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관계 속에는 언제나 사랑이 숨어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관계의 질서를 꿰뚫는 통찰의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독일 출신의 '버트 헬링거(1925~2019)'선생님이 가족세우기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가족세우기 세미나에 참석한 내담자는 자신의 관계 이슈를 말합니다. 그러면 촉진자가 갈등 관계의 이해관계자 대역을 세웁니다. - '여는 글' 중에서



책의 저자 유명화는 
한국가족세우기연구소 소장 · 한국가족세우기학회 초대부회장으로, 버트 헬링거 방식 가족세우기를 한국 사회의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전문가 양성과 교보재 개발·보급을 통해 다양한 계층이 버트 헬링거의 통찰을 배울 수 있도록 했으며, 인간관계뿐 아니라 개인의 성공과 조직 성과를 위한 세우기 방식 코칭 및 컨설팅 등으로 그 활용 영역을 넓혀왔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자기 연결(1부), 부모와의 관계 작업(2부), 질병과 관련한 작업(3부), 친밀한 관계 작업(4부), 자녀 관계(5부), 사회적 관계(6부) 등을 통해 17가지 관계 주제들을 작업한다. 작업하는 가운데 단 하나의 주제만이라도 깊이 와닿는다면 삶을 바라보는 인식이 전환되고, 관계를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남들은 다 잘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럴까?’

겉으로는 무탈하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갇힌 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당신의 어려움은 유난히 예민하거나 모자라서가 아니다. 그저 얽혀버린 관계의 매듭을 푸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삶의 다양한 어려움은 단순히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개인이 처한 환경과 공동체의 구조, 그리고 세대 간 얽힘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헬링거가 가족세우기 작업에서 통찰한 관점이다.

가족세우기 촉진자는 작업을 할 때 내담자來談者를 고립된 개인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가족 체계에 속한 한 구성원으로 바라본다. 사람을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보기 때문에 다세대 구조와 역학에서 생기는 얽힘을 푸는 방식으로 돕는다.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한 사례자는 앞으로의 삶이 막막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필사책 파일럿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는 가능성을 여는 명상에서 '텅 빈 공간'을 상상할 때마다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깊은 고요함에 머무는 체험을 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비전을 조용히 말했다. 이후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총 네 차례의 체험에서 현재 내 삶의 주제를 생각하고, 침묵 속에서 호흡과 내면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며. 알아차린 느낌을 필사하는 과정을 수행했다. 



나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펀드 운용을 담당했던 매니저의 중대한 주문 실수로 거액의 손실을 입고  화병에 시달리며 잠을 못이룰 정도였다. 이때 아내의 권유로 불가佛家에서 진행하던 명상 수련에 참가하여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고 마음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었다.        

관계의 원형을 치유하다

부모와의 관계는 가족세우기 작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이다. 부모와의 관계는 관계의 원형이기에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이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연결감이나 귀속감을 느까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관계에서 '좋은 부모 이미지'를 투사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연인이나 배우자가 자신에게 좋은 부모처럼 대하길 기대한다. 이러한 관게는 안타깝게도 실패한다. 그들은 부모가 아니기에 부모가 주는 사랑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와 애착 이슈가 있는 자녀는 부모에게 친밀감보다는 거리감을 느끼며,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헬링거는 이를 ‘중단된 사랑의 움직임’이라고 했다. 그들의 트라우마 반응은 종종 부모 앞에서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얽힘을 풀기 위해선 부모 역시 자신의 운명에서 자유롭지 않았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게의 얽힘은 개인 차원뿐 아니라 그가 속한 가족과 사회문화적 역사라는 전체의 맥락을 함께 보고 있었던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풀린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부모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곧 우리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존재했던 그대로에 조건 없이 동의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신과 타인에게 사랑과 호의로 관계할 힘이 생긴다. 이는 부모 곁에서 땅을 딛고 서 있는 든든한 안정감이며, 스스로 존재에 기뻐하는 힘이다. 이 안정감으로 우리는 낯선 상황에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탐험하며, 더 먼 곳으로 나아가 풍요로운 경험에 도전한다. 

