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방은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팬트하우스였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외부의 냄새와는 차단된, 에드워드의 세련된 냄새가 나를 압도했다. 손님과 늘 가던 싸구려 모텔에서 나는 공허한 냄새가 이곳에는 없었다. 지정할 수 없는 가구와 내가 자는 침대보다 더 푹신한 소파, 공원에서 갖다 놓은 듯한 대형 화초와 화분은 내가 와서는 안 될 곳으로 온 것 같은 기분을 만들었다.


 에드워드는 옷도 벗지 않고 책상에 앉아 우편물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의 방 베란다는 전망이 좋았다. 베란다로 나오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할리우드의 사람들 모습이 피규어처럼 보였다. 나는 그에게 베란다로 나와 보라고 했지만 남자는 고소공포증이라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남자는 나에게 정중하게 돈을 주는 방법을 말했고 우리는 현금으로 통일했고 현금을 받은 나는 바로 나의 일에 착수했다. 남자가 자신의 몸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우편물 위에 앉아서 남자에게 나는 다양한 콘돔과 다양한 방법을 알려 주었다. 이 콘돔은 너의 고추를 확실하게 지켜준다는 뉘앙스로 말이다. 그러니 나를 다른 창녀처럼 취급하지 말라는 무언의 경종 같은 것 말이다. 나는 돈을 받았으니 시간 내에 빨리 끝내고 가면 된다. 세련된 이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고 루카에게 받은 돈을 자랑도 해야겠고, 이래저래 마음이 급했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남자는 샴페인에 딸기를 룸서비스로 주문했다.


 남자는 샴페인을 따라서 나에게 건넸다. 샴페인은 처음 마셔보는 맛이었다. 달콤했고 유혹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걸 즐길 여유가 나에게는 없다. 늘 시간에 쫓기는 신세이고 시간이 나에게는 곧 돈이다. 이 짧은 밤에 더 많은 돈을 벌려면 시간을 쪼개야 한다. 나는 샴페인은 날름 마셔버렸다. 그는 딸기를 들고 나에게 왔다. 딸기마저 욕이 나올 만큼 신선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샴페인도 딸기도 먹지 않았다. 그저 나는 다 알아, 하는 표정으로 나의 얼굴을 빤히 볼뿐이다. 사실 그가 나의 얼굴을 바라볼 때면 나는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푹 꺼진 매력적인 눈매의 그가 바라보면 나의 얼굴에 구멍이 크게 나서 뚫려 버릴 것만 같다. 그는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밤새같이 있자고 했다. 맙소사, 나는 속으로 놀라고 말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가 내미는 조건에 같이 밤을 보내기로 합의를 한 나는 나에게서 느긋함을 발견했다. 조급한 마음이 그가 내미는 달콤한 제의에 의해 사라졌다.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말이다. 나는 에드워드가 실력 있는 변호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가 아니라고 했다. 욕실에서 치실 사건이 있고 그는 나에게 좀 더 호의적으로 대했다. 그건 창녀가 아니라 마치 대등한 여자로 대하는 것 같았다. 그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전화기를 붙들고 서류를 보며 중간중간 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입술이, 미소 지을 때 눈 밑으로 그려진 세심한 주름이 나를 어떤 공간으로 이끄는 기분이었다. 정신 차려! 비비안! 그저 손님, 돈 많은 손님일 뿐이야! 그런데 에드워드가 전화기와 서류를 버리고 소파에 앉아 천만 불짜리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땐 나는 무너질뻔했다.


 일을 해야지, 나는 그에게 다가가 옷을 벗었다. 티브이 소리를 소거하니 내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마음을 숨기기 위해 그의 바지를 내리고 원하는 건 뭐든 해준다고 했다. 단 키스는 제외하고. 에드워드는 친절했다. 잠자리에서 배려가 있었다. 손님 대부분이 인형 취급을 했지만 그는 나를 한껏 안아주고 달래주고 원하는 것을 알고 해 주었다.


 에드워드의 밭은 숨에서 다정함이 오소소 떨어져 나에게 쌓였다. 무엇보다 아프게 하지 않았다. 나는 그만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날 밤은 깊은 잠에 떨어졌다. 잠은 길이보다 깊이의 문제다. 내일 아침에는 피부가 다른 날보다 나을 것 같다. 행복한 밤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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