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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토우의 집
아주 어릴적 기억으로 학교에서 신학기가 되면 가정조사서를 작성하게 했었다.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부터 시작해서 아버지, 어머니 학력과 직업 집에 티비가 있는지 다른 가전제품이나 전화가 있는지부터 기억속에 어머니는 내 팬티는 몇갠지 안 물어보나? 할 정도로 세세히 적어냈던 기억이 있다. 당시는 아버지의 자가용이 엄청 자랑스러웠지만 그건 업무상 직장소유였고 우린 가난 했었나 보다.
토우의 집은 딱 내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 같다. 그때 우리들은 정말 순수했었는데 시골은 아니고 약간은 도시냄새가 나는 곳이었지만 토우의 집에 나오는 분위기는 정말 그때 향수가 물씬 난다. 마당에 우물은 없지만 펌프가 있었고 수돗가라 하지 않고 샘(새미)라고 했던 것 같다 장독대에서 뛰어내려 코피나던 남동생도 생각나고 집안에 화장실이 공용이고 두 개 있었고 남동생이 빠진적도 있고 그 화장실 가기전 칸엔 연탄창고가 있었다. 겨울이 되면 미리 사재워 놓아야 겨울이 든든했던 기억 내 어릴적 기억은 동사무소 앞 기와집이 그나마 추억이지만 건너편 양옥집에 사는 동창은 집에 피아노도 있고 완전 부자였던 것 같다.
울 아버지는 17통 통장이고 새마을 지도자고 정말 무지 무지 대단하신 분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유치한 자랑거리였다. 당시 내가 제일 두려워 하던 존재는 나보다 16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크면 정말 가만 안 두고 싶었는데 “ 도란도란 예기를 나눌수록 그들의 한숨은 깊어갔다. 그들의 깊은 고민은 왜 자신들이 언니나 형에게 짓눌려 살아야 하고 거꾸로 저들을 짓누를 수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더 억울한 건 그들이 한 살을 먹으면 저들도 한 살을 먹으니 평생 여섯 살의 차이를 좁히지 못할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 [51쪽] 나도 예전엔 고민하던 이야기라 혼자 웃으며 책을 읽어 갔다.
사람이라면 은혜도 알고 가끔은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저주의 말이 현실이 되어 돌아 올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닌 말 그대로 속상하니 말로라도 풀고자 한것이었는데 은철이 다리를 다쳤을 때 자식키우는 부모는 말을 함부러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나 또한 자식과 그 자식까지 보고 살면서 남에게 악하게 해서는 절대 안되는 거라는 것을 여러번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은 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많이 아프다. 현실이 아프고 저주 스럽고 속상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겉만 달라지고 별반 변한 것이 없는 듯 하다. 영이와 원이의 아버지가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 솔직히 난 이해가 잘 안가지만 간첩은 아니었고 영이 어머니 또한 그렇게 정신력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데 인간의 한계란 정신력이란 개인마다 다르니 그저 모정으로 어느정도까지의 한계뿐이니 안타까웠다. 제발 10년뒤 20년뒤에 금철, 은철, 영이, 원이는 다른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몸을 다친 은철이보다 마음을 많이 다친 원이가 너무 가슴에 남는 책이다. 이 책이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인지 분명 어제밤 집에갈땐 무겁지 않은 작은 책이었는데 아침에 가게올땐 가방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