“얘야, 너는 네 운명을 살아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모든 것은 옳다.”

등 뒤에서 울리는 부모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생명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사랑의 질서이다. (사진, 사례)


더하거나 뺄 수 없는 생명의 움직임


이제 다시 부모님을 응시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뒤에 있는 부모님의 부모님을 바라봅니다. 그 뒤의 부모님을 또 그 뒤의 부모님을 바라봅니다. 마침내 셀 수 없이 많은 부모님을 응시합니다. 깊은 사랑으로 전체를 응시합니다. 모든 세대를 통해 생명은 우리 부모님에게 흘렀고 부모님을 통해 우리에게 흐릅니다. 모두 같은 생명입니다. 이 생명을 부모님에게 받아 자녀에게 전해 준 모든 이는 옳게 행했습니다. 깊은 연결감과 귀속감을 느낍니다. 그 누구도 생명에 무엇을 더하거나 뺄 수 없었습니다. 생명은 이 모든 세대를 통해 그대로 흘렀습니다.


우리 생명을 위해서 각자가 좋았든 나빴든 존경받았든 멸시받았든 그것은 아무런 차이가 되지 않습니다. 모두는 생명에 똑같이 봉사했습니다. 생명은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께 닿았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통해 우리에게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통해 우리에게 온 생명에 영혼을 엽니다. 생명이 이끄는 전체에 우리가 속해 있음을 실감합니다.

힘든 운명을 내적 성장의 자원으로 삼아

어린 시절 힘겨운 운명을 살아낸 사람들이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부모와 헤어져 보육원이나 위탁 가정, 혹은 친척의 집을 전전하며 자란 아이들이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의사완 무관하게 입양된 아이들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너무 이른 시기에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고 보호받아야 할 시절에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또 다른 아이들도 있다. 트라우마 생존자인 부모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고스란히 넘겨받은 자녀들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이유 없는 죄책감, 이해할 수 없는 긴장 속에서 자란 이들은 부모에게 다가간다는 것이 버겁고 무겁게 느껴진다. 부모에게 안겨 사랑받고 싶지만, 가까이 갈수록 더 고통스럽다. 이 아픔 속에서 아이들은 친밀한 애착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어색하고 두렵게 느낀다.(사진, 힘든 운명) 


운명적인 아픔은 감성적인 사랑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또한 거기에는 힘이 없다. 통찰에 의한 사랑은 존재했던 그대로를 존중한다. 다르게 살았어야 한다는 상이 없다. 있었던 그대로를 직면함으로써 거기에서 오는 힘을 인식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부모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요? 

사랑의 관계 질서를 배우다(부부의 사랑과 경계)

자식을 낳고 사는 부부는 흐르는 강물에 손을 잡고 뛰어들어 거스를 수 없는 물살을 함께 타고 가는 것과 같다. 그 과정을 잘하기 위해 부부는 손을 잡기 전에 자신의 부모에게서 먼저 자립해야 한다.(사진, 부부의 사랑)

우리 모두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태어난 후 지금까지 우리는 완전히 고립된 적이 없다. 알든 모르든 언제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부모로부터 우리의 생명이 시작되었음 또한 변하지 않는다. 성장하면서 친구를 만나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더 넓은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관계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책추천 #가족치료 #얽히고설킨관계를푸는필사책 #유명화 #이너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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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 가장 느린 것들이 가장 오래 빛난다
이유리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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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닮아 있는 식물의 시름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그 모진 계절을 어떻게 견디고 마침내 넘어서는지를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싶었다. 식물이 온몸으로 써나가는 그 치열한 생존의 기록은 사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삶의 숙제들과 맞닿아 있다. 햇빛 한 줌을 더 받기 위한 기다림, 단단한 지표면을 뚫고 뿌리를 내리는 인내 그리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잎을 떨구는 결단까지.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이유리는 현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식물세포 구조와 세포의 운명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저자와 식물과의 인연은 학부 시절 식물생리 수업에서 시작되었다. 식물의 삶과 죽음에 대해 논하라는 과제 하나가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식물의 세계(1장), 세상의 편견에 맞서서(2장),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할 때(3장),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4장), 더불어 살기(5장) 등을 통해 식물이 저자에게 보여준 삶의 지도를 우리들에게 건넨다.

