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일단 재미있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흠뻑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고 공포영화 만큼 무서운 장면도 많다. 화면 전체적으로 깔린 독일의 스산하고 겁이 나는 겨울의 배경 또한 장대하다. 정말 스릴러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드는 영화였다. 영화는 독일영화로 독일의 사이코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소설을 영화로 옮겨 놓은 것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분명 소설을 읽으면 욕을 하면서 읽을 것이다. 욕을 한다는 건 예전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를 읽을 때 그랬는데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이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작가이름부터 길다. 넬레 노이하우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길기도 길고 많기도 많아서 읽으면서 욕이 절로 튀어 나온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등장인물이 많아도 욕을 하지 않고도 읽어지는 ‘눈 먼 자들의 도시’같은 소설도 있지만 영화의 원작인 ‘차단’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욕을 하면서 책을 놓지 못하면서 읽을 것 같다. 피체크는 독일의 천재 법의학자 초코스와 함께 이 소설을 적었다. 그리하여 영화 속에 해부장면과 사후 경직 같은 법 전문지식도 같이 나온다. 아마도 장면은 꽤 징그러울 것이다. 막 파헤치니까

 

위아래 턱이 사라진 괴물 같은 여성의 시체의 머리 속 뇌, 저 안에서 볼펜심만한 캡슐이 나오고 그 안에는 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주인공은 발견한다. 딸을 찾으려면 변태성욕자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내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근래에 본 독일 영화 두 편은 모두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전에 본 ‘심판’의 접근방식이 다큐에 가까운 현실의 영화라면 ‘컷 오프’는 소설에 가까운 현실의 영화에 가깝다. 이 영화도 변태성욕자에게 강간을 당한 딸이 자살을 했는데 판사는 범인에게 3년의 징역을 선고하고 갱생의 기회를 준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도 않고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이런 문제를 소설적으로 잘 다뤘다. 그런 것 같다

 

온통 독일어에 긴 이름에 헬고란트 같은 지명이 난무하지만 재미와 사회문제와 심리와 스릴러를 잘 버무린 아주 흥미로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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