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뛰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매일 뛰는 것이 힘들다"
이 글은 고명환 작가의 <독서의 기술>에 포함된 파트2(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의 '10쪽 독서법'에 나오는 감동 글귀이다. 내가 이 글귀를 꺼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 삶 속에 이같은 경험들이 많이 축적된 탓에 글을 읽는 순간 바로 내 눈길을 끈 부분이었다.

이와 관련한 내 추억들 중 두 가지만 소환해 본다.
중견 행원 직책으로 소위 특수 은행에서 근무하던 중, 은행의 올드한 보수성에 답답함을 느끼던 나에게 한 선배가 현대 그룹에서 국제금융(외화자금 차입)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찾는다고 이직을 권했다. 당시 난 대리 승진시험에 합격하고 승진 발령을 대기중인 상태였지만 그리 신나진 않았다. 은행이란 직장은 외향적인 성격과 새로운 일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나완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고長考 끝에 새로운 변신이 내 옷에 맞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직을 결심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당시 현대 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신생 계열사의 파이프라인 역할로 인해 늘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형편이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외국계 은행들과의 거래를 넓혀 새로운 자금 조달원을 확보하려 했다.
이렇게 시작한 업무는 늘어나는 신규 외국계 은행과의 차입계약이 점점 증가하면서 거의 매일 난 새벽 늦게 퇴근할 수 있었다. 내 뒤를 받춰줄 만한 자질 있는 부하 직원이 없는 상태라 해당 업무를 거의 혼자서 처리할 수밖에 없어서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당연히 고급 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그리 쉽게 되진 않았다.
어느 날 외화자금 차입 변동 현황을 회장님께 직보하는 자리에서 업무에 지친 나를 간파한 듯, 갑자기 등산(山行) 얘기를 꺼내면서 산을 오를 때는 멀리 있는 정상을 바라보며 걷지를 말고 내 발에 집중해서 한걸음씩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거란 가르침을 주셨다. 이는 '10쪽 독서법'에 담긴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두 번째 추억은 IMF 이후 창업과 함께 전업주식투자자로 활동할 때의 경험이다. 투자에 유익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고 집무실 내 책상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일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덩달이 내 몸집도 커져갔다. 새해를 맞아 회사 핵심 임직원과 함께 한라산 등반을 추진했다. 눈이 쌓인 한라산을 성판악 코스로 올랐다. 내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몰려오면서 갈수록 발걸음이 무뎌졌다. 마지막 휴게소를 통과한 후론 거의 기다시피하면서 올랐다. 마침내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백록담에 도달했다. 하산길도 계속 내리는 눈 때문에 그리 쉽진 않았다.
자연스레 체중 감량이란 목표가 생겼다. 한라산 등반이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내 체중이 100킬로를 초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앉은 자리에서 먹으며 일한 대가 치곤 너무도 끔찍했다. 이런 몸무게는 내 인생 초유의 사건이었다. 아침 일찍 기상해서 인근 올림픽공원을 뛰기로 했다. 여러 운동을 해보았던 난 운동엔 그리 두려움이 없었지만 감량 시도 초기엔 힘들었다.
그래서 내 몸이 익숙해지도록 첫 1개월은 공원 내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바퀴가 목표였는데, 이후 점점 늘려서 두세 바퀴를 걸었다. 1단계 목표가 완수되자 비로소 뛰기 시작했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은 또 다르다. 10분 단위로 뛰었다. 점점 호흡 문제가 없어짐에 따라 30분 단위로 뛰었다. 이런 훈련을 거친 후 단축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10킬로미터 완주를 거쳐 하프 마라톤 완주와 최종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 20킬로를 뛰는 게 일상이었던 그 해엔 전국을 돌며 십여 차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항상 완주했다. 이때의 내 체중은 70킬로였다. 무려 30킬로 이상을 감량한 것이다.

10쪽 독서법을 추천한다
이런 경험 때문에 고명환 작가의 '10쪽 독서법'을 읽으면서 내 추억도 동시에 소환되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소위 '벽돌책' 읽는 걸 꺼려 한다, 아니 포기한다. 하지만 아무리 두꺼운 책일지라도 조금씩 계속 읽는 사람에겐 결국 무릎을 꿇게 된다. 난 얼마 전부터 잠들기 전 가히 벽돌책이라 할 수 있는 장야신 저자의 <조조>(1261쪽, 휘닉스, 2011년 초판)를 읽고 있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다. 처음엔 10쪽 독서이겠지만, 서서히 독서량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에 '10쪽 독서법'을 적극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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