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포바와 비너스가 온다고 MBC에서 그 난리를 치더니만, 경기가 한창 진행중일 때 중계를 끊는다. 나야 뭐 초반에 조금 보다 말았고, 집에 MBC ESPN이 나와서 별 문제는 없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는 열받을만 했다.
하지만 너무 열받을 건 아니다. 사라포바와 비너스는 프로선수고, 받은 돈만큼 둘이서 최선을 다한 걸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타이틀이 걸려있지 않은 대회다 보니 평소 둘의 모습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봤을 때까지는). 범실이 너무도 잦았고, 랠리를 오래하기보다는 한방에 끝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다할 테니스대회가 없는 우리나라이니만큼 그 둘의 입국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경기장에 직접 가야 했다. TV와 달리 테니스 경기를 직접 가서 보면 뭐가 달라도 다르니까. 하지만 수준높은 경기에 눈이 맞춰진 팬들이 TV로 그 맥빠진 경기를 지켜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올시즌 윔블던에서 둘이 격돌한 장면을 보여주는 게 훨씬 나았다. 숨막히는 그 대결은 테니스에 대해 오늘 경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 줬을 테니 말이다.
심판의 콜이 전반적으로 늦었다는 것 역시 경기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범이었고, 승리상금으로 내건 2만달러도 100만달러의 우승상금에 익숙한 비너스에게 별 의미가 없었을 것 같다. 이 경기가 테니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별로 그런 것같지 않아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럴사한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