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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여러권 읽었다. 대부분이 형사나 탐정이 사건의 열쇠를 풍어간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형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인물은 절대 아니다. 일련의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 시공간을 넘나들다 보니 약간은 혼란 스러울 수는 있으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사건들은 나미야 잡화점 또는 나미야 할아버지와 관련이 있다.
몇일전 사무실에 스터디에서 공부하던 동기인 나이는 한참 어린 동생이 찾아왔다. 난 그저 차나 마시고 이야기나 하기 위해 만나자고 하는 것으로 알았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었으니 당연히 상대방도 그럴 것이다 생각했다. 그이는 약간의 목적이 있었다. 나의 업무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 배움에도 목적이 있었다. 자신이 결손가정의 상담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저 정신적 위로가 되는 결연 정도이지만 그이는 가끔 게시판에 올라오는 상담내용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다고 한다. 그 사연들 중 내가 하는 업무가 많이 도움이 될것같아. 법률적 지식과 업무전반적인 절차등을 배워 다른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함이라니 내가 어찌 작은 지식을 나눠주지 않을 수 있나 싶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전문 인력이 아닌 좀도둑 세명이 우연한 기회에 시공간 사이에 분리된 어떤 묘한 기운의 나미야 잡화점에서 편지 상담을 하게 된다. 남의 인생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저런 일들이 진행되어 가고 그 공간이 어쩌면 인위적 소망에 의해 만들어 졌을 지도 모른다. 모든 사건의 고리에 있는 잡화점 할아버지와 세명의 도둑, 그리고 환광원이다. 인간은 어쩌면 이러한 고리들로 다 연결 되어 있을지 모른다.
나를 찾아온 그이도 일반적인 눈들이 보기엔 비 전문가다. 자신도 상담을 받는 입장이고 많이 부족하고 서툴다. 그러면서도 다른이에게 혹시 도움될 일이 없나 기웃거리는 참 나눔의 실천자인 것이다. 그래서 난 그이가 무한 존경스러웠다. 내가 무언가를 많이 가져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닌 아주 조금이지만 나누는 것의 실천자인 것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도둑들처럼 작은 행동이 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어쩌면 이 책은 현실사회에서 남모르게 일어나는 작은 기적들일지도 모른다. 그 좀도둑님들이 시대를 넘나들어 환광원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사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들 또한 환광원 설립자와 나미야 할아버지의 어쩌면 아픈 추억의 연관을 모르겠지만 불경에서 말하는 인연들일 지도 모르는 인연들과 인연들이 기적들을 만들어 내는 세상이라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 것 같다. 인터넷에서 어쩌다 남긴 댓글하나의 기적도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조금씩 밝혀 주길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