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짜파게티 사진도 없어서 잡채로 대신 ㅎㅎ




쟁반짜장을 아직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쟁반짜장이 짜장면보다 마음에 드는 건 비벼져 있다는 것이다. 짜장면은 왜 직접 비벼야 할까.라는 게 오래전부터 짜장면을 먹을 때마다 같이 먹는 사람에게 했던 말이었고 대체로 묵살되었다. 짜장면을 비비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그것에 토를 다는 건 안 되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나처럼 미적거리는 인간에게 경종이라도 울리듯 조금만 지나면 면은 불어있다. 비벼져 있으면 면발이 짜장에 코팅이 되어 불는 속도도 늦어질 것이며 불어도 맛이 괜찮을 것 같은데 비벼야 하는 짜장면은 포장해서 십오 분만 가면 불어서 잘 비벼지지도 않는다. 마치 군대에서 나오는 짜장면처럼.

그러고 보니 짜장면 자체를 먹어본지도 오래되었다. 짜파게티는 가끔 끓여 먹지만 짜장면은 2018년도부터는 먹지 못했다. 바쁜 것도 아니면서 짜장면 먹은 지가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오래되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안 먹게 되는 건 계속 먹지 않는 것 같다. 때가 되어서 꼭 찾아 먹지 않는 이상 아무리 맛있는 것도 어떤 분기점을 살짝 넘어가 버리면 안 먹게 된다. 나라고 하는 인간의 장점과 단점은 싫어하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고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딱히 그 음식을 먹기 위해 기를 쓰고 거기까지 가서 줄을 서서 먹고 하는 행위가 나의 문화권 안에는 없다. 싫어하는 음식은 너무 맵지만 않으면 다 먹는다. 비린내가 나건, 물컹거리건,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지나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국밥을 포장해서 집에 왔는데 소금이나 양념장이 없어서 그냥 그대로 먹기도 했다. 싱겁지만 고소한 게 그 맛에 또 길들여지면 괜찮다. 

 

찾아 먹게 되는 것과 먹고 싶은 것과 매일 먹는 것과 먹고 싶은 걸 먹는 것과 먹고 싶은 것이 있지만 눈앞에 다른 음식이 있으면 그저 그 음식을 먹는 것과 먹고 싶지 않은 것과 먹기 싫은 것과 해 먹는 것과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하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과 먹는 것에 대한 관계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꽈리처럼 얽혀 있다. 아무래도 내가 찾아서 먹지 않고 안 먹게 되는 것에는 ‘귀찮음’이 꽃처럼 피어있다.

짜장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나도 짜장면을 좋아하고 짜장면에 얽힌 추억도 있다. 대학교 때 학교에 가다가 문득 그대로 발을 돌려 친구의 집으로 갔는데 그날 친구는 아버지와 함께 주택의 벽공사를 하고 있었다. 보로쿠 여기에 올리고! 하는 친구 아버지의 지휘에 따라 그날 벽돌을 벽에 쌓아서 시멘트를 바르는 일을 했다. 몇 시간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어서 친구 아버지가 중국음식을 시켜주었다. 친구는 잡채밥을, 나는 볶음밥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짜장면 세 그릇을 주문했다. 뭐 그래도 신문지를 펴고 둘러앉아 먹는 짜장면은 맛있었다.  


2018년 이전에는 내가 다니는 활동반경 내에 중국집이 있었다. 그래서 포장을 해서 집으로 들고 가서 먹거나 그곳에 앉아서 냠냠 거리며 먹었다. 자주 가게 되면 주인과 유대가 쌓이게 된다. 그러면 짜장면을 시키면 탕수육이 조금 딸려 나오기도 하고 혼자서 앉아서 소주를 홀짝 거리면 같이 앉아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중국집이 사라지고 난 후에는 어쩐지 중국집에 가고, 중국집에 들러 포장을 하고,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내 곁에서 아주 멀리 가버린 것이다. 


쟁반짜장이 마음에 들지만 쟁반짜장을 먹으려면 움직이는 활동 반경 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걸 결심하는 것 자체가 귀찮은 것 같다. 맛있는 걸 먹겠다고 활동반경을 벗어나야 해? 에이. 라며 결론을 지어 버린다. 주로 가는 곳만 늘 가는 습관 때문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득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자주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단골이 되고 그러다 보면 주인이 알아서 챙겨 준다. 나처럼 귀찮음이 밑바닥까지 깔려 있는 사람에게는 그만이다. 알아서 챙겨주기에 귀찮을 일이 1도 없다. 


이 좁은 나의 생활 반경 내에 쟁반짜장은 없다. 쟁반짜장은 비벼서 나온다. 쟁반짜장은 귀찮음에서 벗어난 짜장계의 신성일 지도 모른다. 맛도 분명 좋을 것이다. 먹어보지 못한 취두부의 맛을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다. 확실하게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귀찮다. 반경 내에서 굼벵이처럼 움직이며 아코디언처럼 등을 접었다 펴가면서 아, 귀찮아를 외친다. 며칠 만에 날이 흐려졌다.


시애틀 스벅 1호점 텀블러, 세상에는 귀찮지 않은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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