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마지막 두 편은 드라마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인피니티 워는 지금까지 봐 온 수많은 영화 중에서 어쩌면 가장 잔인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볼 때마다 하게 된다

 

그간의 영화에서, 슈퍼 히어로 영화의 맥락은 희생이다. 슈퍼 히어로가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은 희생이라는 기묘한 굴레를 짊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와는 무관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슈퍼맨의 원 아버지인 조엘이 카엘에게, 너는 지구인이 가지지 못한 파워를 지니고 있기에 그들과 제대로 어울리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말한다. 그리고 그들이 너에게 대적할 방법이 없기에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빌미로 너를 괴롭힐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슈퍼히어로는 고독해야 한다는 규칙 아닌 규칙을 빙빙 둘러 말한다. 말이라는 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입 밖으로 나오면 어리석다는 것을 카엘의 아버지인 조엘은 알고 있었다

 

인피니티 워가 잔인한 영화라는 건 잔인한 장면이 나와서가 아니다. 대부분 영화에서 자신을 희생해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들을 구한다. 그 누군가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며, 그런 일들이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그것이 바로 슈퍼히어로가 바라는 점이자 섭섭한 마음을 지니는 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피니티 워는 내가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초죽음을 위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를 죽여야 한다. 내가 죽는다면 괜찮지만 내 손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를 죽여야 한다. 완다는 자신이 모르는 지구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비전을 죽여야 한다. 이건 너무 잔인하다. 올슨은 비전에게 염동력을 쓰면서 그 잔인함과 비참함과 애절함을 연기했다

 

가모라 역시 스타로드에게 자신을 죽여라고 한다. 스타로드는 무슨 미친?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이런 잔인한 드라마는 아무래도 감독이 두 명이라 형이 이런 시나리오를 이러쿵저러쿵 할 때 동생이 이렇게 드라마를 짜서 레이어 밑에 깔자, 이렇게 해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으면 우리는 성공이야,라며 룰루랄라 했을지도 모른다

 

앤드게임에서는 모두의 유행어인 3,000만큼 사랑해를 남기며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는 떠난다. 3시간을 빠져서 보게 되어서 그렇지 엔드게임은 지속적인 드라마의 연속이다. 이전의 시리즈처럼 시종일관 이어지는 액션은 많이 없다

 

마지막 두 편이 드라마에 가까운 이유는 아무래도 최고의 빌런인 타노스마저 무지막지한 악마성이 짙은, 무지몽매한 디스트로이적인 빌런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은 타노스 같은 사람들은 각 나라 어디에도 있다. 이렇게 수많은 인구가 배설을 하고 식량을 먹어치우니 쓸모없는 인간은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같은 집단의 사람들. 꼭 프리메이슨이 아니더라도 사회 곳곳에 돈과 권력을 지닌 상류층은 어쩌면 타노스와 같은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타노스는 자신이 필연적 존재라고 확신한다. 자신 때문이 아닌 자신 덕분에 우주에서 살아남은 반은 더 풍족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일그러진 믿음이 강하다. 그 과정에서 역시 사랑하는 딸을 죽인다

 

완다비전은 디즈니에서 드라마로 나온다. 6시간짜리로 영화 속 올슨과 비전이 그대로 주인공이며 닥터스트레인지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호크아이 역시 드라마 버전으로 나온다고 한다. 마블의 팬들은 극장에서, 또 티브이로 지갑을 열어야 한다

 

엔드게임은 토니 스타크가 죽으며 쓸쓸하게 끝나지만 실은 END GAME이 아닌 AND GAME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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