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니까 촌스럽게 크리스마스 영화 한편을. 크리스마스 악몽은 괴랄하고 기기한 할로윈과 반짝이고 반짝이며 반짝이는 크리스마스를 같이 묶어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놀랍다. 잭 스켈링턴을 비롯해서 모든 캐릭터가 좋다. 나에게는 크리스마스 악몽의 모든 캐릭터가 피규어로 있다. 유령신부 버전도 피규어로 있는데 시간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하나씩 어딘가 도망가고 없다

 

크리스마스 악몽은 실사화 된다. 몇 해 전에 이런 기사가 났다면 와, 하며 놀랄텐데 이미 심바도, 레이디와 트램프도 실사화 된 마당에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 이제 곧 101마리 달마시안과 인어공주도 실사화가 되어서 나온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그것이 놀라운 일도 아닌데 서프라이즈처럼 놀랍기도 하다

 

요즘은 팟캐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원종우의 SF소설을 읽고 있는데 미래의 이야기를 무라카미 류보다 쉽게 풀었고 테드 창보다 재미있다. 그 책에도 나오지만 블레이드 러너의 래플리컨트 로이 배티는 단 4년으로 정해진 삶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지구에 잠입한다

 

살아남기 위해 끈질기게 싸우던 로이는 막판에 그를 쫓던 릭(해리슨 포드)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지만, 건물 옥상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지는 릭을 구한다. 이어 “이제 죽을 시간이다”라며 빗속에서 숨을 거두는 그의 얼굴에는 허무 속에서도 평온함이 감돈다

 

4년 밖에 살지 못해 삶을 늘리려 지구에 온 로이가 어째서 마음을 바꿔 먹은 것일까. 4년이라는 생은 인지력을 가진 생명에게 너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어차피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처지도 로이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 4년을 살아온 사람도, 3천년을 살아온 사람도 지나간 시간은 하나의 점으로 모두 뭉뚱그려 치부되기 때문이다

 

9살 인생의 아이도, 90살 인생의 노인도 지나간 시간은 그저 하나의 점과 같다. 로이는 생명의 연장 끝에서 그 통찰을 하고 릭을 구하고 자신은 누구보다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로이 역의 롯거 하우어 역시 올해 여름 세상을 마감했다. 재미와 철학으로 중무장을 한 블레이드 러너 속 시대가 바로 올해인 2019년이다. 올해도 이제 롯거 하우어처럼, 영화 속 로이 배티처럼 서서히 생명이 다 해간다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 스켈링턴 역시 로이처럼 자신의 방식대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와 내 가족만 행복한 성탄절이 아닌, 하루정도는 모두가 행복한 날이 되기를 바라며

 

 

 

불과 5, 6일 전 글인데 엄청 오래 된 것 같은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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