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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87년 즈음 지리산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지리산은 멀고 높고 깊은 산이었다. 그러다 10년 즘 지나고 자가운전을 해서 지리산을 갔을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옛 추억속의 그 집들은 왠지 삶의 질을 떨어 뜨리는 불편함의 완성작이고 친구와 망치로 돌맹이를 쳐서 물고기를 잡던 개울은 물은 거의 마른 약간은 지저분한 개곡물로 변해 있었다. 아마도 자연의 변화가 아닌 내 마음의 순수함이 빛을 바랜 탓인것 같다. 그리고 또 10년이 지난 지리산은 고향같은 느낌 어느 집이든 들어가면 반가이 아랫목을 내 놓으며 보리밥에 됀장국이 차려진 양철밥상이나 나무 밥상을 내밀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간의 심성이 이리도 간사하단 말인가?
공지영은 왠지 친근감이 간다. 너무 삶을 까발려 놓아서 인지 이웃집 친구같은 느낌이다. 공지영의 책은 즐겨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왠지 많이 다른 느낌이다. 나의 옛 지리산 추억도 일 깨워 주며 나의 미래도 길 놓아 주는 듯한 느낌이다. 50만원은 아니지만 이젠 천천히 정리해서 귀농이 아닌 시골로 다고 싶다. 그 마음은 늘 가졌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확고히 결심하게 되었다. 지리산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산이라도 좋고 들이라도 좋고 바다라도 좋다. 서울, 도시가 아니면 어디라도 좋을 듯 하다. 나는 갈것이다. 평범한 도시 사람들이 보면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그런 삶을 살 것이다. 그렇다고 머리에 꽃을 꼽고 다닌다는 말은 아니지만 절대 안 꼽는다고 말도 못하겠다. 지리산 행복학교가 나에게 준 것은 에바인생의 행복계획서다. 도시가 아닌 시골이 나에게 줄수있는게 있다면 나도 기꺼이 시골에게 내 몸을 맡기리라.
공지영의 소설은 보통 자신의 이야기가 많다. 이 에세이 또한 본인의 이야기를 적은 글이다. 그러면서 외국으로 유명 관광지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과 다른 새로운 조용한 지리산을 소개하며 우리땅의 다른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몇일전 사무실에 상담을 하러 오신분이 왠지 느낌이 책에서 보았던 도사님 같았다. 머리는 뒤로 질끈 묶어서 반백에 가깝고 옷과 가방은 도시에서 볼수없는 복장을 하고 오셨길래 어디서 오셨는지 여쭤봤다. 내심 지리산에서 왔다. 라는 답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분은 영동지방에서 오셨는데 산속에서 바같세상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고 있었다며 이번에 누군가 자신의 권리를 심하게 침해하는 일이 생겨 집에 8년만에 인터넷도 넣고 서울도 오게 되엇다고 하셨다. 내 코가 개코다 보니 그 아저씨에게서 흙냄새와 기타 자연의 냄새가 났다. 비누나 샴푸, 향수는 절대 사용한 적이 없는 그런 향이었다. 저렇게 평온하게 사는 사람은 왜 못살게 구는지 그 사람이 용서가 안되는 마음이 들었다.
지리산이든 어디든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 쉬고 싶을때 쉴 수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몇년 준비 잘 해서 도시여 안녕을 고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