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영화자체도 그렇지만 블레이드 러너를 둘러싼 하나의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서 지난번에 주절주절 한 번 적었는데 읽은 사람이 없다는 가정 하에 82년에 나왔을 때 비평가들과 대중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래서 상영관에 며칠 걸려 있지도 못했다

대중에게는 외면을 받았다기 보다는 그 해 같이 개봉을 했던 이티에게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들은 몽땅 마음을 빼앗겼다. 대중은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에 끌리기 마련이라 깊고 어두운 세계관을 가진 블레이드 러너보다는 이티를 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대중과는 다르게 혹평을 쏟아냈다. 한 마디로 형편없는 영화라 했다. 당시에는 비평가들의 말은 곧 법이요, 진리였기에 사람들은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는 빨리 극장에서 빼 버리고 다른 영화를 넣어야 한다고 믿었다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의 시기는 2019년인 작년이었다. 그래서 작년에 블레이드 러너를 한 번 봐주는 것 또한 꽤 의미 있는 관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은 인간은 인공지능의 휴먼로이드보다 더 못한, 더 악랄하고 더 사악하고 더 악마적인 모습을 보인다. 가진 것이 있어도 남의 것을 가지려 하고 그 사이에서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지만 몇 안 남은 휴먼로이드는 마음이라는 것이 없지만 동료 휴먼로이드가 죽으면 처절하게 괴로워하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그들은 고작 4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하는데 그들의 눈에 비친 인간은 미쳐 날뛰는 그런 짐승처럼 보일 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롯거 하우어의 로이가 마지막에 헤리슨 포드를 살려주며 읊었던 대사는 아마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였다

이 영화가 불러들인 사회적인 현상은, 극장에서 매몰되고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때 사람들은 비디오를 대여 하면서 좀 더 철학적이면서 재미있는 영화가 없을까, 하면서 보기 시작한 것이 블레이드 러너였다. 그 속에는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스토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속에는 어떤 울분과 선망, 광기와 경구, 그리고 환희와 생명이 절절하게 녹아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서 비평가들의 말은 이제 전부 믿을 것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블레이드 러너의 감독 판까지 다시 재상영하게 만들고 만다. 대중이라 불리는 일반인들, 그러니까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뚜벅이처럼 회사에서 일하고 점심 먹고 다시 저녁에 집에 와서 티브이를 좀 보다가 잠이 드는, 그런 일반인들이 지식인들의 영역에 들어가서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을 하게 되었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다

반드시 공부를 많이하고 배운 사람들의 말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이 되었다.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철회한 사법부의 이 황망하고 이상하고 헛된 판결에 대중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가만있을 수 없다. 내 아이가 그런 영상에 노출이 되어 사람들의 인터넷 노예가 된다고 생각이 든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욕이 하늘까지 나올법한 판결이 나올 수가 있나. 옳지 않은 건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대중이 있기에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

고 최숙현의 일만해도 그렇다. 감독은 자신에게 7살 난 딸과 아내가 자신만 바라보고 있어서 최숙현 아버지에게 무릎까지 꿇겠다며, 용서해달라고 해놓고 어제 청문회 자리에서는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가족이 억지로 운동을 시키려고 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건, 이런 쓰레기들이 이미 쓰레기들끼리 말도 짜고 입을 맞추어서 죽은 사람이기에 밝혀질게 없다는 식이다

이제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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