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
김종원 지음 / 청림Life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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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계에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어른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 (중략) 이 책을 필사하며 단지 문장을 베끼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그 문장이 내 삶의 태도가 되도록 마음에 새겨보자. 관계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손으로 쓴 문장들은 다시 나를 붙잡아 줄 것이다. 방향을 잃었을 때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고, 타인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는 조용히 위로해 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종원은 20년간 철학, 자기계발, 자녀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여 권의 책을 출간했고, 누적 120만 독자를 사로잡은 인문학 멘토를 지향하며, '당신이 당신의 눈 그리고 가슴과 머리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라는 인문학 편지를 매일 한 편씩 공유하고 있다. 


이미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노트>에 이어 저자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이 필사집에는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탄생하는 꽃이다'에서부터 '다정함은 지적인 섬세함과 이해에서 시작한다'까지 총 100일 간의 필사 여정을 담고 있다. 


참된 어른은 '관계를 넓히는 게 아니라 지혜롭게 좁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저자의 인간관계 정수 100문장을 모두 짧은 지면에 담을 수가 없으므로 이 중에서 특별히 나에게 감동을 준 대목을 소개함으로써 서평에 갈음하고자 한다. 자, 하루하루 성장하는 어른의 길 속으로 들어가 보자.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탄생하는 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학업을 마치고 취업하여 직장 생활을 통해 사회인으로서의 인간관계를 시작한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집중적으로 교육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직장과 사회에서 몸으로 부대끼고 상처받으며 직접 체험을 통해 하나둘 건강한 관계를 배워 나간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이 있다. 이는 너무 가까워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멀어서도 안된다는 교훈을 담은 글로, 대학 선배이면서 직장 선배이기도 한 상사로부터 한 수 가르침을 받았던 상사와의 인간관계였다. 호불호好不好를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내 행동이 안쓰러워 관련된 고사와 일화 등을 예로 들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과 함께 적당한 거리의 유지는 반드시 필요함을 일깨웠던 것이다.


(사진, 건강한 관계)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더 깊고 넓게 포용하다 보니 타인의 슬픔과 고통 같은 부정적인 감정까지 함께 떠안으려 한다. 상대방을 위한 이해심과 불편함조차 감내하려는 마음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간관계일까? '모든 것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라'는 글귀도 내 마음 속에 쏙 들어온다. 타인에게 내 인생을 소모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사진, 거절) 


(문問)곱씹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남기는 한 권의 고전처럼, 자꾸 만나고 싶은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나 역시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을 연습하고 배워야 하는가? 


(답答) 나이가 들면서 자꾸 만나고 싶은 사람은 확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현재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내 뿐이니 말이다. 사업 실패와 파산, 그리고 이혼을 거치면서 사람보다는 오히려 책과 더 가깝게 지내는 편이다.


눈에 띄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 

이 글에선 사실 난 크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평소 이혼한 아내가 한 말 중에서 '없다고 없음을 티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냥 무시하고 헛웃음으로 대신하며 살아왔다. 이런 생활이 연속되다 보니 정말로 나는 영락없는 빈자貧者로 전락해 있었다. 

예전엔 그래도 받아야 할 채권이 많으니 이중 일부라도 건진다면 다시 내 사업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라도 있었지만 도무지 성과가 없는 삶이 연속되다 보니 오히려 내가 채무자보다 더 초리한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즉 현재는 빈곤하다는 생각에 값싼 의식주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고급스러움은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사진, 고급스러운 취향)    


더 좋은 내가 되는 인간관계

인간관계도 알고리즘과 비슷하다. 내가 어떤 사람과 연을 맺는지에 따라 비슷한 결을 지닌 사람들과 자꾸 인연을 맺게 된다. 내가 읽는 책과 자주 사용하는 말,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신념과 철학이 나의 현재 수준을 완성하며, 내 인간관계의 한계를 결정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더 좋은 내가 되어야 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도움을 주려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시작한다. 세상은 우리가 건넨 진심만큼 다시 되돌려준다. 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삶에 빛이 된다면, 마치 부메랑처럼 그 빛은 언젠가 내 삶에도 닿아서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춰준다. 진짜 성장을 이루고 싶다면, 먼저 도움을 주려는 고운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 마음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다. 