삶과 죽음은 느리게 흘러가는 연속선상에 있다

식물의 죽음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는가? 우리는 그 경계를 명확히 나누고 싶어 하지만, 식물은 그 경계를 조용히 넘나들며 말한다. 삶이란 깨어날 수 있는 가능성일 수 있고, 죽음은 단지 잠시 멈춘 침묵일지도 모른다고. 식물의 삶과 죽음은 뚜렷한 이분법이 아니라, 느리게 흘러가는 연속선 위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커피 한 잔에 담긴 쌉싸래한 유혹

커피의 각성 효과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생존을 위해 빚어넨 식물의 화학적 전략이 인간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 결과다. 그 중심에 카페인이 있다. 피로를 유발하는 아데노신 수용체를 가로막아 각성 상태를 연장하는 이 알칼로이드는 차, 초콜릿, 콜리 등에도 존재한다. 현재까지 60여 종 이상의 식물이 카페인을 합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식물의 전략 안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식물을 기른다고 믿는 동안, 식물은 오랜 시간 자신이 만든 화학물질로 인간을 길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후추, 설탕, 대마, 담배 그리고 커피까지, 식물이 만들어낸 향과 맛은 인간의 손과 입을 사로잡으며 문명의 방향을 바꾸어왔다. 교역과 중독, 전쟁과 산업을 관통한 이들 식물은 칼이나 총이 아니라 한 방울의 향과 쓴맛으로 역사를 움직여온 것이다.

무심히 들이켜는 커피 한 잔. 그 안에는 식물이 고안한 전략이 배어 있다. 우리의 하루를 여는 이 작은 습관은 식물이 얼마나 정교하고 능동적인 설계자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향기로운 증거다.

아름답지 않아도 꽃이다

벼꽃을 본 적이 있나요? 코앞에 있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볼 품이 별로다. 이렇게 화려하지 않은 이유는 꽃잎이 없어서다. 벼꽃은 여성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곤충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수분受粉을 한다. 수술이 영글어 꽃밥을 방출하며 고개를 숙일 즈음, 이삭 껍질은 수술이 아래쪽에 있는 암술에 닿기 쉽도록 살짝 입을 열어준다. 이 덕분에 찰나의 순간 벼는 스스로 수정을 마치고 다시 입을 닫는다. 이렇게 해서 쌀알이 될 생명이 잉태된다.

이처럼 식물은 의외로 영리하다. 우리들이 알고 있던 꽃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즉, 꽃은 꼭 피어 보여야만 하는가? 향기를 내뿜어야만, 색色을 입어야만, 꽃이라고 불릴 수 있는가?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사람의 눈길을 끌지 않아도, 그들 역시 제 방식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형형색색 화려하지 않아도, 누구의 시선에 들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꽃’이었다.

김춘수 시인은 '꽃'이란 시詩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표현했다. '나에게로 온다는 것'은 바로 존재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누가 불러주지 않는 이름들, 아직 '꽃'이 되지 못한 존재들,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알고 그리고 얼마나 바라보고 있을까? 그저 하찮은 잡초라고만 부른다면 그들은 얼마나 속상할까?

덜어냄의 미학

삶에도 계절이 있다. 풍요로운 시기에는 자원을 다각화하고 가능성을 키우는 선택이 필요하다면, 겨울을 앞둔 시기에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를 결정해야 한다. 식물은 봄에 잎을 틔우면서도 언젠가 그것을 떨궈야 할 순간을 함께 준비한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망설이지 않는다. 덜어낼 것은 과감히 떼어내고 지켜야 할 것은 묵묵히 품은 채 겨울을 맞는다. 


