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펀치의 스릴러 정점이라 불리는 영화 '세븐'은 정말 무서워서 욕 나오는 좋은 영화였다. 캐빈 스페이시의 살인 장면은 끝내주었다. 이 무시무시하고 빠져들 것 같은 스릴러 속을 벌리고 멋진 모습의 브레드 피트와 예쁜 기네스 펠트로는 온통 공포뿐인 이 영화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불행한 삶을 벌리면 희망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모건 프리먼이 두 사람의 집에 초대되었을 때 두 사람은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기차가 지나가면 집에 흔들 거린다. 이 장면은 영락없이 하루키의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이라는 단편 소설이 떠오른다

 

하루키는 아내와 결혼을 하고 아주 싼 가격에 단독주택에 입주하게 되어서 기뻤다. 단독주택에 방도 몇 개나 있고 비록 작지만 마당도 있어서 고양이도 키울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단독주택의 집세가 이렇게 저렴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치즈케이크처럼 생긴 주택 양옆으로 철길이 나 있고 하루에 수시로 지하철이 지나갔으며 시끄러워서 기차가 지날 때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양옆으로 동시에 기차가 지나갈 때면 식탁이며 집이 온통 덜덜거렸다. 그런데 기네스북에 나올 만큼 가난했던 치즈케이크를 닮은 그 집에 살 때가 행복했다고 한다

 

단편 소설이라고 하지만 하루키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곳이 어딘가 구글을 통해서 찾아보면 정말 그런 곳이 일본에 있다. 츄오센과 고쿠분지 사이의 삼각형 토지에 있는 집이었다. 소설 속에서 고풍스러운 집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러한 것 같다. 지금은 이렇게 현대식 건물로 바뀌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하루키는 이부자리와 옷가지 식기 전기스탠드, 몇 권의 책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전 재산의 전부였다. 그만큼 가난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은 지극히 간단해진다

 

겨울에 해가 지면 하루키는 아내와 고양이를 안고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갔고 아침에 나오면 부엌의 싱크대가 얼어붙어 있었다. 그렇지만 가난이라는 불행 속에서도 봄이 오면 근사해져서 세 명(고양이포함)이 나른한 봄볕에 작정하며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하루키는 그 당시를, 우리는 젊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고, 햇볕은 공짜였다. 고 했다

 

그런 하루키의 소설이 우울하고 겁이 나는 긴 내용 속에 잠깐 등장하는 저 장면에서 영화 속 또 다른 영화처럼 떠오른다. 아주 짧지만 이 두 사람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비록 곧 이 행복이 깨질지라도 이 순간의 행복을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영화 세븐에서 마지막 장면에 지독하게 똑똑한 범인의 의도대로 되게 하는 것인가 아내인 기네스 펠트로가 죽어서 분노를 드러내야 하는 것인가 하며, 증오와 분노와 슬픔을 얼굴에 표현하는 브레드 피트의 연기는 가을의 전설을 뛰어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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