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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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은 현대인에게 다양한 삶의 지혜와 가르침을 제공합니다. 이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중요한 지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채근담>을 통해 현대인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더 나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삶의 방향을 찾고, 소박하고 검소한 삶의 가치를 깨닫고, 노력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원저자 홍자성은 명나라 만력제 연간의 문인文人으로 본명은 홍응명이나 한국과 일본에선 자성自誠이란 이름으로 불리었다. 대략 서기 1500년 전후에 출생하여 청장년靑壯年 때에는 험난한 역경을 두루 겪고 늦은 나이에 저술에 종사했다. 서기 1600년 무렵 동양의 탈무드라고 칭송받는 잠언집 <채근담>을 집필했다. 

이 책을 엮은 최영환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수학했으며 대기업 근무, 창업, 대학 출강,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의 굴곡과 깊이를 체험했다. 또한 그는 수천 권의 고전과 현대서를 완독하며, 그 안에서 길어 올린 통찰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북 테라피스트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총 일곱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절제의 길),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처세의 이치), 운명과 시련을 대하는 자세(역경 속의 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세상을 초월한 미학), 마음을 비우는 공부(백지의 여백에서), 세상을 비추는 눈(속세를 초월한 관조), 자연과 하나 된 삶(삶의 해탈) 등을 주제로 356가지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각 파트에서 인상적인 글귀를 소개함으로써 서평에 갈음하려고 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절제의 길)


(사진, 008)

하늘과 땅은 고요하고 움직이지 않는 듯하지만, 그 안의 기운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흐르고 있습니다. 해와 달은 밤낮으로 달리지만, 그 밝음과 바름은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현인은 한가할 때도 긴장을 잃지 말아야 하고, 바쁠 때도 여유를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처세의 이치)


(사진, 060)

부귀와 명예가 도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은 마치 산속에서 피어난 꽃과 같아 자연스럽게 피어나고 번성합니다. 공이나 업적으로 얻어진 것이라면, 호분이나 화단의 곷처럼 옮겨지고 시들 수도 잇습니다. 만약 건력으로 얻은 것이라면, 그것은 병이나 그릇에 꽂은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므로, 곧 시들 수밖에 없습니다.     

운명과 시련을 대하는 자세(역경 속의 도)


炎涼之態, 富貴更甚於貧賤;妒忌之心, 骨肉尤狠於外人. 此處若不當以冷腸, 御以平氣, 鮮不日坐煩惱障中矣.

사람 사이의 변덕스러운 태도는 가난하고 천한 이들보다 오히려 부유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 사이에서 더 심하게 드러납니다. 질투와 시기는 외부 사람보다 오히려 혈육 간에서 더 깊고 가혹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냉정한 마음과 평온한 태도로 대처하지 않으면, 어느새 근심과 괴로움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158)

옛사람이 말했다. "스스로 끝없는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버리고 집집마다 바구니를 들고 구걸하는 가난한 아이처럼 살아간다" 또 말하기를, "가난한 사람이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하지 마라. 어느 집 부엌 아궁이에 연기 나지 않는 곳이 있겠는가?" 하나는 자기 안의 가치를 모르고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을 경계하며, 또 하나는 가진 것을 자랑하며 우쭐대는 태도를 경계한다. 학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경계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세상을 초월한 미학)


(사진,197)

해日가 저물 무렵에도 여전히 노을은 찬란하고, 해歲가 바뀌려는 시점에도 감귤은 더욱 향기롭다. 그러므로 인생의 말년과 마지막 길목에서는 현인賢人이 더욱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마음을 비우는 공부(백지의 여백에서)


(사진,258)

산과 숲은 원래 빼어난 장소이지만, 한 번 마음을 붙이면 시장터처럼 시끄러워진다. 서화書畵는 고상한 일이지만, 욕심이 끼면 장삿속이 된다. 마음이 욕망에 물들지 않으면 세속 세상도 신선의 땅이 되지만, 마음에 집착이 생기면 즐거운 경지도 고통의 바다로 바뀐다.

세상을 비추는 눈(속세를 초월한 관조)

310. 극락세계는 마음 안에 있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아무리 고요한 숲 속에 있어도 번뇌는 따라오고, 마음이 맑아지면 세속의 시장통조차도 한없는 평화가 깃드는 곳이 됩니다. 외형이나 환경이 아닌 내면의 지향이 진정한 구원의 출발점입니다. 세속을 떠난다고 해서 곧바로 성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아닙니다.
 
