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벗어난 SF 영화는 재미있다. SF 영화는 우주의 고독이 있다.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의 공백을 표류하는 주인공들의 외로움이 가득하다. 깊은 고독을 오고 가는 메타포 역시 아름다운 지구에서 펼쳐지는 영화적 표류보다 심층적일 수밖에 없다. 끝도 보이지 않는 우주를 바라보는 시적인 감수성과 표층적이지 않는 언어가 있기 때문에 판타지와는 다른 SF영화의 감성 때문에 사람들이, 어른들이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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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타워즈, 에일리언 그리고 천 개의 행성 등 원작 소설을 봐도 주인공들은 더없는 외로운 우주 속을 고독하게 누비며 근원적인 인간문제에 대해서 다가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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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가 재미있으려면, 도시가 나오고 도시 속 사람들이 가득 나오고 그 속에서 비주얼 쇼크가 이루어지며 클리셰를 비틀어 버리면 보는 이들의 재미를 끌어낼 수 있다. 즉 지구를 벗어나 사람들이 도심 속에 있는 것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비주얼 쇼크를 일으키고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영화가 주는 재미로 치자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영화적으로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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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DC코믹스의 시리즈는 망작에 가까울 정도로 위의 요소들을 전부 결합하고서도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맨 오브 스틸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조드 장군은 정말 지구의 인간들을 씹어 먹을 듯했다. 입체적이었다. 조드 장군과 카엘의 전투를 통해 미국의 왓슨 테크니컬 컨설팅 회사에서는 피해액을 추산하기도 했다. 인명피해로 12만 명의 사망자와 25만 명의 실종자와 돈으로는 7천억 달러라는 피해액이 나왔다고 할 정도로 영화는 회자되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초강력 빌런이라는 게 조드 장군의 다리 하나를 따라오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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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코믹스의 영화가 마블의 영화보다 재미가 떨어지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를 들자면 마블의 시리즈가 벌써 20편이나 나왔는데 마블 각각의 영화가 나오기 전에 도시가 먼저 화면에 나온다. 그리고 그 도시가 가지는 특징을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있고 그 도시 속 맥도날드나 실제 건물을 배치시킴으로 허구 속 현실을 보여주는데 반해 DC코믹스의 영화는 도시도 허구에 현실의 접점을 찾아볼 수 있는 요소가 전무 후무하다. 설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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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워는 마블의 19번 째 영화다. 그것도 아주 긴 영화다. 인피니티 워에는 그간의 어벤져스 시리즈의 영화에서보다 아주 많은 히어로가 등장을 하고 비주얼 쇼크가 강하게 이루어지고 흔한 클리셰를 파괴해 버린다.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줌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도 했다. 이로써 이제 어벤져스의 끝이 보이게 되었다. 십 년 넘게 전 세계 사람들의 아드레날린을 충족하게 분출시킨 시리즈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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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워에서도 우주적 고독과 철학적 물음 그리고 요소마다 나타나는 미국식 유머와 함께 조드 장군보다 강력한 타노스가 등장한다. 타노스는 우주적 재앙이며 흔한 클리셰를 파괴하는 굉장한 타격감의 빌런이기도 하다. 스톤을 모아서 아이언맨을 타격할 때에는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초합금으로 이루어진 아이언맨이 부서질까 조마조마했다. 타노스는 입체적이다. 어벤져스를 그야말로 때려 부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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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워는 기존 히어로물의 작법과는 이별을 했다. 헐크가 패배를 한다. 이것은 충격적이다. 그 후 영화 내내 헐크가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절대적일 것 같았던 아스가르드의 파멸, 록키의 죽음과 해임달의 죽음은 영화의 결말을 말하기도 한다. 마치 영화 우주전쟁 초반의 장면에서 레이첼(타코다 패닝)이 손가락이 가시에 찔려 아파하고 아빠인 레이(톰 크루즈)가 빼내주려고 하자, 가시는 가만두면 저절로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 첫 장면이 우주전쟁의 결말을 말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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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워는 긴 시간을 할애함에도 조금 안타까운 건 타노스의 퀘스트를 한 영화 속에서 다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인피니티 워를 두 편으로 제작했다면 그 속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활약도 더 보여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와칸다에서의 전투에서 히어로들은 그간의 영화 속에서처럼 큰 활약을 하지 못한다. 100년 된 젊은 노인인 버키는 그런 엄청난 무기인 팔을 부착하고도 그저 엑스트라에 그치고 마는 모습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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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워에서의 타노스는 영화적인 작법에 따라가다 보니 어느 정도 인간화가 되었다. 고뇌를 하고 앞뒤를 척도 한다. 원작에서의 타노스는 손가락 튕기기만으로 우주의 반이 날아가는 미치광이자 전 우주의 악으로 나오지만 영화 속 타노스는 지구의 인간이 가지는 감정을 지니는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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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줄여서 쓰려고 해도 안 되니 급,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물리적으로 충격적인 결말로 끝난 인피니티 워는 쿠키영상과 엔터맨과 와스프를 보면서 어벤져스가 이후 타노스와의 전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닥터스트레인지가 예지력을 통해서 말 한, 단 한 번의 승리를 알 수 있다. 엔터맨의 배경이 된 도시가 양자역학을 오래전부터 연구를 후원하는 도시로, 어벤져스 4에서는 당연하지만 양자역학으로 타노스와 대결을 하게 될 것이다. 우주의 물질을 바꾸고 눈앞의 고체를 기화시키고 상대를 무참히 무력하게 만드는 타노스라도 우주를 관통하고  흐르고 있는 엔트로피는 일정하기에 어벤져스는 양자역을 이용할 것이다. 우주, 자연의 흐름을 그 어떤 존재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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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게 써서 줄이고 줄였지만 단편소설 만큼 적어도 할 말 많은 어벤져스시리즈. 역시 다음 영화가 기대되는 어벤져스다. 영화 속 수많은 감동적인 장면이 많지만 그루트가 자신의 팔을 잘라 토르의 망치 손잡이를 만드는 장면에서 급 감격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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