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교회에 호치키스 지뢰를 뿌려놓고 전선을 다 잘라먹을 만큼 장난이 심했다. 장난. 이 장난기는 언제쯤부터 생겼고 어쩌다가 이렇게 극에 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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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3학년 때에는 한 여름에 아이들과 놀 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입 다물고 진지하게 땀을 흘리며 지지 않으려고 뛰어다니고 놀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위험하고 웃긴지 어른들은 웃겨 죽는다고 했다. 그러다가 넘어지면서 팔을 바닥에 짚었는데 탁 꺾이면서 깁스를 하게 되었다. 깁스를 하고서 그날 슬픈 표정으로 있었지만 그 다음날에는 또 깁스를 한 채 진지하게 뛰어다니며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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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한 번 학교 운동장에 미끄럼틀에서 놀았는데, 거기서는 아이들이 미끄럼틀 위에서 양손으로 옆을 잡고 공중 돌기 하듯 한 바퀴 돈 다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갔다. 나는 당연하게도 깁스를 하고 있기에 그것을 할 수 없었는데 미끄럼틀 위에 있다가 교장실에서 보는 교장선생님에게 걸려 거기에 있던 아이들과 함께 교장실에 불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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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장난이라는 건 순전히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을 향해 내뱉는 행위에 대한 평가를 뭉뚱그려 하는 말이었다. 깁스를 한 채 나는 장난을 칠 수 없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나는 장난이 심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교장실로 불려가서 무릎 꿇고 혼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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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눈으로 보는 그 알 수 없는 평가에 들어가기 위해 장난이라는 행위를 하는 아이들은 없다. 더욱이 나는 한 쪽 팔에는 깁스를 한 채이기 때문에 위험한 장난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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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은 위험한 장난을 해서 우리를 혼낸다고 말했지만 그 속을 잘 들여다보면 미끄럼틀이 망가지는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이 주 요지였다. 그래서 나는 장난이라고 우리를 치부하는 교장선생님이 지금 장난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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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장난치기가 힘들어진다. 장난을 치고 싶어도 장난을 마음껏 칠 수 없는 이상한 나이에 접어들었기에 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장난으로 장난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니 저 높은 곳에 앉아 있는 교장선생님이 측은해 보였다. 이것이 장난이라면 장난을 좀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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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깁스 한 팔을 들고 한쪽 팔로 받치면서 인상을 썼다. 왜 그러냐? 깁스 한 팔이 아프냐?라고 교장선생님은 교장선생님 특유의 그 톤을 유지하고 물었다. 가려워요. 근지러워 죽겠는데요.라고 말했을 뿐인데 교장선생님은 장난인 것을 알았는지 유지하던 톤에서 벗어난 목소리로 장난하지 말고 똑바로 무릎을 꿇엇,라고 했다. 그때 나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무릎 꿇고 손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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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장난이라면 교장실에 불려온 것도 장난이고, 미끄럼틀에 깁스 한 팔을 한 채 올라간 것도 장난이고, 깁스 자체도 장난인 것이다. 장난을 칠 수 없는 나이에 장난하냐? 라든가, 장난치지 마, 같은 소리를 들으면 장난이기 이전에 덜컥 겁부터 난다. 오빠, 지금 장난이지.라는 말이 나오는 건 이미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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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날 어떻게 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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