오하려 욕망을 멈추고 자기 안의 어지러움을 거두는 이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모든 깨달음은 내 마음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얽힘과 벗어남은 모두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이 깨치면 도살장이나 술집조차도 곧 정토淨土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비록 거문고 한 대와 학 한 마리, 꽃 한 송이와 풀 한 포기가 곁에 있다고 해도, 취향이 아무리 고상하더라도 번뇌와 장애는 여전히 남아 있을 뿐이다. "세속의 경계를 떠날 수 있어야 그것이 참된 경지요, 깨달음이 없으면 절집도 결국 속된 집이다" 

자연과 하나 된 삶(삶의 해탈)


(사진,317)

이치理致가 고요하면 일도 고요해진다. 일은 버리고 이치만 붙잡는 사람은, 그림자는 없애고 형상만 남기는 것과 같다. 머음이 비면 바깥 경계도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나 경계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면, 이는 썩은 고기 냄새에 파리가 몰려드는 것과 같다. 

달리던 여정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채근담>의 진짜 알멩이는 책의 후반부(파트5~7)에 담긴 고요하지만 단단한 울림 속에 숨어 있다. 세속의 번잡한 일들을 잠시 내려놓는 연습을 통해 우리들은 오히려 삶의 여백을 배우게 된다. 백지 같은 마음 위에 다시 삶을 새기는 것, 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마음공부의 시작이다. 인생의후반전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문 #자기계발 #마음공부 #고전공부 #채근담 #철학에세이 #리텍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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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꽃으로 남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마이너스(Miners)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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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꽃으로 남았다"라는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결말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핵심 정서를 함축적으로 응축한 표현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작품의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여운을 즉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붙인 것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는 월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년)는 영국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세계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겨 그의 작품들은 널리 읽히고 또 연구되는 그런 인물이다.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등 4대 비극悲劇을 비롯,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같은 희곡으로 수많은 연극 애호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여정은 사실 연극 무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시詩에서 출발했음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1593년, 런던의 극장이 전염병으로 폐쇄되자 그는 연극 대신 시집을 집필하고 출간을 모색했으며 이때 세상에 나온 첫 작품이 바로 <비너스와 아도니스>였다. 

이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비극적인 사랑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즉 로마시인 오비디우스의 서사시 '변신이야기' 제 10권에 나오는 스토리로 여신 비너스(아프로디테)는 사냥꾼인 미남 청년 아도니스에게 첫 눈에 반해 그에게 사냥의 위험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아도니스는 오직 사냥을 사랑하다가 결국 사고를 당한다. 

질투에 눈이 먼 전쟁의 신 아레스(한때 비너스와 사랑을 나눈 관계)가 멧돼지로 변신해 아도니스를 공격함으로써 불의의 습격을 받은 아도니스는 결국 사망하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여신 비너스는 적극적으로 구애한 반면, 아도니스는 이를 냉정하게 거부한다. 보통의 사랑이라면 남성의 끈질긴 구애求愛에도 여성은 이를 즉각 수용하지 않고 방어하는 그런 행동을 보여주는데, 여기선 그 역할이 바뀐 구도를 보여준다.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설정인 셈이다. 


(사진, 첫 번째 시)

아도니스는 오직 사냥을 사랑했다. 이에 상사병에 걸린 비너스는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셰익스피어는 인물의 입술, 숨결, 피부 등 신체 부위를 과일, 보석, 날씨 등에 비유한다. 이같은 감각적 이미지는 마치 카메라가 해당 인물을 따라가며 촬영하는 듯한 연출 기법이다.

경이로운 이여, 부디 말에서 내려주오.
그 오만한 머리를 안장머리에 매어 두시오.
이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 보답으로 그대는
꿀처럼 달콤한 비밀 천 가지를 알게 되리라.
이리 와 앉으시오, 뱀 한 마리 얼씬 않는 이곳에.
자리에 앉으면 입맞춤으로 그대를 덮어주리이다.

