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모두가 믿기지 않았던 그날 홍콩에서는 장국영의 추모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사스 때문이었다. 사스가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장국영의 믿기지 않는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장국영이 살아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걷고 장국영은 47살의 아름다운 나이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팬들의 곁을 떠났기에 언제나 그 모습으로 기억된다.


이반이었던 장국영은 금지옥엽에서 이반이 아닌 연기를 했다. 금지옥엽의 주제곡인 ‘추’는 내내 좋아서 유튜브 덕분에 왕왕 듣고 본다. 남자로 장국영을 깜쪽같이 속인 원영의가 피아노 앞에서 어설프게 연주를 하니 장국영이 피아노 앞에서 ‘추’를 부르고 비틀스보다 더 신나게 ‘트위스트 엔 샤우트’를 부른다. 우리의 기억 내면에 장국영은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데이와 우희의 삶을 갈라놓는 것이 힘들었던 패왕별희의 도즈. 우희로서만이 패왕의 온도를 느끼는 인생이지만 변혁과 전통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두려운 병처럼 퍼지는 집단사고 속에서 무서운 건 자신 속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의 도즈를 연기했던 장국영. 보는 동안 도즈의 감정에 휩쓸려 파도처럼 너울거렸던 패왕별희.


고등학교 시절 사진부 암실에서 주성치가 좋아서 가유희사 같은 시나리오를 꼭 써보리라. 가유희사 속에도 다정한 장국영이 나와서 주성치와는 또 다른 웃음을 줬다. 17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마스크를 꼭꼭 쓰고 다닌다. 마치 장국영을 추모라도 하듯이.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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