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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미치게 하는 남자아이 키우는 법 - 엄마가 몰랐던 숨겨진 남자아이 특성 15가지
다카하마 마사노부 지음, 이미소 옮김 / 생각의날개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고상하고 지적인 여인이 있었다. 그분은 나의 이모시다. 나에게 두번째 책 세계의 문을 열어 들어 가게 하신 분도 이모시다. 결혼과 출산으로 책과 멀어진 나에게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자기랑 나랑 나눠구매하게 하고 독서동기를 부여했으며, 장식용으로 도자기사면 전집을 선물하는 외판원에게 구매한 여인열전을 애들 할아버지가 사서 장식해 놓은 것을 훔쳐서 이모에게 바꿔가며 빌려주며 같이 읽었던 아주 지적이고 고상한 여인이 차츰 변해갔다. 그 원인은 모두 가족구성원 탓이었다.
이모는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계셨다. 이모부도 남자니까 이모네 식구는 남자셋과 주부한명이었다. 그 중에 여자는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난 안 저래야지 했지만 딸을 낳고 다음해 낳은 아들은 나의 꿈을 뭉개버리고도 남았다. 딸은 어려도 한번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안했지만 아들은 쇠젓가락으로 콘센트 구멍 뜷기하다 걸려 손을 때리면 다른손이 다시 시도하는 장난의 대가가 였다.
아들을 키우며 나의 목소리는 하이톤의 소프라노로 변해가고 성격도 과격해 가며 내가 뭘 잘못 먹어서 애가 저리도 별나지를 고민하게도 되었었다.

몇일전 아들을 둘 키우는 딸을 만나러 마산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선 제일 빠른 KTX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며 이 책을 펼쳐읽었다. 읽는 내내 어쩜 이리도 잘 설명을 해 놨을까? 감탄하며 읽었다. 남자 아이라 어쩔 수 없었던 거라지만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특히 더 힘들거라 생각한다.
내 아들이 뭔가 사달라고 했을 때 예나 지금이나 난 사준다 안사준다를 한번 말하면 절대적으로 실천했었다. 가끔은 안 사준다 했지만 엄마 마음에 사주고 싶어 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와 아들의 약속이니 어길 수 없다는 마음에 사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것을 아는 아들은 엄마는 한번 말하면 절대 실행하니까 다른분을 물고 늘어졌다. 말하자면 밥이 되는 것이다. 특히,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는 조르면 사주시니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조른다. 가구점가서 침대도 계획없이 사고 한번은 식혜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할머니가 식혜하시는 시간동안 땅을 치며 울며 조른적도 있었다. 식혜가 한두시간만에 되는 게 아닌데도 그런 이해는 필요없던 아이였던 거였다. 지금 나도 조금은 그 할머니를 닮아 가는 듯 하지만 손자라고 무조건은 안하려고 노력중이다.
이 책을 먼저 만났더라면 좀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키울 수 있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딸을 주려고 가지고 갔었다. 이 책은 나보다는 8살 4살 사내놈만 둘 키우는 딸에게 꼭 필요할 것 같다. 4살 작은 놈이 WHY책에서 글자도 모르면서 똥책만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나이 남자아이들의 대략적 특성인듯해 좀더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사내는 힘들다.
오늘도 카톡이 왔다.
앞 뒤 다 짜르고 호칭도 먹어 버리고 아빠의 앞치마 사주세요.
아빠의 앞치마는 동화책 이름이다. 이 아이 한테는 내가 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