“허나 그대 입술이 역겨운 포만감에
질리게 하진 않으리.
오히려 풍요 속에서 굶주리게 만들 터.
붉어졌다 창백해졌다, 신선한 변화를 주며.
열 번의 짧은 입맞춤은 한 번처럼,
한 번의 긴 입맞춤은 스무 번처럼.
여름날 하루가 한 시간처럼 짧게 느껴지리.
시간을 잊게 하는 그런 유희에 흠뻑 빠져든다면.
(10쪽)


(사진, 10쪽)

그가 눕자마자 그녀도 그 옆에 길게 몸을 눕히고,
둘은 팔꿈치와 엉덩이에 몸을 기댄 채 있었다.
그녀가 그의 뺨을 쓰다듬자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꾸짖으려 하자 그녀는 재빨리 입술로
그의 말을 막았네.
입 맞추며 욕정 어린,
숨이 끊어지는 듯한 속삭임으로 말했으니,
“꾸짖으려 한다면, 그대 입술은
결코 열리지 못하리.”
(12쪽)

“입 맞추기 부끄럽나? 그렇다면 눈을 감게,
나도 눈을 감으리니, 그러면 낮은 밤이 될 것이네.
사랑은 단둘뿐인 곳에서 축제를 벌이는 법,
대담하게 즐기시오,
우리의 유희는 아무도 보지 못하네.
우리가 기댄 이 푸른 핏줄의 제비꽃들은
결코 비밀을 누설하지도,
우리의 뜻을 헤아리지도 못하네.”

그대의 매혹적인 입술에 맺힌 부드러운 봄은
그대의 미숙함을 드러내지만,
맛볼 가치는 충분하네.

시간을 활용하시오, 기회를 허비하지는 말게.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낭비되어서는 안 되네.
한창때 꺾이지 않은 고운 꽃들은
곧 썩고 시들어 사라지고 말 것이네.”
(19쪽)


(사진,19쪽)

이제 아도니스는 나른한 정신으로,
무겁고, 어둡고, 불쾌한 눈빛을 띠고,
찌푸린 눈썹이 그의 고운 시야를 가렸으니,
마치 안개가 하늘을 뒤덮은 듯했네.
뺨을 찡그리며 외쳤네.
“아, 사랑 얘기는 그만하시오.
햇볕에 얼굴이 타니, 이만 가야겠소.”

“아아,” 비너스가 말했네
“젊은데 어찌 이리 무정한가!
떠나려는 변명으로 그런 구차한 말을 하다니!
내가 천상의 숨결을 내쉴 테니, 그 부드러운 바람이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를 식혀주리다.
내 머리칼로 그대를 위한 그늘을 드리우고,
머리칼마저 타오르면, 내 눈물로 꺼주리다.”
(24쪽)


(사진,52쪽) 

잘 익은 자두는 떨어지고, 
푸른 것은 단단히 붙어 있거나, 
일찍 따면, 맛이 시큼하오. 

죽은 아도니스는 꽃으로 태어난다. 야생화 애호가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바람꽃이자 '아네모네'인 것이다. 봄에 피는 꽃은 바람꽃, 가을에 보라색 꽃을 피우는 아네모네가 바로 신화 속의 미남 사냥꾼 청년 아도니스가 현생한 모습이다.


(사진 107쪽)

셰익스피어의 이 작품은 소위 원전으로 언급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비록 닮았지만,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오비디우스는 아도니스 사후를 꽃으로 변신시켜 초자연적이고 서사적인 사건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아도니스에게 결국 거부 당하는 비너스의 '거부된 욕망'을 확대하여 화려한 언어와 심리로서 재구성한 드라마인 셈이다. 셰익스피어 문학을 애호하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셰익스피어 #욕망 #사랑 #절정 #꽃 #매혹적 #비너스 #아도니스 #신화 #구애 #쾌락 #욕망은꽃으로남았다 #해밀누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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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프로젝트 - 뜨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일하는 방법
팀 밀라논나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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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짧은 메모 한 줄, 마음에 남은 한 장면 그리고 함께 나눈 대화 한 대목이면 충분하다. 정리는 잘해서 의미가 생기는 게 아니라, 한 번이라도 멈춰 서서 그 시간을 다시 바라보는 행위 지체로 의미가 있다. 그 시간은 일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다음으로 나아갈 때 기준이 되기도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팀 밀라논나는 유튜부 채널 <밀리논나>, <펄이지엥>, <정희하다>를 기획하고 제작한 팀으로 이경신 팀장, 곽재순 피디, 이신태 피디, 강이향 기획자, 김주연 피디, 권숙연 피디, 신소현 피디로 구성되었다. 유튜브 생태계에 새로운 공감을 불어넣으며 세대를 넘어 휘발되지 않는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총 여섯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사작(처음 판을 펼치는 법), 파익(부딪치고 흔들리며 팀이 되는 법), 실행(우리만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법), 스킬(일을 잘 글러가게 하는 법), 성장(회사 밖이 아니라 안에서 커가는 법), 연대(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펼친다. 이를 통해 팀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된다.   


