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플로이드의 디비전 벨
앨범은 로저 워터스가 나가고 데이빗 길무어의 체재로 변환된(대충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다음 7년 만에 나온 앨범이다. 로저 워터스나 데이빗
길무어나 핑크 플로이드의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듣는다는 건 무척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에는 음악으로 이런
메시지 같은 걸 던지는 그룹이 있다니 참 신비한(신기한 일이 아닌) 일이다.
찌질하고 찬란하고 극단에
무모하고 두려움과 보이지 않는 희망을 갈구하고 질서의 파괴와 절망하고 결핍된 대학생활을 견디게 해 준 몇 가지 중에 핑크플로이드의 음악이
있었다.
소니 휴대용 시디플레이어는
휴대는 가능하지만 조금만 충격이 가해지면 시디판이 튀어 처음부터 나온다. 그래서 휴대용이지만 어딘가에 놓고 음악을 들어야 했다. 그렇게 대학교의
볕이 좋은 곳에 앉아서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한없이 들을 수 있었던 대학시절은 암울했지만 꽤 행운이었다.
공강 시간에 아이들이 공을 찰
때 볕이 드는 곳에 앉아서 디비전 벨을 듣고 있으면 마치 양수 속에 옹크리고 들어가 있는 착각이 들었다. 눈앞의 태양의 미광은 수많은 꽃가루를
보이게 만들었고 꽃가루들은 불투명하고 아주 부드러운, 그래서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이질적인 세계에 들어와 있게 만들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디비전
벨은 그런 세계로 이끌었다.
지난 시간을 잊게 만들고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시간 속에 몸과 마음이 융해되는 아주 묘한 느낌. 마치 영화 큰텍트에서 조디 포스터가 미지의 우주의 모습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 버리는 현상을 나도 느낀 것이다.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고 풍부한
상상력에 의존해 있던 대학생인 나에게 7년의 공백을 깨트리고 나온 디비전 벨은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 또는 내가 사랑하는 이의 속삭임 같은
것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어느 지점을 보고 있노라면 거기서 전설 속의 돌이 자연스럽게 발광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눈물이 죽 나온다. 세상에는 그런 음악이 존재한다.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에 병합되는 말이다. 돈의 필요성은 알아도
돈의 중요성을 딱히 몰랐던, 약간의 진지함과 약간의 침묵을 사랑하고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일에 흥미를 가졌던 대학생 나에게 핑크 플로이드의
디비전 벨이 함께 했었다는 건 꽤 흡족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