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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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 블링한 표지의 츠바키 문구점을 처음 접했을 땐  귀여운 팬시용품을 많이 파는 문구점일까? 아니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있을까? 상상했지만 그것들과는 방향이 완전 달랐다. 문구점이라는 면에서는 나미야 잡화점과 특별히 다르지 않지만 그건 오래된 폐 상가이고 이곳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고 예쁘지는 않지만 문구를 파는 곳이다. 포포의 이야기를 읽어 가며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책 읽는 속도가 무지 느렸다. 요즘 내가 너무 삭막하게 격렬하게 살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은 수국이 많다. 수국이 설마 물수 자를 쓰는 국화는 아닌지 일단 한문으로는 물수 자이긴 하다. 수국을 정원 테두리 가득 키우는 게 오래전부터 꿈이었다. 언젠가는 가능할 거라 꿈을 꾸며 현재는 두 나무와 같이 산다.

대리, 대필 이런 단어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았는데 선대의 말을 읽고 보니 모든 게 대리가 되는 시대인가 싶기도 하다. 대리는 많은 편리함을 준다. 대리운전도 안전하게 귀가를 대리라는 이름은 없지만 많은 것들이 대신 편리함을 주는 것이니 그것이 성의가 없다고 매도하긴 힘들지 싶다.

선대라는 단어가 자꾸 거슬리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가업을 위해 입양까지 하는 전통은 너무 좋은 것 같다. 물론 개인 성향을 보지 않고 무조건 가업을 이으라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지만 가업에 대한 인식이 참 좋은 것 같고 그 가업의 종류나 업종에 크게 선입견이 없어 보여서 좋다. 초밥 집도 우동집도 가업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책에서 많이 봤다. 포포도 결국 가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결혼식 방명록이 그렇게 사용된 건 안타깝지만 조금은 숙연해지고 뭔가 한을 푸는 느낌도 있어서 나쁘지 않은 거 같다. 나도 조만간 손 편지로 인사를 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싶어서 약간은 숙연해진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을 전하면서 획일적인 우체국 연하장에 비슷한 문구로 전하던 사무실에선 나름 사인만 직접 펜으로 했던 것 같다. 상대방을 여러 번 생각하며 전달할 내용과 받을 사람과 보내는 사람을 다 고려해서 종이도 정하고 펜도 정하고 그 종이도 재질에 색상 그와 맞는 펜과 잉크색, 봉투 방향과 봉투 색에 가끔은 실링 왁스도 우표도 필체도 모두 선정하는 정성을 보니 글의 내용이 절도 정갈해지는 듯하다. 그냥 볼펜으로 마구 악필로 써 보내는 나 자신이 살짝 부끄러워진다.

내가 참으로 싫어했던 일본이지만 아름다운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난 이 책의 표지도 간지도 너무 좋다. 고급 지고 차분하면서 예쁘고 부드럽고 아름답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제 쓰인 각기 다른 필체의 편지들이 일어를 몰라 그 느낌은 다 와 닿지 않지만 각 본문의 내용을 생각하며 펴 보니 약간의 느낌이 오는 듯하다. 사쿠라의 봄도 초여름의 수국도 다 보고 싶게 만드는 가마쿠라에 가보고 싶다. 그리고 그곳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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