즉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며 충돌·실험·실패하면서도 끝내 해내는 과정을 통해 자발성이 어떻게 팀의 동력이 되고 조직 안에서 어떻게 ‘일의 감각’과 ‘관계의 감도’를 키워나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기업 종사자부터 스타트업 프런티어까지, 월급쟁이부터 프리랜서까지, 사원부터 임원까지 일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일의 법칙’이 담겨 있는 셈이다.


처음 판을 펼치는 법


모두 초보자였기에 무엇이 정답인지 몰라서 더 많이 부딪치고 더 자주 토론했다. 당시 유튜브는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였고, 경작하지 않은 들판이었기에 우리는 어디를 먼저 갈아엎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경험이 없어서 오히려 자유로웠던 우리는 기존 방식에 묶이지 않았고 실패해도 괜찮았다. 그 자유가 우리를 빨리 날아오르게 했다. 


이렇게 함께 한 세월이 5년이나 되자 재순 피디는 후배들에게 진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적응하던 소현 피디에겐 기존 팀원의 방식을 존중하며 자신만의 장점을 녹여내는 법을 연구해보라고 충고했다. 또 아이디어 고갈로 힘들어하던 주연 피디에겐 홀로 끙긍대지 말고 팀원들과 적극소통하며 협업 방향을 찾아보라고 응원했다.

그렇다. 팀이란 과업의 집합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관계망이다. 새로운 시작은 단지 새로운 업무를 맡는 것이 아닌, 관계를 맺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첫걸음은 누구나 두렵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팀 안으로 스며들고자 한다면 그 이후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부딪치고 흔들리며 팀이 되는 법


다름이 충돌이 아닌 ‘팀워크의 기반’이 되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계획 없이 움직이면 혼선이 생기고, 즉흥적 대응 없이 고집하면 유연성을 잃는다. 콘텐츠 제작은 늘 그 두 지점 사이를 오가는 일이다. 기획자도 현장을 경험해야 하고, 피디도 기획의 기본을 이해해야 한다. 


팀워크는 서로의 성향을 뭉개는 게 아니라 조율하면서 탄탄해진다. 서로 다른 결이 존재하는 그 한가운데서 더 나은 결과물이 태어난다. 그것이 바로 편집국장의 제안으로 갑자기 시작한 12년차 편집기자가 믿는 협업의 공식이다. 이 팀원은 모두 MBTI의 J고 P다. 

팀이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각자의 방식으로 팀에 기여한다"이다. 모든 사람이 적극 나서지 않아도 괜찮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조용한 방식으로 팀을 살핀다. 팀워크는 서로 다른 방식의 기여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 다름이 오히려 우리 팀을 유연하고 넓게 만들어준다. 


우리만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법


내가 80년대 초반에 근무했던 현대그룹의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은 1972년 현대조선을 만들어 세계최대 조선소를 짓겠다고 발표하자 당시 임원들은 이를 극구 반대했었다. 그 계획에 대해 안 된다고 답변하는 임원들에게 해보기는 해봤냐고 오히려 반문했었다. 그 유명한 말이 바로 "이봐, 해봤어?"였다.  


“해봤어?”라는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다. 많은 경우 우리 경험은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경험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상상은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 경험과 상상 사이,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언제나 그 사이 어딘 가다. 

일을 잘 굴러가게 하는 법


말하지 않아도 오히려 더 강하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다. 이는 이 팀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12년차 편집기자가 팀의 성과를 최대 출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켜오는 원칙이다. 리더이자 팀장이 된다는 것은 내뱉은 말보다 삼키는 말이 더 많은 사람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더가 말하지 않는 것들 


1. 가져온 결과물을 바로 평가하지 않는다. 

