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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년 1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평점 :
미국 뉴욕에서 벌이진 권총 살인 사건. 그 현장에 길모가 있다. 그의 이력은 찬란하다. 사건 현장에 남아있는 수식들. 아무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말해주며 수사를 중단시키는 간호사 안젤라만이 유일한 대화 상대이다. 그리고 시간은 거슬러 길모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길모의 어린 시절은 북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범. 사상범으로 몰려 하루아침에 수용소로 끌려가 노역을 하고 굶어죽는 사람들. 꽃제비가 되는 아이들. 중국으로 탈출하는 사람들, 그리고 살아남았으되 비참한 생활을 하는 그들.......
길모의 아버지는 의사였지만 시신을 닦아주며 뒷수습까지하는 장의사로 추락한다. 그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 이런 사실이 발각되면서 수용소로 실려간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만나게 된 강씨 아저씨. 외국에서 외화벌이에 힘썼지만 입국 명령이 내려지고 그 역시 수용소로 끌려가 장부를 맡게 되는데 보조장부를 만든 것이 발각되면서 고문을 당하다 죽게 된다. 그리고 강씨는 그의 딸 영애를 끝까지 보살펴 줄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영애는 혼자 탈출을 시도. 결국 길모는 영애를 찾아 긴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어떻게 북한의 실정에 대해 썼을까하는 의문점은 2권 뒷장의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와 정보, 북한의 지하 기독교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였다고 한다. 물론 픽션이 가미는 되었지만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하는 비참하고 참혹한 일들이 지금도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퍼진다. 수용소에서 처참하게 목숨을 유지하는 사람들. 꽃제비로 살아가는 아이들... 이런 북한의 현실을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에서 연길, 상하이, 마카오를 걸쳐 대한민국으로 들어온 영애와 길모.
이 둘은 늘 엇박자이다.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고. ... 둘의 사이에서 '사랑'이란 말은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정신 세계를 가진 길모에게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지고지순하게 끝까지 영애를 찾아가는 길모. 무엇때문일까. 단지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일까? 변해가는 것은 오직 영애뿐, 황금 비율을 가진 강씨 아저씨의 딸이라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았을 뿐 모든 것이 다 변했다. 이름도, 직업도, 화장한 모습도...
수학적 천재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늘 그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길모는 기꺼이 응대한다. 남들에게 돈을 벌어주기는 하지만 길모는 단지 영애를 만나기 위해서....
대한민국에서 멕시코로, 다시 뉴욕으로 가는 길모. 뉴욕에서 다시 만난 영애는 길모와 같이 떠날 수 있을까. 하지만 두 사람을 괴롭히는 인물이 있다. 북한 수용소 소장 윤영대. 강씨 아저씨의 비밀장부를 알고 있는 그가 남한에 내려와 탈북자들을 돕고 있다는 아이러니. 그는 길모를 이용해 영애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고, 뉴욕에서 다시 만난 윤영대는 비로소 그의 가지려고 했던 최종적인 목표를 얻기 위해 권총을 빼든다. 하지만 골프채로 손등을 맞고 권총을 놓치게 되면서 길모 허벅지에 총상을 입히고, 떨어진 권총을 영애가 줍게 되면서 그 권총을 빼앗으려는 윤영대와 옥신각신하다 총이 발사되어 윤영대가 죽게 된 것이다. 이것이 살인 사건 전말이다. 하지만 길모가 안젤라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 총을 발사한 것이 본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길모는 여섯 살 지능을 가진 바보일까? 오히려 천재이기에 여섯 살의 지능의 아스퍼거 증후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건을 이끌어 내는 천재와 아스퍼거 증후군 경계에 있는 청년일까?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간호사 안젤라는 그의 말을 모두 믿는다. 사실 수사관이었던 안젤라의 보고서로 길모에게 씌여졌던 12가지의 중대범죄 혐의는 무혐의 처분되고, 단지 불법체류를 한 것만 인정 스위스로 추방 조치가 떨어져 비행기에 오르는 두 사람. 그리고 반전. 스위스 베른에서 강씨 아저씨의 금고에서 꺼낸 거액의 돈을 찾은 영애와 길모.
이 모든 것이 강씨 아저씨와 길모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은 안젤라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바보라 불린 어느 천재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나는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 <바보같은 사랑을 찾아 떠나는 천재의 이야기>
길모의 앞날에도 그가 말한 기적과 마법이 존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