중요한 건, 그들이 겨울을 준비하며 남겨두는 것이 단지 버틸 양식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긴 겨울 끝에 다시 새싹을 틔울 에너지, 다시 피어날 가능성도 함께 간직한다. 찬란한 봄을 피워낼 힘을 마음 깊이 품은 채 식물은 가장 험한 계절을 견뎌낸다.(126쪽)


또 식물에게 노화老化는 단순한 퇴화退化가 아니다. 실은 아주 똑똑한 의도된 행동이다. 즉 생식 성공을 위한 자원을 끝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정교하게 실계된 마무리다. 그렇다. 노화는 떠남이 아니라 정리이고, 소멸이 아니라 완성이다. 물러날 시기가 오면 조용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퇴장한다. 식물은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퇴장을 아는 존재일지 모른다. 내 옷에 어울리지 않는 감투를 쓴 사람이 스스로 용퇴하는 꼴을 보기 힘들다. 식물보다도 못한 존재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빛이 사라진 후 시작되는 것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은 어디에나 적용된다.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마찬가지다. 더 빨리 자라게 하고픈 조바심은 식물에게 쉼을 허락하지 않고 하루종일 LED 등을 켜놓고 식물을 관리하는 경우도 목격하게 된다. 식물의 경우 빛을 통해 성장하는 능력이 있어도 지나치면 스트레스가 된다. 엽록소가 분해되거나, 광합성 과정에서 생기는 활성산소가 쌓여 세포가 손상되기도 한다. 

또한, 식물의 숨 쉬는 통로인 기공氣孔도 지속적인 빛에 의해 잘 열리지 않게 된다. 기공이 열리지 않으면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들이마실 수 없고, 광합성 효율도 떨어진다. 빛으로 자라는 존재조차 빛만으로는 온전히 자라지 못하는 것이다.

어둠, 즉 밤이 필요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닞 동안의 손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밤은 오히려 성장이 집중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식물은 생체시계를 갖고 있어서 낮과 밤의 주기를 잘 인식하고 있는 존재다. 이를 통해 대사와 호르몬 작용을 정교하게 조절한다. 낮 동안의 광합성으로 축적된 녹말은 밤에 천천히 분해되며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 어둠과 쉼의 시간을 무시하면 결코 꽃이 피지 않는다.

담쟁이의 삶이 보내는 경고

하루의 일상 중 변함없이 흘러가는 일은 동네 산책이다. 내가 거주하는 곳 주변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있다. 산 주위를 산책할 때 늘 거슬리는 게 바로 덩굴이다. 덩굴은 왜 이리 생육이 좋은지 놀랍기만 하다. 벌써 칡 덩굴은 나무를 휘감고 오르고 있다. 햇볕을 더 많이 먹겠다는 욕심이리라. 이들이 타고 오른 수목은 상대적으로 햇볕이 차단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 정도기 지나치면 그 수목은 고사하기 쉽다.


산책하다 보면 담쟁이 덩굴도 자주 목격한다. 
담쟁이의 삶도 몇 가지 경고를 남긴다. 덩굴이 나무를 휘감으며 자라면 그 무게로 인해 나무는 성장이 저하되거나 결국 고사하기도 한다. 관계에서도 지나친 의존은 상대를 지치게 하고, 마침내 관계 자체를 병들게 할 수 있다. 

또 홀로 자라지 않는 담쟁이가 벽을 떠나지 못하듯, 자기만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타성에 젖으면 독립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기대는 법을 배우되 언젠가는 다시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그 균형이야말로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 가장 어렵고도 피할 수 없는 숙제이다.

깊어지려면 넓이가 필요하다

물을 찾아 땅을 깊이 파고드는 일은 인간만의 숙제가 아니다. 식물도 그러하다. 겉으로만 봐서 어디에 물이 있는지를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생존과 직결되는 물을 찾으려는 절박함이야 식물이 분명 더 클지도 모른다. 인간은 땅을 팔 도구라도 있지만 식물에겐 그런 게 없다. 그럼에도 결국 물이 있는 곳에 닿는다. 목적지를 향하는 그들의 비밀은 뭘까?

