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속에 고요가 침잠되어 있고 해는 아무리 애를 써도 구름 때문에 나타나지 않고 바람은 없는데 기온이 너무 낮아 을씨년스럽다. 먼지가 많아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재채기가 나오고 사람들의 표정은 나쁜 짓을 한 사람처럼 무겁고 무섭다
도대체 지금까지 죽어간 사람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에서 죽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일천억 명?쯤 될까. 그게 얼마나 되는 숫자일까. 사람이 죽고 나면 사람들에게 잊히게 된다. 나를 잊지 말라고 말하지만 잊지 않으면 뭐가 좀 달라지기나 할까
이런 날에 이 영화를 봤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문제적인 제도, 가장 부패한 제도, 가장 비인간적인 제도는 가족이다. 가족은 곧 계급이다. 교육문제, 부동산문제, 성차별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다. 부(자본) 뿐만 아니라 문화, 자본, 인맥, 건강, 외모, 성격까지 세습되는 도구다. 간단히 말해 만악의 근원이다 - 정희진, 가족 밖에서 탄생한 가족
우리는 아주 친밀한 사람에게 ‘가족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특별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실재하는 가족은 특별함을 일찌감치 지나쳐 온갖 문제가 산적한 집합체가 되어 있다. 우리들 내면에 간직된 상처의 가장 깊숙하고 거대한 상처는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 김소연,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영화는 여성학자 정희진의 글과 시인 김소연의 글에서 비롯된 상처로 인해 살인을 하는 주인공 로빈의 이야기다. 흥행이나 재미와는 거리가 먼 영화인데 어째서 보게 되었을까
제 3국영화라서 보게되었을지도 모른다. 북유럽 영화들, 스웨덴이나 덴마크 영화들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휙 벗어난 이야기가 가득하기에 꽤 빠져들 수 있다. 요컨대 ‘경계선’ 같은 영화
주인공인 이 여자가 나오는 영화를 오래 전에도 한 번 본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여호와 증인과 사랑하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내용으로 꽤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도 어린 시절 양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다. 며칠전에도 5살 딸을 말 안 듣는다고 가방에 넣었다가 죽어버린 일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어른이 된다고 하면 어릴 때 받은 그 학대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