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체르노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보기 힘들었던 장면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체르노빌에 남아있는 강아지들을 처분하는 장면이다. 강아지들과 20년 넘게 함께 살다보니 강아지는 거의 사람 같게 느껴져서 화면에서 동물을 죽이는 장면은 몹시 불편하다

 

체르노빌에 버려진 강아지들은 먹을 것이 없기에 굶주리다가 닭을 잡아먹고 그러다가 사나워지고 더 이상 먹을 게 없으면 서로를 잡아먹는다. 그러다가 더 굶주리면 동네를 벗어나서 먹잇감을 찾다가 인간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강아지들이 방사능을 잔뜩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남아있는 강아지들을 전부 살 처분을 한다. 강아지들은 주인과 사람들이 전부 빠져나간 동네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리니 반갑게 나왔다가 총살을 당한다. 그런데 바로 죽지 않으면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는 살 처분에 투입된 사람들 역시 보통의 정신으로 살 수가 없다. 한 번 작업을 하고 나면 보드카를 들이켜야 한다

 

악순환인 것이다. 방사능은 흘러 흘러 어떻게든 생명이 있는 생명체에 들러붙어 무서움을 초래한다. 그 과정에서 반사능에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서서히 망가진다

 

일본 아베정부는 방사성 오염수 100톤을 태평양에 방류할 거라는데. 흘러 흘러 1년 뒤면 동해안에 세슘이 가득한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우리는 먹을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방사능 뒤처리는 타국에서 관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세슘은 일본에서 국가 기밀이라 언론에서 보도도 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영화 속 강아지들의 살 처분에 투입된 파벨도 굉장한 고뇌에 휩싸인다. 5부작 중 4부가 끝나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나와서 파벨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파벨은 이 모든 결백한 사람들을 대표합니다. 분쇄기에 내던져지고 반대편으로 뱉어내지죠. 겪은 일들을 그냥 외면할 수는 없죠.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쟁과 매우 유사하죠. 무의미합니다. "여기, 나는 18살에 어딘가로 가서 사람을 여럿 죽이고 돌아온다" 그게 누군가에게 좋았던 적이 있나요? 아니죠.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죠. 비인간적이 되죠, 기본적으로

 

 

세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뿐만이 아니라 들키기 전까지 아무에게 알리지 않는 것까지 인정해야 했죠. 그 결과, 그들은 사실을 알리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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