이들은 싹을 틔우는 순간부터 어디로 뿌리를 내려야 할지를 감지해나간다. 바로 중력이다. 뿌리 끝에 있는 분열조직을 통해 뿌리는 성장한다. 그런데 뿌리공무엔 평형석이라 불리는 작은 입자들이 들어 있다. 이는 사람의 귀 속 이석처럼 중력의 방향을 감지한다. 이를테면 몸 안에 나침반을 지닌 셈이다.

뿌리는 곧게 내려가지 않는다. 나선형으로 휘어 자란다. 중력에서 자꾸 비껴 나가며 헤매는 듯 보일지라도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전체적인 흐름이 아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건, 뿌리가 크게 방향을 틀 때면 어김없이 반대편으로 곁뿌리를 내민다는 점이다. 다른 가능성을 끝내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 곁뿌리에도 평형석이 있어서 반대 방향으로 자라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 모든 곁가지를 품은 끝에야 뿌리는 목적지에 닿는다.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은 단 하나의 방향인 '깊이'만이 아니다. 뿌리는 휘고, 머뭇거리고, 옆으로 새고, 모든 곁가지와 망설임 끝에 물에 도달한다. 그렇다. 깊어지려면 넓이가 필요함을 깨닫게 한다.


31가지의 흥미로운 식물 이야기들


저자의 의도는 식물의 생존이 아닌 이들의 생애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그리하여 그 안에 숨겨진 뜨겁고 유연한 삶의 지혜가 우리 모두의 일상 위에 마치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길 원했던 거다. 흥미로운 식물 이야기들을 통해 배우는 지혜가 예사롭지 않다. 내가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과 생태에 관해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식물이내게가르쳐준것들 #이유리 #식물 #에세이 #식집사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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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뛰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매일 뛰는 것이 힘들다"


이 글은 고명환 작가의 <독서의 기술>에 포함된 파트2(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의 '10쪽 독서법'에 나오는 감동 글귀이다. 내가 이 글귀를 꺼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 삶 속에 이같은 경험들이 많이 축적된 탓에 글을 읽는 순간 바로 내 눈길을 끈 부분이었다.



이와 관련한 내 추억들 중 두 가지만 소환해 본다.


중견 행원 직책으로 소위 특수 은행에서 근무하던 중, 은행의 올드한 보수성에 답답함을 느끼던 나에게 한 선배가 현대 그룹에서 국제금융(외화자금 차입)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찾는다고 이직을 권했다. 당시 난 대리 승진시험에 합격하고 승진 발령을 대기중인 상태였지만 그리 신나진 않았다. 은행이란 직장은 외향적인 성격과 새로운 일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나완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고長考 끝에 새로운 변신이 내 옷에 맞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직을 결심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당시 현대 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신생 계열사의 파이프라인 역할로 인해 늘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형편이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외국계 은행들과의 거래를 넓혀 새로운 자금 조달원을 확보하려 했다.


이렇게 시작한 업무는 늘어나는 신규 외국계 은행과의 차입계약이 점점 증가하면서 거의 매일 난 새벽 늦게 퇴근할 수 있었다. 내 뒤를 받춰줄 만한 자질 있는 부하 직원이 없는 상태라 해당 업무를 거의 혼자서 처리할 수밖에 없어서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당연히 고급 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그리 쉽게 되진 않았다. 


어느 날 외화자금 차입 변동 현황을 회장님께 직보하는 자리에서 업무에 지친 나를 간파한 듯, 갑자기 등산(山行) 얘기를 꺼내면서 산을 오를 때는 멀리 있는 정상을 바라보며 걷지를 말고 내 발에 집중해서 한걸음씩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거란 가르침을 주셨다. 이는 '10쪽 독서법'에 담긴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두 번째 추억은 IMF 이후 창업과 함께 전업주식투자자로 활동할 때의 경험이다. 투자에 유익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고 집무실 내 책상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일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덩달이 내 몸집도 커져갔다. 새해를 맞아 회사 핵심 임직원과 함께 한라산 등반을 추진했다. 눈이 쌓인 한라산을 성판악 코스로 올랐다. 내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몰려오면서 갈수록 발걸음이 무뎌졌다. 마지막 휴게소를 통과한 후론 거의 기다시피하면서 올랐다. 마침내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백록담에 도달했다. 하산길도 계속 내리는 눈 때문에 그리 쉽진 않았다.


