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집 주인공 아이들은 어린인데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려서 안타까운데 대책 없이 예쁘고 환해서 화가 나는 영화였다. 영화는 어른들이 망쳐버린 밝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밝은 구석이 요만큼도 없는 시간을 보내는데 아이들의 찬란하기만 한 웃음소리가 번지면 마술처럼 똬리를 틀고 있던 화가 싸그라든다

 

너무 슬프면 눈물보다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너무 아프면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고 정말 좋은 것은 불안하다. 영화 속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런 모순과 배위를 지니고 있다. 어두운 현실에서 너무 밝고 반짝여서 양손을 모아서 아이들만 퍼 올리고 싶다 .

 

윤가은 감독은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찍는 성인배우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찍는 신에는 미미하게 접촉이 있더라도 조심스럽게 연기를 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것처럼 작은 충격에도 크게 상처를 받을 수 있기에 말과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 위주로 촬영을 했다

 

나는 아이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 말은 싫어하지도 않는다. 어린이는 그냥 어린이다. 자기중심적으로 움직이고 빨리 달리고 높은 곳이면 오르려하고 좋으면 소리를 지른다. 어린이는 원래 그런 거다. 어린이가 뒷짐 지고 에헴 하며 양반처럼 걷고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다

 

어른의 생각대로 안 된다고 아이들을 때리고 굶기고 버리기도 한다. 심하게 때리다가 죽이기도 한다. 키우던 반려견도 버리면 안 되는 세상에서 아이가 꼴보기 싫다고 가장 나약한 존재인 어린이를 그렇게 때리고 싶을까. 키울 자신이 없으면 위탁기관에라도 맡기지 때리고 버리고 히히덕 거리고

 

영화 속 작고 용감한 아이들에게는 어른에게서 볼 수 없던 ‘용기‘를 볼 수 있었다. 어디하나 나을 것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마법을 부려간다. 영화 속 계절처럼 찬란한 여름 같은 아이들이 보는 어른들을 반성하게 한다

 

저녁에는 네온으로 북적이는 다운타운이 새벽이 되면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이렇게 추운 날 밖에 있다가는 얼어 죽기 딱 좋기 때문이다. 모두들 새벽에는 집 안에서 따뜻하게 잠을 잔다. 집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추운 겨울의 새벽에는 모두 자기의 집으로 들어가 행복한 꿈을 꾸며 잔다. 따뜻하게 발을 뻗어 잘 집이 있다는 건, 비록 그 공간이 비좁고 마음에 들지 않아 불편하더라도 불행하지는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