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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굿맨
A. J. 카진스키 지음, 허지은 옮김 / 모노클(Monocle) / 2013년 4월
평점 :
하느님이 모세에게 전한 전설 - 한 세대마다 인류를 돌볼 임무를 부여받은 36명의 굿맨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그들 자신은 굿맨임을 전혀 모른다는 것. 이 책의 핵심은 바로 마지막 굿맨에 관한 이야기이다. 색다른 소재로 전개된 이야기는 신선했다.
이야기는 중국 베이징에서 한 승려가 긴급구조대에 전화로 몸이 탄다는 고통을 호소하며 죽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죽은 승려의 등에 나타난 불에 탄듯한 표식.
이탈리아 형사 토마소는 이미 이 표식을 등에 지낸채 죽은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조사를 해 나가면서 코펜하겐 경찰국 소속 교섭전문가 닐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아무도 굿맨의 존재에 대해 믿고있지 않지만 닐스만은 굿맨의 정체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찾아나선다. 그러던 중 굿맨의 목록에 거론된 구스타우 룬의 아내인 천체물리학자 한나에 의해 서서히 굿맨의 살인사건과 등에 나타난 표식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진다.
탈무드에 나오는 36명의 굿맨에 대한 기록. 굿맨 36명이 죽으면 인류는 사라진다고 한다. 죽은 사람들의 등에는 똑같은 표식이 새겨져 있다. 이들은 종교도 제각각이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장소도 세계 여러곳에서 일어난다. 굿맨은 하느님이 이 땅에 보낸 선한 사람들로 이웃을 위해 선을 베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토마소가 밝힌 굿맨의 행적은 알아보자.
블라디미르 지르코프 사건 - 그는 체첸 테러리스트에 인질로 잡혀 있는 여자와 아이들 대신 자신이 죽겠다고 나선 일이 있었다.
골드버그 사건 - 이스라엘 군인 시절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탈랄 아마르를 풀어준 사람
사라 존슨 사건 - 불치병에 걸린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사용이 승인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여 소년을 구함.
이 부분을 읽으면서 책 표지에 쓰여진 '당신은 지금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입니까?'하는 물음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굿맨은 사회법과 규정에 어긋날 지라도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힘쓰는 사람을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보다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말하고 있다.
소설의 구성은 이탈리아 베니스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주무대로 왔다갔다하면서 속도감있게 펼쳐진다. 또 한명의 굿맨인 목사 로센베르를 살인하기 전에 범인을 잡는 닐스. 하지만 소설은 살짝 독자들을 놀린다. 그 범인은 굿맨을 살해한 범인이 아니었다. 목사 로센베르가 굿맨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지 형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그를 죽이려고 저지른 행동이었던 것이다. 다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온 듯하지만 이내 한스에 의해 이미 34명의 굿맨이 죽었음을 밝히고 나머지 두 굿맨의 죽음을 막기위해 토마소, 닐스, 한나는 고군분투한다. 살인 사건은 정확히 일주일 간격으로 매주 금요일에 일어나며 해가 질 무렵 사건이 벌어진다. 또한 피해자에게는 자식이 없다. 예외가 없다.
이 부분을 읽어보니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의 내용 일부분이 생각이 났다.
예지력을 갖고 있는 천재 소녀. 앞으로 일어날 살인 사건을 미리 꿰뚫어볼 수 있다. 그녀가 알려주는 대상과 장소의 이미지를 통해 범인이 살인하기 직전 체포한다는 내용.
이미 토마소와 닐스, 한나는 살인이 일어날 장소와 시간을 알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은 긴박감이 돋보이고 있다.
과연 마지막 희생자를 구할 수 있을까?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읽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준 반전은 이 글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굿맨의 죽음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일까?
아마도 오늘 어디에선가 굿맨은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선의를 행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굿맨인지도 모른채.
표지에 있는 구절을 다시 떠올려본다.
-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일까? 내가 한 일들이 그 사람을 살릴 정도의 좋은 일이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내가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행을 생각해보게 하면서 인류 모두가 굿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한 얼마안되는 금액이 한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공익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이 시대의 굿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