자연스레 체중 감량이란 목표가 생겼다. 한라산 등반이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내 체중이 100킬로를 초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앉은 자리에서 먹으며 일한 대가 치곤 너무도 끔찍했다. 이런 몸무게는 내 인생 초유의 사건이었다. 아침 일찍 기상해서 인근 올림픽공원을 뛰기로 했다. 여러 운동을 해보았던 난 운동엔 그리 두려움이 없었지만 감량 시도 초기엔 힘들었다. 


그래서 내 몸이 익숙해지도록 첫 1개월은 공원 내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바퀴가 목표였는데, 이후 점점 늘려서 두세 바퀴를 걸었다. 1단계 목표가 완수되자 비로소 뛰기 시작했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은 또 다르다. 10분 단위로 뛰었다. 점점 호흡 문제가 없어짐에 따라 30분 단위로 뛰었다. 이런 훈련을 거친 후 단축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10킬로미터 완주를 거쳐 하프 마라톤 완주와 최종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 20킬로를 뛰는 게 일상이었던 그 해엔 전국을 돌며 십여 차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항상 완주했다. 이때의 내 체중은 70킬로였다. 무려 30킬로 이상을 감량한 것이다.



10쪽 독서법을 추천한다


이런 경험 때문에 고명환 작가의 '10쪽 독서법'을 읽으면서 내 추억도 동시에 소환되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소위 '벽돌책' 읽는 걸 꺼려 한다, 아니 포기한다. 하지만 아무리 두꺼운 책일지라도 조금씩 계속 읽는 사람에겐 결국 무릎을 꿇게 된다. 난 얼마 전부터 잠들기 전 가히 벽돌책이라 할 수 있는 장야신 저자의 <조조>(1261쪽, 휘닉스, 2011년 초판)를 읽고 있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다. 처음엔 10쪽 독서이겠지만, 서서히 독서량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에 '10쪽 독서법'을 적극 추천하고자 한다.


#자기계발 #독서의기술 #고명환작가 #신간도서 #10쪽독서법 #라곰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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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로 살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저절로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왜 취업을 하려 하는가? 안정적인 직업이란 무엇인가? 100세 시대에 60세에 은퇴하면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되는가? 우린 질문을 통해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하며 그렇게 준비되어 있어야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 수 있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내개 주어진 길을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걸어간다는 뜻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샘플북 표지)


최근 고명환 작가의 신간 <독서의 기술>의 사전서평단에 선정되어 마흔 여쪽에 달하는 샘플북을 수령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나'답게 살기 위해서, 진짜 '나'로 살기 위함이라고 강조하는 저자의 신간 도서 내용에 포함된 내용 중 일부를 맛보기로 소개하고 있다.


이해하는 것이 아닌 익숙해지는 것이다

평범한 하루를 비범한 하루로

기회를 포착하는 눈

읽어버려야 할 책을 읽어버리자

독서를 선택하라

10쪽 독서법

독서하는 뇌로 만드는 법



<독서의 기술> 차례를 살펴보면, 왜 읽어야 하는가(파트1),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파트2), 내가 책을 읽는 방법(파트3), 독서가 삶의 무기가 될 때(파트4) 등의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별책 부록으로 제공하는 독서 근력 노트(10쪽씩 101일간 도전하기)의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다섯 가지의 독서 다짐과 함께 7일간의 노트 샘플을 포함하고 있다. 책읽기를 통해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이를 직접 실천하는 삶으로 유도하는 셈이다. 101일이 지난 후 달라진 나를 목격할 수 있을 듯하다.


