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은 우디 알렌의
‘해리 파괴하기’가 떠오른다. 여러 개의 자아를 영화 속에 다르게 끄집어 내서 다채롭고 초현실적이고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인 사랑과 섹스와 욕망,
좌절을 표현한 우디 알렌을 보며 뭐지? 뭐야? 정말 천재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멜로가 체질을 보며 해리 파괴하기가 떠오르는 건 역시 뭐지?
하며 보기 시작하여 웃으며 씁쓸한, 너무 현실적이어서 이건 꿈을 꾸는 건가 하는 드라마다
멜로가 체질 속에는 500일의
썸머도 있고 알랭드 보통도 있고 그러면서 한국인! 한국청년!이 단단하게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드라마 작가 진주와 소규모 드라마 제작사의
직원인 한주가 다큐 감독인 친구 은정의 집에 모여 살면서 시작된 이들의 수다는 나비효과처럼 주위의 사람들마저 본격 수다블록버스터에 걸맞은 대사를
마구 쏟아낸다
니새끼, 개새끼, 이시끼가
수위 적절하게 튀어나오며 치와와를 닮은 천우희의 표정과 대사가 담긴 연기는 와 하는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만든다. 7회인가? 진주와 강아지들이
나란히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웃긴데 저들은 진지하다. 진주는 진주 대로 진지하고 강아지들은 강아지들 대로
진지하다
2회인가 삶에 허덕이는 이들을
보며 진주의 부모님은 이런 대사를 한다. ’애들이 힘든 건 어른 탓인데 우리 애들도 어른이 되어 버렸네.’ 서른이면 이미 어른인 것이다. 누가
서른이 되면 다 괜찮아진다고 했을까. 어른이라 쉽게 울 수도 없다. 그렇다고 친구와 함께 있는데 어른처럼 에헴, 하며 체면만 차릴 수도 없다.
어어? 하다 보니 서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8회까지 진행된 멜로가
체질에서 8회에서 한주의 대표가 무너지는 모습이 나온다. 한주가 밑바닥부터 몇 년 일하면서 보아오던 대표는 꼿꼿하고 무섭고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무엇보다 정확했다. 하지만 대표는 그런 생활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쏘아 부었다. 그랬던 대표가 한주를 끌어안고 열심히 운다. 술집에서
사력을 다해서 운다. 엉엉 운다. 이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은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하는데 현실은 늘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작가와
방송국 피디를 꼬시기 위해 한우를 사려고 해도 너무 비싸다. 또 운다. 이 장면은 참 웃긴데 참 몰입하게
한다
이 대책 없지만 앞일을
걱정하는 주인공들은 사랑타령 드라마를 너무 좋아한다. 실은 그런 사랑은 현실에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늘 바란다. 밤에 먹어야 건강한 라면이
나오는 그날을 기다리며 그냥 그 정도의 설렘을 느끼고 이 정도의 위기에 몇 번쯤은 져도 무난한 행복한 인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