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라디오

 

이 글은 책 ‘무라카미 라디오‘가 현실이 된 사건?으로 하루키가 1일 디제이가 되어서 해버린 방송을 글로 옮겼다. 하루키가 도쿄FM 라디오에서 육성으로 ‘런 앤 송’ 방송을 했는데 그걸 글로 옮겨본 것이다. 하루키는 음악을 선곡해서 틀고 중간중간 음악에 대해서 짤막하게 언급을 한다. 하루키는 재즈의 광팬으로 알려졌지만 무라카미 라디오에서는 깊이 있는 재즈보다는 스탠다드한, 팝에 가까운 재즈곡을 주로 튼다.

 

하루키는 평소 인터뷰나 연설에서의 무게감 있는 진지함을 빼고 밝은 톤으로(말 많다 하루키 아저씨 ㅋㅋ) 즐겁고 유쾌하게 방송을 한다. 중간중간 허밍으로 음악을 따라 부르기도 하고 웃음소리도 들린다. 하루키가 틀었던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같이 들어보면 또 다른 맛이 있다.

 

하루키 라디오,라고 하지 않고 무라카미 라디오라고 한 것을 생각해보면 어제의 글에서 하루키가 아버지에 대한 소견을 밝히면서 하루키라는 이름 보다는, 내밀한 무엇이 깃들여 있는 무라카미,라는 성에 자신의 무게를 좀 더 둔 것을 생각하면 제목에 고개를 끄덕하게 된다. 그때 하루키는 긴 이야기를 하면서 조부의 이름은 밝혔지만 부친의 이름은 끝끝내 말하지 않았다. 하루키는 어머니의 이름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나오면서 육성으로 무라카미 라디오,라고 말하며 시작을 하는데 무라카미 레(이)디오라고 발음을 한다. 그럼 무라카미 씨의 무라카미 라디오로 한 번 들어가 보자.

 

무라카미 라디오1

곰방와 무라카미 하루키데스. 라디오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제 목소리를 처음 듣는다는 분들도 꽤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 방송은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틀고 곡과 곡 사이에 제가 약간 이야기도 하는 방송입니다. 청취자들로 받은 질문에도 대답을 하구요, 어, 여러분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오늘 첫 곡부터 들어보실까요.

 

Madison Time ? Donald Fagen

 

오늘 무라카미 라디오 런 앤 송의 문을 열어준 첫 곡은 도날드 페이건의 메디슨 타임이었습니다. 스티리 단의 도날드 페이건이 뉴욕에서 했던 라이브 음반이었는데요, 키보드 연주자인 제프 영의 밴드가 백업을 맡았습니다. 이 곡은 재즈 피아니스트인 레이 브라이언트가 작곡했는데 1960년 쯤 히트했었죠. 레이 브라이언트는 정통파 재즈 피아니스트로 마일즈 데비이스나 소니 롤링스 등과도 함께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10대 시절 저는 꽤나 진지한 재즈 팬이어서 저, 레이 브라이언트가 어째서 이런 상업적 음악을 하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만 지금 이렇게 들으니 꽤 좋은 곡이네요. 어깨의 힘을 빼고 그루비하게 말이죠.

 

저는 조깅을 할 때 늘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는데, 한 대에 천곡에서 이천곡이 들어가 있고 그런 걸 7대 정도 갖고 있습니다. 좀 많긴 하죠. 오늘은 이 수많은 라인업 가운데 몇 곡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달릴 때 듣기 적당한 음악이 뭘까 한다면 ‘정신 사나운 음악은 금물’이라는 건데요, 리듬이 도중에 바뀌어버리면 꽤나 달리기가 힘들어지니까 같은 리듬으로 가능하다면 심플한 리듬인 편이 좋습니다. 멜로디를 술술 흥얼거릴 수 있고 가능하다면 용기도 좀 나누어 주는 듯한 뭐 그런 음악이 좀 이상적이구요. 어.,, 예를 들면 그래요, 이걸 들어봐 주세요.

 

Yo Ho ? Brian Wilson

 

이 곡은 브라이언 윌슨이 만든 디즈니 관련 곡 모음 앨범에 수록됐습니다. 세 곡이 하나로 되어 있습니다만, 첫 번째가 방금 들으신 이 요호~인데요, 이건 디즈니랜드의 ‘카리브의 해적’ 테마송입니다. 다음의 두 곡은 Heigh-ho, Whistle While You Work 휘파람을 불며 일하자, 입니다. 이 두 곡은 1937년에 공개된 ‘백설공주’에 수록된 곡이죠. 그러니까 디즈니의 오래된 영화 테마와 새 영화 테마를 함께 합친 건데요, 이런 조합이 참 재밌네요. 이 앨범이 나왔을 땐 어,,,왜 브라이언 윌슨이 디즈니의 모음앨범을 내지? 하고 갸우뚱했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윌슨 3형제가 태어나 자란 곳은 캘리포니아주의 호손이라는 마을로 애너하임과 가깝습니다. 애너하임이라면 디즈니랜드가 있죠. 어린 시절 브라이언은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을 엄청 좋아했던 것 같네요.

 

다음 편으로 무라카미 라디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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