(사진, 나의 독서 다짐)


#자기계발 #독서의기술 #고명환 #샘플북 #출간전서평단 #라곰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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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 AI - AI와 함께 자라난 신인류는 무엇을 소비하고 욕망하는가
맷 브리턴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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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 AI>는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신기술이 만들어 낼 새로운 환경과, 그 영향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킬 새로운 알파세대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껏 없던 가능성과 커져가는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로 함께 들어가 보자. - '들어가며' 중에서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AI를 숨 쉬듯 쓰는 알파세대의 등장(1부), AI가 불러올 인류의 새로운 일상(2부), 알파세대가 자랄 환경(3부), AI가 바꾼 인간관계와 직업(4부),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알파세대(5부) 등을 통해 가정, 미디어, 교육, 주거, 커리어, 소비, 금융 등 10가지 산업이 알파세대에 의해 어떻게 재편될 것이며, 어떤 기회가 숨어 있는지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챗GPT의 등장과 함께 이젠 현실이 된 인공지능AI는 인간의 지적능력을 모방하는 기계를 넘어 엄청난 학습량을 통해 지적노동을 자동화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인간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AI 네이티브들은 어떤 세상에 살고, 나아가 어떤 세상을 만들지 무척 궁금하다. 책의 저자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챗GPT의 등장

챗GPT의 등장은 기업계에 파장을 일으키며 비즈니스 혁신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기업 정보 플랫폼인 크런치베이스의 <2024 글로벌 AI 투자 보고서>에 다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AI 기반 스타트업에 투입된 벤처캐피털 자금은 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략적 깅버 투자를 포함하면 1100억 달러에 달한다. 

2024년에 들어 AI 열풍이 거세지면서 포천 500대 기업들은 분기 실적 발표에서 잇따라 AI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AI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2020년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지금, 거의 모든 소비재 기업이 시장 전략과 제품 로드맵 재구성에 이미 AI를 도입했거나 활용 계획을 수립 중이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마법 같은 발명이 세상을 온통 바꾸며 사회를 새로운 진화의 단계로 진입시켰다. 오늘날 자동차, PC, 인터넷, 모바일 기기, 소셜미디어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쉽지 않다. 이같은 변화는 선구적 기업가들이 만들어낸 혁신적 제품에서 비롯됐다. 수십 년 뒤,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제품들을 나열할 때 목록의 최상단에는 챗GPT라는 이름이 올라와 있을 것이다.

미디어의 변화하는 얼굴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미디어 산업에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젠 핵심 소비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미디어 리서치 기업 닐슨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TV 시청 시간 중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이 40퍼센트를 기록했다. 케이블 TV(27%), 지상파 방송(21%)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세대별로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은 차이를 만들어냈다. X세대는 지상파와 케이블 TV를 중심으로 <프렌즈> 같은 드라마를 매주 챙겨 시청하는 특징을 보였다. 밀레니얼세대는 스트리밍 혁명을 이끌며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프라임 등을 대중화했다. 

모바일 네이티브인 Z세대는 놀라운 급진적인 변화를 만들었다.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을 TV 화면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긴 것이다. 전 세계 월간 활성 사용자가 15억 명에 달하는 틱톡, 젊은 세대에게는 사실상 TV를 완전히 대체한 유튜브, 월간 활성 사용자 20억 명을 돌파하며 상거래와 문화의 중심이 된 인스타그램, 그리고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제시한 스냅챗까지. Z세대와 알파세대에게 엔터테인먼트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행위를 의미하게 됐다. TV의 미래는 주머니 속 TV로 진화했다.

2030년 교실의 모습

내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선생님의 일방적인 설명을 듣는 게 전부였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빠뜨리지 않고 노트에 정성껏 기록해 귀가해선 이를 복습했다. 암기가 성적을 좌우했다. 평소 꾸준히 이렇게 공부를 하니까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 때 벼락치기로 대처하는 학생들은 시험이 끝나고 나면 뭘 공부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법이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포털(구글, 네이버 등)이 등장하면서 암기가 정보에 접근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환기시켰다. 교육도 진화 국면에 들어갔다. 문제 해결, 협업, 창의성 등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스킬을 교육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알파세대를 위한 교육의 재설계는 더욱 절실해졌다.  

