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프로젝트 - 뜨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일하는 방법
팀 밀라논나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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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짧은 메모 한 줄, 마음에 남은 한 장면 그리고 함께 나눈 대화 한 대목이면 충분하다. 정리는 잘해서 의미가 생기는 게 아니라, 한 번이라도 멈춰 서서 그 시간을 다시 바라보는 행위 지체로 의미가 있다. 그 시간은 일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다음으로 나아갈 때 기준이 되기도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팀 밀라논나는 유튜부 채널 <밀리논나>, <펄이지엥>, <정희하다>를 기획하고 제작한 팀으로 이경신 팀장, 곽재순 피디, 이신태 피디, 강이향 기획자, 김주연 피디, 권숙연 피디, 신소현 피디로 구성되었다. 유튜브 생태계에 새로운 공감을 불어넣으며 세대를 넘어 휘발되지 않는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총 여섯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사작(처음 판을 펼치는 법), 파익(부딪치고 흔들리며 팀이 되는 법), 실행(우리만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법), 스킬(일을 잘 글러가게 하는 법), 성장(회사 밖이 아니라 안에서 커가는 법), 연대(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펼친다. 이를 통해 팀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된다.   


즉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며 충돌·실험·실패하면서도 끝내 해내는 과정을 통해 자발성이 어떻게 팀의 동력이 되고 조직 안에서 어떻게 ‘일의 감각’과 ‘관계의 감도’를 키워나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기업 종사자부터 스타트업 프런티어까지, 월급쟁이부터 프리랜서까지, 사원부터 임원까지 일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일의 법칙’이 담겨 있는 셈이다.


처음 판을 펼치는 법


모두 초보자였기에 무엇이 정답인지 몰라서 더 많이 부딪치고 더 자주 토론했다. 당시 유튜브는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였고, 경작하지 않은 들판이었기에 우리는 어디를 먼저 갈아엎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경험이 없어서 오히려 자유로웠던 우리는 기존 방식에 묶이지 않았고 실패해도 괜찮았다. 그 자유가 우리를 빨리 날아오르게 했다. 


이렇게 함께 한 세월이 5년이나 되자 재순 피디는 후배들에게 진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적응하던 소현 피디에겐 기존 팀원의 방식을 존중하며 자신만의 장점을 녹여내는 법을 연구해보라고 충고했다. 또 아이디어 고갈로 힘들어하던 주연 피디에겐 홀로 끙긍대지 말고 팀원들과 적극소통하며 협업 방향을 찾아보라고 응원했다.

그렇다. 팀이란 과업의 집합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관계망이다. 새로운 시작은 단지 새로운 업무를 맡는 것이 아닌, 관계를 맺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첫걸음은 누구나 두렵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팀 안으로 스며들고자 한다면 그 이후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부딪치고 흔들리며 팀이 되는 법


다름이 충돌이 아닌 ‘팀워크의 기반’이 되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계획 없이 움직이면 혼선이 생기고, 즉흥적 대응 없이 고집하면 유연성을 잃는다. 콘텐츠 제작은 늘 그 두 지점 사이를 오가는 일이다. 기획자도 현장을 경험해야 하고, 피디도 기획의 기본을 이해해야 한다. 


팀워크는 서로의 성향을 뭉개는 게 아니라 조율하면서 탄탄해진다. 서로 다른 결이 존재하는 그 한가운데서 더 나은 결과물이 태어난다. 그것이 바로 편집국장의 제안으로 갑자기 시작한 12년차 편집기자가 믿는 협업의 공식이다. 이 팀원은 모두 MBTI의 J고 P다. 

팀이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각자의 방식으로 팀에 기여한다"이다. 모든 사람이 적극 나서지 않아도 괜찮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조용한 방식으로 팀을 살핀다. 팀워크는 서로 다른 방식의 기여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 다름이 오히려 우리 팀을 유연하고 넓게 만들어준다. 


우리만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법


내가 80년대 초반에 근무했던 현대그룹의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은 1972년 현대조선을 만들어 세계최대 조선소를 짓겠다고 발표하자 당시 임원들은 이를 극구 반대했었다. 그 계획에 대해 안 된다고 답변하는 임원들에게 해보기는 해봤냐고 오히려 반문했었다. 그 유명한 말이 바로 "이봐, 해봤어?"였다.  


“해봤어?”라는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다. 많은 경우 우리 경험은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경험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상상은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 경험과 상상 사이,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언제나 그 사이 어딘 가다. 

일을 잘 굴러가게 하는 법


말하지 않아도 오히려 더 강하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다. 이는 이 팀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12년차 편집기자가 팀의 성과를 최대 출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켜오는 원칙이다. 리더이자 팀장이 된다는 것은 내뱉은 말보다 삼키는 말이 더 많은 사람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더가 말하지 않는 것들 


1. 가져온 결과물을 바로 평가하지 않는다. 

2. 피드백은 모두에게 다르게 준다. 

3. 모든 정보를 다 주지 않되 중요한 이유는 설명한다. 

4. 때로는 감시보다 설계가 중요하다는 걸 안다. 


리더는 공정해 보이려 하지 않는다. 대신 정확하려고 한다. 직구를 잘 받아치는 사람에겐 직구를, 변화구에 익숙한 사람에겐 유연한 제안을 던진다. 어떤 사람에겐 “여기 부족해요”가 동기부여가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겐 “이건 참 잘했어요”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 리더들은 어느 순간 깨닫는다. 모두에게 똑같은 말을 하는 건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던진다. 그것이 ‘차별’이 아니라 ‘최적화’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회사 밖이 아니라 안에서 커가는 법


고통을 관람하지 않고 나눈다.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그 고통을 보고만 있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는 것. 그건 타인의 아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이다. 팀은 그런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확실히 단단해진다.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후배에게 편하게 의견을 구하고, 그 말에 귀 기울이는 선배. 자존심보다 일의 결과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그것 역시 리더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기준이리라. 그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성실하게 일하고, 아는 것을 후배와 나누고, 본인이 모르는 게 있으면 배워서 채운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행동으로 기준을 세워주는 축이 있으면, 어떠한 지시나 규율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법


“우리는 모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아쉬움을 품고 살죠. 그건 가보지 않았기에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죠.” 


프로스트의 명시 '가지않는 길'이 연상되는 그런 조언이다. 그렇다. 익숙한 길을 따라가지 않고 덜 알려진 길을 걸어온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그 길을 얼마나 멀리 이끌고 왔는지 되돌아보자. 자신이 개척한 길에 '의미'를 붙이기 시작하는 순간, 그 길은 더 이상 아쉬움이 아닌 자기만의 서사가 된다. 우리가 함께 일한 날을 돌아보면 결국 남은 건 실적표가 아니라 관계의 흔적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다음이 된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걸을 때 그 눈길을 앞서 간 누군가의 발자국이 있다면 뒤따라 걷는 이는 그냥 그 길을 따라 걷게 된다. 마찬가지다. 지금의 나, 팀, 그리고 팀의 방식이 누군가에게 기준이 될 수 있다면 이는 꽤나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누군가가 먼저 걸어간 덕분이다"라고 말할 수 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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