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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편지 - 제2회 네오픽션상 수상작
유현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역사 소설을 읽으면서 이때 저러지 않고 이랬다면 우리역사가 달라 졌을 것이고, 나도 현재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안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추리소설 메니아들은 어떤 전율을 느끼기 위해 읽을까 생각해 보았다. 난 공포소설은 싫어한다. 읽고 나면 몇일 밤을 악몽에 시달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음이 좋지를 않다. 하지만, 미국드라마 CSI처럼 경찰드라마나 추리소설정도는 읽는다. 이 책은 장르문학의 문법과 형식 자체를 넘어서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는 ‘새로운 소설’ 네오픽션을 대상으로 하는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이라는 소개를 보고 어떤 다른 소설이란 말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30대가 되어서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다는 작가의 소개도 눈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연쇄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사들과 살인자의 입장과 심리까지 잘 묘사되어 있는 것같다. 책을 한참 읽고 있으면 너무 많은 인물을 늘어 놓는 것 같아 정신이 조금 없기는 하지만 이 또한 추리소설로서 너무 간단하게 추리할 수 있게 쓰여진 것이 아닌 많은 가능성과 많은 등장인물로 인한 두뇌운동인 것 같아 좋았다.
폭력에 대한 이런 논리를 가능하게 한 것 또한 인물의 심리를 보여주는 한 예인 것 같다. 법도 사실 폭력으로 보여질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폭력이 될 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살인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가끔 자이언트특급 같은 살인사건도 있기는 하지만)용서를 위해서가 아닌 또다른 살인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범인을 빨리 잡기위해서도 살인자의 심리 또한 파악할 수 있는 범죄심리학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읽었던 것 같다.
법은 모든 폭력에 선행하는 폭력이며 모든 폭력에 뒤따르는 최종적 폭력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모든 것은 폭력이다. 세상에는 체계적인 폭력과 무질서한 폭력이 있을 뿐이다. 나는 무질서한 폭력을 더 사랑한다. 그것은 약자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가능성이다.
소설책이니 당연히 범인이 잡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잡히지 않으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 마지막 장을 미리 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소개처럼 지금까지 보지 못한 한국형 추리소설의 탄생이 맞는 것 같다. 예전에 봐오던 시드니 셀던이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글들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