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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우봉규 지음, 정다희 그림 / 아롬주니어 / 2013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가슴 따뜻한 청소년 문학을 만났다.
음식으로 치자면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한 맛이랄까.
판타지 문학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새엄마라는 소재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머리 뿐만이 아니라 가슴까지 촉촉히 스며드는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콩쥐팥쥐, 장화홍련, 신데렐라, 백설공주의 동화에 등장하는 새엄마라는 존재는 전실 자식을 괴롭히는 인물로 비춰진다. 대부분의 동화에 등장하는 새엄마의 존재가 이렇다보니 '새엄마'의 이미지는 악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으로 우리 머리 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특히나 사춘기의 감수성 예민한 어린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엄마는 이 세상에 나를 낳아준 단 한 사람뿐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의 자리를 새로운 엄마가 채워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초등학생인 주인공 인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청리를 배경으로 간이역 청리역의 역무원인 아빠. 아빠에게 엄마의 자리를 채워줄 새엄마가 인수 집으로 들어온다. 새엄마의 딸과 함께. 그리고 네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남남이 만나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할 리가 없다. 새엄마는 인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자꾸 겉으로만 맴돌게 되는 인수는 학교 숙제도 게을리하게 된다. 인수는 남들에게 새엄마의 존재가 보여지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인수는 친구가 없다. 새엄마가 집으로 오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집안도 깨끗해지고 역 앞이나 청리강 주변도 깨끗해졌다.
소풍가서는 모든 아이들이 달려들정도로 정성껏 도시락을 싸 주었다. 그러나 인수는 불편하다.
어른인 새엄마에게도 인수는 결코 편한 존재는 아니다. 선생님을 만나러 학교를 방문한 새엄마를 보고 교실을 뛰쳐나가버린 인수.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꺼내지않는 인수를 가슴으로 끌어안으려는 새엄마이지만 버릇없이 구는 모습에 매를 든다.
사랑의 매임을 인수도 아는 까닭에 대들지를 못한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던 인수가 비로소 새엄마와 동생 유리에게 마음을 열었던 장면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청리역이 없어지게 되면서 2시간 넘는 거리로 전근을 가는 아버지. 본의아니게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하는 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고집부리며 따라나선 인수는 울면서 같이 있자던 동생 유리를 뒤로 한 채 청리를 떠나게 되면서 비로소 고향의 소중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아빠없이 세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진정으로 새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인수와 새엄마에게 아빠의 사고소식이 전해지면서 또한차례 위기가 찾아온다. 아빠곁에 새엄마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인수가 느끼게 되고 사고로 다친 아빠 대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역 앞에서 풀빵장사를 하는 새엄마가 단속반원아저씨들에게 밀려 흙투성이된 모습을 보면서 달려온다.
"우리 엄마 건드리지 말아요"하면서...
얼마나 가슴이 뭉클하던지....
네 사람이 모여야 비로소 온전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가족을 받이들이기에 너무도 힘들 것이다. 머리로는 필요함을 느끼지만 막상 아빠 곁에 엄마가 아닌 새로운 사람이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편부, 편모 가정이 많은 것이 요즘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엄마 혹은 아빠가 두 사람의 몫을 다하고 있는 가정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엄마로서, 아빠로서의 고유의 역할이 필요함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역할을 대신하는 새로운 가족의 받아들임은 마음의 소통이 이루어진 후에야 진정한 가족으로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수와 새엄마에게도 여러 고비가 있었다. 하지만 슬기롭게 그 고비를 넘기고 고통을 같이함으로써 혈연이상의 끈끈한 그 무엇으로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인수에게는 힘들고 외로울 때 안아줄 품이 생겼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살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마음을 열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가까이다가서는 인수와 새엄마의 앞날이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