2. 피드백은 모두에게 다르게 준다. 

3. 모든 정보를 다 주지 않되 중요한 이유는 설명한다. 

4. 때로는 감시보다 설계가 중요하다는 걸 안다. 


리더는 공정해 보이려 하지 않는다. 대신 정확하려고 한다. 직구를 잘 받아치는 사람에겐 직구를, 변화구에 익숙한 사람에겐 유연한 제안을 던진다. 어떤 사람에겐 “여기 부족해요”가 동기부여가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겐 “이건 참 잘했어요”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 리더들은 어느 순간 깨닫는다. 모두에게 똑같은 말을 하는 건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던진다. 그것이 ‘차별’이 아니라 ‘최적화’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회사 밖이 아니라 안에서 커가는 법


고통을 관람하지 않고 나눈다.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그 고통을 보고만 있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는 것. 그건 타인의 아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이다. 팀은 그런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확실히 단단해진다.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후배에게 편하게 의견을 구하고, 그 말에 귀 기울이는 선배. 자존심보다 일의 결과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그것 역시 리더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기준이리라. 그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성실하게 일하고, 아는 것을 후배와 나누고, 본인이 모르는 게 있으면 배워서 채운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행동으로 기준을 세워주는 축이 있으면, 어떠한 지시나 규율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법


“우리는 모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아쉬움을 품고 살죠. 그건 가보지 않았기에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죠.” 


프로스트의 명시 '가지않는 길'이 연상되는 그런 조언이다. 그렇다. 익숙한 길을 따라가지 않고 덜 알려진 길을 걸어온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그 길을 얼마나 멀리 이끌고 왔는지 되돌아보자. 자신이 개척한 길에 '의미'를 붙이기 시작하는 순간, 그 길은 더 이상 아쉬움이 아닌 자기만의 서사가 된다. 우리가 함께 일한 날을 돌아보면 결국 남은 건 실적표가 아니라 관계의 흔적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다음이 된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걸을 때 그 눈길을 앞서 간 누군가의 발자국이 있다면 뒤따라 걷는 이는 그냥 그 길을 따라 걷게 된다. 마찬가지다. 지금의 나, 팀, 그리고 팀의 방식이 누군가에게 기준이 될 수 있다면 이는 꽤나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누군가가 먼저 걸어간 덕분이다"라고 말할 수 있기에 말이다. 


#자기계발 #비주류프로젝트 #팀밀라논나 #콘텐츠를만드는사람등 #일하는방식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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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 단순하지만 강력한 14가지 두뇌 활용법 심플리어 9
터리스 휴스턴 지음, 김시내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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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이 일정에 딱 맞는 새로운 전략을 찾기 바라면서 버스에서, 점심시간에, 잠들기 직전, 바쁜 일상 중 언제든 가능할 때 이 책을 틈틈이 읽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바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실행하는 데 하루 10분이 넘지 않는 전략을 각 장에 최소 하나씩 담으려고 노력했다. - '서문' 중에서 



(책표지)

책의 저자 터리스 휴스턴 박사는 시애틀대학의 인지과학자로서, 좋은 과학 내용을 토대로 훌륭한 전략을 제시한다. 현재 교수 개발 센터의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며 다수의 저서들이 있다. 장기간 워크숍을 진행해 왔으며,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스타트업, 대학 등에서 강연을 했다.

총 14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크게 시작하자, 최고의 성과를 내자, 남들에게 더 잘하자, 운명을 주도하자, 긴장을 풀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자 등 다섯 개 카테고리를 나눠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각 장에 하루 10분이 넘지 않는 실행 전략을 담고 있다.

전 세계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는 오해일 뿐, 완전히 틀린 말이다.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한 신경과학자가 관찰했듯, ‘증거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하루에 뇌를 100% 사용한다’. 

