버라 최소 밥과 함께 김치를 먹거나 라면 내지는 국이나 찌개에 김치를 함께 먹지 김치만 먹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외국인들은 꼭 김치를 앞에 두고 김치만 야금야금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그리고 맥주를 들이켠다. 거참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렇게 먹게 되면 그렇게 먹고 싶어서 그렇게 먹게 된다.


양념이 많이 발린 배춧잎 부분을 비교적 양념이 덜 묻은 아삭한 배추 속에 넣어 같이 먹는다. 김치만 오물오물 씹어 먹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그렇게 몇 번 먹다 보면 (김치를 새로 하게 되면) 죽 그렇게 먹게 된다. 김치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배추가 가지고 있는 단단한 아삭함과 김치가 지니고 있는 양념 버무림의 맛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밥을 먹을 때 김치는 잘 먹지 않는다. 특히 식당 김치는 데코레이션 수준이다. 그런데 김치를 새로 해서 이렇게 놓으면 맥주와 함께 천천히 씹어 먹다 보면 외국인들처럼 반 포기를, 접시 위에 올라온 김치를 거의 다 먹에 된다. 그리고 제대로 김치의 맛에 빠진다. 며칠 전에는 새로 한 김치와 함께 와인을 곁들였다. 김치는 정말 여러 술에 다 어울린다. 




또 이렇게 밥에 올려서 먹게 되면 역시 맛있다. 김치란 정말 내 주위에 있는 소설책처럼 당연하게도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인데 무심하게 지나치다가 또 안 보이면 보고 싶어 지는 뭐 그런 음식인 것이다. 이렇게 밥과 함께 먹게 되면 영화 똥개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똥개가 김치를 담그고 있는데 대문으로 두 명이 찾아온다.


똥개: 뭐고?

대뜩이: 니가 똥개가 난 대뜩이다. 니가 선배들이 개 잡아 뭇따꼬 선배들을 개패듯이 패뿟는거 맞나?

똥개: 뭐어?

뚱띠: 니가 하도 잘 친다캐서 실력의 자궁을 겨뤄보러 왔따. 

똥개: 나는 싸움 안 한다. 

대뜩이: 니는 그래 개판치고도 아버지가 짜바리라가 징역 안 갔다메. 

똥개: 뭐라고?

뚱띠: 니 엠제이케이라고 아나?

똥개: 그기 뭔데?

뚱띠: 니 맨크로 학교 댕기다가 짤린 아들끼리 맹그른 순수청년봉사단체다. 니가 지면 무조건 가입해야 되고 이기믄 안해도 된다. 우짤끼꼬. 

똥개: 느그,,, 점심 무긋나. 

뚱띠: (바로) 아직 안 뭇따. 와?

똥개: 그라믄 김치에다 밥 좀 묵고 하자. 어차피 싸움도 힘이 있으야 할 꺼 아이가. 

[땀 뻘뻘 흘리며 김치먹방]

똥개: 원래 이름이 대뜩이가. 

대뜩: 아니 대득이다 한대득. 그래도 그냥 대뜩이가 편하다. 

똥개: 엠제이케이? 거 뭔 뜻인데. 

대뜩: 으응 잉그리 약자다. 밀양 주니어 클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