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노래를 말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라디오 헤드의 ‘더 밴즈’다. 댄스음악처럼 처음부터 신나는 것이 아니라 굴곡을 거쳐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면 몸을 흔들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게 한다. 이 노래가 처음 나오고 라이브를 할 때 라디오 헤드 멤버들은 그야말로 늘씬한 몸매로 기타를 들고 마치 신들린 것처럼 연주를 하며 노래를 한다. 그리고 앞의 관객들 역시 전자제품을 파는 곳 앞의 인형처럼 몸을 흔들어 재낀다.


유튜브가 도래하고 10년 동안 라디오 헤드의 라이브 영상을 거의 다 찾아본 것 같다. 일본은 여러 번 가서 공연을 한 것에 비해 한국 공연은 숫적으로는 안타깝지만 공연 문화 하면 또 우리나라 사람들 아닌가. 떼창으로 조져버리면 가수가 관객에게 감동을 받아 버린다.


요컨대 종이비행기를 접어와서 관객들이 전부 날려버렸던 트래비스가 그랬고, 뮤즈 역시 한국 공연을 최고로 꼽는다. 왜? 미친 듯이 떼창을 하니까. 레지스터어어어언스 하며 공연장을 폭파시켜 버릴 듯이 떼창을 해버린다. 애미넴은 또 어떠했나. 너무나 고요한 일본 공연 후 매니저에게 입에 걸레를 물고 욕을 하며 아시아 공연은 잡지 말랬지! 다음 어디라고? 한국? 에이 $%^%$&^%#라고 했었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미쳐버리는 것이다. 애미넴과 관객이 약 빨고 노는 것처럼 떼창을 해버린다. 와하하하 콩 굴 리시로 나의 노래를 다 따라 불렀어! 한국 사람들 정말 미친 것 같았어!


라디오 헤드의 ‘더 밴즈’ 앨범만 3장을 나는 가지고 있다. 카세트테이프로 2장, 시디로 1장. 카세트테이프로는 많이 듣다가 하나가 망가졌다. 그만큼 많이 들었는데 노래를 정확하게 다 따라 부를 수 없는 것이 실화라 안타깝다.


하지만 어떤 앨범이 가장 좋냐고 물어보면 더 밴즈가 아니라,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 다무라 녀석이 듣던 ‘키드 에이’ 앨범이다. 키드 에이 앨범의 노래는 노래라기보다는 언어 같다. 노래 사이의 연주도 악기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서 키드 에이는 기이하지만 인간이 사용하지 않는 어떤 언어 같다. 집중하는 사람에게는 그 언어가 들린다. 제대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묘한 앨범이다.


노래 하나를 꼽으라면 ‘렛 다운’이다. 렛 다운은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앨범인 ‘오케이 컴퓨터’ 앨범에 속한 곡이다. 가장 많이 듣던 '더 밴즈' 앨범의 노래는 아니다. 그래서 라디오 헤드의 노래를 긴 시간 동안 듣다 보면 알겠지만 앨범 모두가 마음에 든다.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는 소년 시절에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 노래 부를 때 잘 보면 한쪽 눈이 찌그러져 제대로 떠지지 않는다. 톰 요크의 엄마가 어린 시절에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술을 시켰지만 완전하게 눈이 떠지지 않았다. 다시 한번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러는 동안 청소년기에 접어든 것이다.


학교의 껄렁한 애들이 톰 요크의 찌그러진 눈을 가지고 많이 괴롭혔다. 그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애가 한국인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라디오 헤드가 유독 한국 공연을 오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을 정도였다.


아무튼 라디오 헤드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영국은 네 개의 대륙으로 이루어졌으니 저쪽 대륙의 누군가가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를 까고 들어왔다. 힐난조의 욕이란 욕을 대 놓고 했던 가수. 바로 오아시스였다. 오아시스는 최고의 인기 그룹이었던 블러도 까고 공격했다. 팬들 역시 들고일어났다. 남북전쟁 수준이었다. 오아시스는 심지어 대선배 심플리 레드에게도 주먹을 날렸다는 소문이 있었다. 라디오 헤드는 오아시스의 공격 속에서 오아시스의 노래 한 곡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앵앵거리며 따라 부르며 자극을 했다. 참 한국적이지 않는 녀석들.


지구 상의 가장 독한 악동이었던 오아시스도 형제의 난으로 반동 가리가 났다. 노래로서 완전한 악동이었던 미국의 '그린 데이'는 자기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세계적인 슈퍼 밴드가 되어 버렸다. 그저 물밑에서 자기들 하고 싶은 밴드 음악이나 하는 것이 바람이었는데 너무 슈퍼스타가 되어 버렸다. 어느 날 보니 그린 데이의 노래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때로는 음악을 다루는 음악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흘러가기도 한다.


장기하의 그 흐느적거리며 추는 춤은 아마도 라디오 헤드 '연꽃' 뮤직비디오에서 톰 요크의 흐느적 춤 같지 않은 춤을 보고 오마주 한 것 같다. 그랬을 것이다. 톰 요크의 음악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로 가고 있다. 참 심오해졌다. 라디오 헤드를 좋아하는 소설가들이라면 정말 반길일이다. 하루키는 대 놓고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라디오 헤드를 언급했다. 톰 요크의 노래 속 문을 열면 계속 또 다른 세계가 나온다.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 그 문을 계속 열고 따라가게 된다.

https://youtu.be/cfOa1a8hYP8


톰 요크는 또 비요크와도 같이 노래를 불렀다. 둘 다 지구인이 아닌 것 같은 철학과 비주얼을 갖추고 있다. 비요크는 사실 지구인이 아니다. 외계의 어느 행성에서 뭔가를 잘못하여 욕을 하며 그 별을 나와서 지구에서 살고 있다. 지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니까. 거침없다. 감시자의 눈이 많은 지구에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비요크는 그걸 하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 톰 요크가 합세를 했다. 두 사람이 노래를 같이 불렀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꽃이 피겠네.

https://youtu.be/3V1Lov1U9mU


더 밴즈 앨범은 여름에 많이 들었다. 대학교 때였다. 에어컨도 없는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고 더 밴즈 앨범을 크게 틀어 놓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드는 것이다. 땀이 물처럼 방바닥에 떨어졌다. 져니의 기타 소리에 몸이 분해될 것만 같다. 청소년기에 별을 보며 애달파하지 않으면 더 이상 그런 기분을 만끽할 수 없는 것처럼 대학교 자취방에서 땀을 쏟아내며 술에 취해 아이들과 함께 몸이 분리될 정도의 기분을 맛보았다. 이제 다시는 그럴 수도 없고 그런 기분을 만끽할 수도 없다.


https://youtu.be/QUSVonB3gwg

더 밴즈 라이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