시작하자

나는 아침형 인간일까, 아니면 저녁형 인간일까? 실제로 사람이 이렇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는 것을 심리학자들이 밝혀냈다. 만약 저녁형 인간이라면, 오후나 저녁 시간 일정을 비워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력을 발휘해 보자. 반대로 아침형 인간이라면, 아침 시간을 중요한 일에 쓸 수 있도록 비워 두자. 이는 '집중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창의성을 발휘할 일은 생각보다 많다. 직장에서 비용 절감 방안을 도출하고, 동료를 가르치고, 문서 초안을 작성하고, 계약서에서 허술한 내용을 찾아야 할 때 창의적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집에 가서도 창의성 발휘하기는 멈출 수 없다. 이는 '창의성을 발휘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도파민은 매우 하고 싶고 익숙한 일을 원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먹기, 보드게임 하기 또는 뒤뜰 해먹에 누워 있기와 같이 이미 좋아하고 있는 것에 끌리게 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예전에 이런 일을 무척 즐겼고, 보상을 얻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이는 '의욕을 끌어올리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최고의 성과를 내자

시각화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때 비결이 있다.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상상하자. 연구자들은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상상해야 더 오랜 시간 노력하여 결과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게 바로 '더 많이 성취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능력은 인지 유연성일 것이다. 변화구처럼 예상치 못하게 날아든 질문에 대처하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또는 돌발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걱정된다면, 인지 유연성이 필요하다. 바로 '발 빠르게 생각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해마는 길이 약 4~5cm의 작은 뇌 영역이다. 록펠러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마에는 ‘어렸을 때 사탕 목걸이를 좋아했다’와 같은 ‘일반적인’ 기억이 저장되고, 사탕 목걸이의 색깔 또는 목에 전해진 감촉 등 정교한 세부 사항은 뇌의 다른 곳에 저장된다고 한다. 이는 '더 많이, 더 빨리 배우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면, 실수는 곧 기회이다. 드웩의 말처럼 성장 마인드셋과 함께라면 “실패는 여러분을 정의하지 않는다. 실패는 맞서 상대하고 배울 점을 찾아야할 문제일 뿐”이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 다음 단계는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피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실수를 줄이자'라는 두뇌 활용법이다,

남들에게 더 잘하자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에 최소 두 가지 유형이 있으며, 둘 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한 유형은 정서적 공감로, 다른 사람의 즐거움이나 고통을 느끼고 그들의 감정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다른 한 유형은 흔히 조망 수용이라고 하는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으로, 다른 사람이 즐거움이나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런 감정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론하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이 공감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편견은 주변 환경에서 무언가를 선호하거나 그 반대인 경향을 말한다.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처럼 무해할 수도, 부당한 대우로 이어지는 인종 편견처럼 유해할 수도 있다. 편견을 기울기라고 생각해 보자. 편견을 가지면, 무언가 또는 누군가에게 기울거나 그 반대로 멀어진다. 이는 '편견을 버리고 공정하게 바라보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운명을 주도하자

의사 결정에 감정이 놀랍도록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장 분석적인 사람들조차도 의식하든 아니든 결정을 내리기 위해 감정이 일으키는 미묘한 파장에 의존한다. 이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리자'란 두뇌 활용법이다.

의사가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많이 웃지 않으면, 환자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통증이 더 심해진다.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면 신체 역시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의사는 결국 환자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이는 '덜 아프게, 더 건강하게 생활하자'라는 두뇌 활용법이다.

긴장을 풀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자

삶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금전 문제, 직장에서의 압박감, 건강 문제, 인간관계 문제 또는 뉴스로 접하는 충격적인 사건 사고 등 우리는 모두 상황이 능력 밖이고 스트레스가 휘몰아칠 때를 마주한 다. 이러한 상황에서 똑똑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하나 고르라면, 스트레스 관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는 '만성 스트레스를 관리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코르티솔은 체내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서, 위협을 느낄 때 신체 각성도를 높게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게다가 혈류 내 코르티솔의 양은 스트레스 수준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일반적으로 코르티솔 수치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하루 동안 스트레스 상황을 많이 겪으며 괴로워질수록 코르티솔 수치도 높다. 이는 '급성 스트레스를 관리하자'라는 두뇌 활용법이다.