교육의 재구성은 암기에서 역량 중심 학습으로의 이동을 뜻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의 <생성형 AI 현황〉보고서(2024년)에 따르면 3000명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연구, 코딩, 앱 개발보다 비판적 사고, 창의성, 회복 탄력성, 소통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공부로 터득할 수 없는 소프트스킬이 점점 더 학생들의 성장 과정에서 핵심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교육의 진화는 기술의 쓸모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손 글씨나 타자는 앞으로 얼마나 중요할까? 산수 계산은 암소의 젖짜기 만큼 구식 기술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AI가 문제 해결 방법을 담당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대신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식별하는 능력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1인 기업가의 시대

이젠 혼자서도 충분히 놀라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장 엔진 같은 도구를 독립적 사업으로 구축했다. 여기에 수천만 달러의 벤처 자금이 몰렸다. 이런 자금의 유치를 위해 숙련된 엔지니어, 데이터과학자, 제품 관리자 등 수십 명이 필요했던 거다. 하지만 이제는 단 2주 정도의 시간만 있으면 홀로 비즈니스를 구현할 수 있다.   

AI 이전에는 어떤 소프트웨어 제품이든 팀을 고용해야 했고 시장에 내놓기 전에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야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이 말 그대로 초인적 영향력을 발휘할 힘을 갖게 됐다. 알파세대가 진로를 계획할 즈음, 1인 기업가가 되는 편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조직의 울타리나 자본의 제약에 구속되지 않고 불필요한 간접비나 끝없는 회의와 업무 보고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오직 문제 해결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이다.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은 최근 JP모건 투자자 콘퍼런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곧 열 명짜리 회사가 10억 달러의 가치를 갖게 되는 광경을 보게 될 겁니다.”

알파세대의 성장 환경은 독특하다. 어릴 때부터 AI 기반 세상을 당연한 전제로 경험하며 자라기 때문에 지식의 저주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다. 제한된 자원으로도 놀라운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능력은 알파세대에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표준이 될 것이다. 알파세대가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수록 우리는 1인 기업가의 혁신 이야기를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적극적인 개인 투자의 시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개인 투자 열풍이 빠르게 커졌다. 이 흐름을 상징하는 대표 기업이 차세대 투자 플랫폼 로빈후드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2400만 개의 활성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 이용자는 MZ세대다. 2013년 출시 이후 로빈후드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성에 맞춰 계속 혁신을 추구해 왔다. 모바일 중심 설계나 게임적 요소의 적극 도입이 대표적이다. 특히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것은 사용자가 돈을 입금할 때마다 화면에 폭죽처럼 터지는 꽃가루 효과다. 로빈후드는 주식, 암호화폐 등 자산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더 재미있고 매력적인 경험으로 만들며 꾸준한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로빈후드가 두각을 보인 분야는 암호화폐 거래다. 2024년 2분기 로빈후드의 암호화폐 거래는 80퍼센트 성장했다. 한편 트럼프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암호화폐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로빈후드와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추가 성장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공에는 비판도 있다. 비관론자들은 젊은 이용자들의 도박 성향을 자극해서 암호화폐나 옵션거래처럼 위험한 투기적 투자로 유인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심지어 2024년 미국 대선 기간엔 로빈후드 이용자들이 선거 승패에 배팅을 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은 잠재적 위험이 있더라도 간섭없이 투자할 수 있는 자유를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인간은 대체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비즈니스,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끊임없는 스크롤과 낚시성 기사, 미디어가 AI 이후 도래할 새로운 혁신을 과장하며,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세상 속에서, 인간은 절대 대체되지 않는다는 말로 AI의 가능성을 축소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AI의 영향이 인류 역사상 그 어떤 혁신보다 더 깊고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 AI 시대에 걸맞은 미래 성공에 대해 궁금한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인공지능 #제너레이션AI #멧브리턴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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