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다섯시에 야구중계를 해줬다. 클레멘스라고, 44세인데도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는 투수가 요즘 잘나가는 제프 위버와 맞대결을 벌인다. 놓칠 수 없는 경기라 알람을 다섯시에 맞춰놨다. 하지만 어제 술먹고 늦게 잔 탓인지 계속 졸렸다. 클레멘스가 던지는가 싶더니 정신을 차려보면 제프 위버가 마운드에 있고...
게다가 50년 전 있었던 일을 기념한다고 방송사에서 컬러 대신 흑백으로 화면을 전송한다. 오랜만에 보는 흑백, 과거에는 어떻게 저런 걸 보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투수전의 백미였을만큼 재미있는 경기였지만, 어설픈 화면과 쏟아지는 잠 때문에 제대로 본 게 없다. 정신을 차린 게 6시 반쯤 되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6시에 일어나 그때부터라도 제대로 야구를 볼 걸 그랬다.
일찍 일어난 여파로 오늘 회사에서 계속 졸고 있다. 컴퓨터 앞에서 졸다가 소장한테 한마디 듣고는 밖에 나가 커피 석잔을 연거푸 마셨다. 잠은 전혀 달아나지 않는다. 이따 저녁 때 야근이라는데, 근무 끝나고 집에 가자마자 열심히 잘 생각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런 식으로 마음을 먹어도 막상 그시간이 되면 잠이 안오는 거다. 중고등학교 때 시험 끝나면 잠이나 실컷 자려고 하지만 들떠서 그런지 잠이 안오고 그랬는데, 회사에서만 졸리고 집에서는 안졸리는 이유도 일하기가 싫다는 내 몸의 반응이 아닐까. 그래도 이렇게 글이라도 쓰는 시간엔 희한하게 잠이 안온다. 딴짓할 때만 파릇파릇한 나, 내가 소장이라도 나같은 사람이 싫을 것 같다 (처음으로 소장에게 공감하다). 이번 추석은 왜 일요일에 걸려가지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