사회적 지지는 다른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도록 도와주거나 위로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지지는 많은 친밀한 관계의 중추로, 폭설이 내린 후 부모님 댁 앞 눈을 치우는 매우 실질적인 것부터 어쩔 줄 모르는 친구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감정적인 것까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배우자에게 힘이 되어주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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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진화
에밀 루카 지음, 마이너스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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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은 사랑이 성性과 완전히 무관함을 입증하고자 노력한다. 사랑처럼 강력한 감정이 역사 시대,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생겨났다는 나의 주장은 매우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진화에 대한 외적인 믿음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 본성의 불변성을 당연하게 여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에밀 루카(1877~1941년)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이자, 철학자, 문학비평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럽이 급변과 혼란을 겪던 20세기 초반에 인간 내면의 감정과 문명적 발전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두었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복잡한 주제를 선택해 이를 심리학, 철학, 문명사 등의 교차점에서 탐구하고자 했다. 대표작인 <사랑의 진화>는 학문적 이론서가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이 어떻게 인류의 정신적 삶을 형성했는지를 조망한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책은 성적 본능, 사랑, 성性과 사랑의 결합이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성적 본능에선 플라톤, 시인들, 그리고 기존의 저작물을 활용했으나 이어지는 사랑, 성性과 사랑의 결합에 관한 주제는 거의 전적으로 독창적인 연구에 기반을 두었다. 


성적 본능 


중세中世의 여명기로 서서히 떠오르던 세대에게 성적 본능의 충족은 다른 어떤 욕구를 채우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쉬웠다. 별다른 계획이나 준비 없이 순간적 충동에 따라 그 욕망을 풀고 어렵사리 얻어야 하는 생활필수품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원시와 선사 시대의 인간은 철저히 현재에만 살았다. 내일이나 모레에 닥칠지 모르는 굶주림은 아랑곳하지 않고 먹을 게 있으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들의 생각은 짧고 얕았다. 임신과 출산은 주술의 결과라고 여겼다. 오늘날까지도 호주의 일부 원주민은 생식과 출산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 원시인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단지 "여자가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 뿐이었다. 또 모든 아이에게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역사 시대의 여명기까지 성관계는 무질서하고 되는 대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모든 여성은 같은 부족 안에서 모든 남성에게 속했다. 물론 이같은 가정假定이 모든 부족에 동일하게 적용되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후대의 민속학자들은 오늘날 일부 부족 사회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했다. 그러나 역사가 해로도토스는 역사 시대에도 에티오피아나 카스피해 연안처럼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무분별한 성관계가 존재했다고 기록한다. 아무튼 성관계가 집단혼, 아내 교환이나 대여, 또는 유사한 형태로 이루졌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최초의 인류 가족은 모성애를 가진 어머니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그녀가 자연스러운 우두머리로 받아들여졌다. 이 구조는 생식과 출산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이후에도 오래 지속되었다. 지중해 연안의 나라들, 특히 크레타와 이집트에선 여성적 요소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셈족이나 아리아족 같은 동방 민족들의 자연 종교에도 반영되었으며,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무수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이후 수많은 타협과 제한을 거쳐, 무질서한 성관계는 마침내 일부일처제로 귀결되었다. 그리스 사회가 일부일처제를 채택한 이유는 에로스적 열정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필요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동기는 합법적인 자손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재산을 가진 이는 당연히 합법적으로 상속할 아들을 원했다. 단순히 재산의 문제가 아니라 죽은 이는 제사 음식을 원했고, 이는 오직 합법적인 남자 후손만이 할 수 있었다. 


고대엔 남성이 여성에게 품는 정신적 사랑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플라톤은 "비천하고 타락한 에로스"와 "신적인 에로스"를 대조했다. 고전기古典期의 견해에 따르면, 아름다운 영혼은 오직 남자의 몸에서만 벌견될 수 있었다. 여성은 낮고 동물적인 영역에 속했다. 그녀는 감각적 쾌락과 종족 번식을 위해 운명 지어진 존재였다. 


(사진, 플라토닉 사랑) 


플라토닉 사랑은 철학적으로는 이데아로 개념화된다. 그러나 이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헬레니즘적 정신에 따라 객관적이고 영원한 원형으로 이해된다. 플라토닉 사랑의 완성은 결국 지식이었다. 플라토닉 사랑은 본질적으로 비인격적이다. 그것은 특정 인간에 대한 정신적 사랑이 아니라, 그리스적 아름다움 숭배의 독특한 표현이었다. 


사랑


금욕주의적 여성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는 진정한 영성이 아니라 종종 병적病的인 상태를 본다. 이 시기의 여성 신비주의자들은 불순한 정신에 의해 움직였으며, 관능적 열정을 종교적 언어로 포장했다. 그들에게 종교적 상징과 형상은 성적 욕망의 배경이자 배출구였다. 


이러한 현상은 12~13세기, 위대한 신비주의의 시대에 특히 두드러졌다. 수녀언 전체가 히스테리적 열병에 휩사였고, 여성들은 경련으로 몸부림치며 서로를 채찍질하고 주야로 찬송가를 부르며 환각을 보았다. 신의 사랑과 악마의 유혹이 뒤섞인 광경이었다. 


여성들은  형이상학적 사랑을 모방했으나 왜곡했다. 정신적, 신격화적 사랑 대신, 성적 충동을 천상적 언어로 치장했을 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자주 진정한 신비주의자로 오해받았으나, 실상은 달랐다. 심지어 쇼펜하우어조차 마담 귀용을 "위대하고 아름다운 영혼"이라 칭했지만, 본질은 감각적 열정이었다. 


결론적으로, 남성의 신격화된 사랑은 여성의 감정생활에서 평행 현상을 찾을 수 없다. 여성의 감정은 형이상학적 사랑으로 승화되지 못했고, 결국 자연적 충동과 병적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음으로 성적 신비주의자를 살펴보자.


성적 신비주의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진정한 신비주의는 성性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억압된 성이 비밀리에 번성하며 영혼 전체를 점유할 때, 그 결과가 종교적 언어로 해석되곤 한다.성적으로 곶된 주체가 자신의 황홀경에 종교적 의미를 덧씌우는 것이다. 이러한 황홀경의 대다수가 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소위 '신비주의'라 불리는 것이 상당 부분 성적 충동의 일탈 또는 잘못된 해석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사진, 형이상학적 에로티시즘)


저자가 강조한 “형이상학적 에로티시즘”은 주목할 만한 개념이었다. 이는 사랑을 단순한 욕망이나 본능으로 환원하지 않고, 인간이 영혼의 깊이에서 경험하는 초월적 현상으로 격상시킨 사유였다. 이 개념은 발표 당시부터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지금까지도 철학적·문명사적 의미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문제의식을 던졌다. 우리들은 이를 통해 사랑이 단순한 개인적 감각을 넘어, 인류 문명의 발전과 긴밀히 얽혀 있는 거대한 사상적 주제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성性과 사랑의 결합


사랑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며, 동시에 인간 정신의 힘이자 본질이다. 가장 심오한 감정인 사랑 속에서 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의 연결이 예감된다. 따라서 기독교 신비 중의 신비-신이 인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아들을 세상에 보내시고, 연인으로서만 세상에 다가가시며,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시는 것-은 오직 사랑으로만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숭고한 것을 사랑 외의 다른 기능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위대한 에로티시스트란 감정을 본질로 삼는 내적 존재이며, 그 감정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고자 하지만 결국 인간 감정의 불완전함에 좌절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기실현을 향한 의지에 의해 이끌리지만, 그 최종적 비극은 인간의 한계라는 수레바퀴에 부서지는 것이다.


작가 에밀 루카는 사랑이 본질적으로 비극과 분리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했다. 모든 깊은 감정은 스스로 억제할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한계를 넘어 무한을 향해 나아가려는 갈망을 품는다. 인간의 감정 생활은 무한한 진화를 지향한다. 


(사진) 


그러나 가장 낮고 동물적인 단계에서는 단순한 욕구만이 존재하며, 이는 쉽게 충족된다. 굶주림, 갈증, 성적 욕망은 큰 노력 없이 해결되며, 따라서 이 첫 단계에는 비극이 없다. 그러나 영혼을 압도하는 더 깊은 감정은 쉽게 달랠 수 없다. 


위대한 사상가의 지식에 대한 갈망, 신비주의자의 종교적 열망, 예술가의 미적의지, 그리고 열정적인 연인의 사랑과 갈망은 언제나 현실의 한계를 넘어 무한을 지향한다. 이 땅의 세계는 결국 “비천한” 행위와 감정, 그리고 “비천한” 인 간들의 영역일 뿐이다. 이러한 한계를 견디지 못하는 연인은,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 - 형이상학적 사랑의 세계 -를 창조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의진화 #사랑 #에로티시즘 #연애 #모성애 #해밀누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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