(사진, 알고리즘) 

정중함은 나를 지키는 방식

고양시 덕은지구 대덕산 아래에 위치한 나의 원룸 임대아파트는 무척 덥다. 가난이 무슨 자랑거리가 아닐진대 내 방엔 에어컨이 없어서다. 일산동구 장항동에 살다가 이곳 국민임대아파트로 이사올 적엔 마치 천국에 입성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와 이혼한 뒤, 줄곧 난 고시원에서의 삶을 장기간 영위한 탓이다. 

그런데, 너무 더운 날은 도무지 실내에 있기가 정말 힘들어 종종 동네 편의점으로 피서가기도 한다. 뭘 살 거리도 없으면서도 매장 진열대를 기웃거리며 찬 기운을 느끼는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사실 이런 행동을 편의점 점주는 이미 눈치 채고 있지만, 노인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못본 척한다. 척할 뿐이다. 

한번은 아이스 음료를 정말로 구매하려고 편의점에 들렀다. 계산대에 두 명의 고객이 서 있다가 한 사람은 마을버스 출발 시간 때문에 구매를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계산대엔 '잠시 화장실에 다녀 오겠습니다'란 팻말을 올려 놓았다. 사실 동네 편의점의 내부 공간은 협소한 편이다. 이런 위치에 편의점이 들어온 것만도 사실 고마운 일이다. 약 2백 세대 입주민들의 호주머니 상태가 넉넉한 편이 아니기에 편의점 장사가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편의점 내부가 비좁은데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고객들의 입장은 연속됐다. 여전히 계산대는 가동되지 않아서 난 잠시 편의점 가게 밖 파라솔 좌석에 앉아 있다가 편의점 점주가 오는 걸 보고 재차 편의점 안으로 입장해 애초에 내가 서 있던 위치에 서려는데, 젊은 친구가 나에게 새치기를 지적했다. 

그래서 이를 해명했음에도 한번 줄에서 이탈했으면 제일 뒤에 줄을 서는 것이 순리라고 나를 교육시켰다. 이게 맞나 싶지만 난 급한게 없으니 대기줄 뒷자리로 순순히 갔다. 그러자 계산대 맨 앞에 서 있던 여성이 내가 두 번째가 맞다고 따지면서 시비가 붙었다. 이제 나이까지 들먹이며 다투다가 젊은 친구는 '나이가 무슨 벼슬이냐?'고 외치며 구매를 포기하고 나가 버렸다. 나이값을 해야 함을 새삼 느꼈다. 


(사진, 정중함)         

누군가 뒤에서 나를 헐뜯는 이유는 단순하다. 앞에서는 말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말에 휘둘리거나 굳이 해명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나에게는 나를 증명해야 할 이유도 그를 설득해야 할 의무도 없다. 사람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자리에만 머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자리가 나의 ‘뒤’라면, 나는 굳이 돌아볼 필요가 없다.

살다 보면 무례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는 적당한 예의로 대하는 것이 좋다. 그는 자신이 무례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말로 설명해 줘도 통하지 않는다.

#자기계발 #어른의관계를가꾸는100일필사노트 #김종원 #청림라이프 #희망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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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심리 처방전
김은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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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되면 그동안 살아온 길을 천천히 살펴보게 되고, 잘 살아왔는지 반추하게 된다. 발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이 경험을 통해서 자아통합감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아통합감을 경험하는 상태가 될 때야말로 '잘' 나이 들어가는 것이고, 이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간다고 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책의 저자 김은미는 중앙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한 후 건양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상담심리 전문가이자 범죄심리 전문가로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상담 교육 및 상담 훈련을 하고 있으며 다문화 환경의 적응과 관련한 논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다섯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나의 선택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다, 인생은 항상 또 다른 길이 열려 있다, 스스로 미해결 과제를 찾아서 채운다, 물은 흘러야 썩지 않는다, 나를 돌아보며 역사를 만든다는 것 등을 주제로 나이 오십은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나의 선택은 온전히 나를 위한 것


연구자들은 지출한 비용 대비 행복감의 정도를 살펴보았다. 사적 용도로 사용한 비용과 행복감의 관계는 무관했으나, 친사회적 용도로 비용을 지불할수록 더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흔히 우리는 자신을 위해 쓴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비용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부모의 의무와 기대는 가장 편안한 파트너십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일부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직업에 집중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살아간다.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 원활한 의사소통, 상호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트너가 결혼을 선택하는 이유에 따라 결혼의 유형이 달라진다. 본질적인 결혼은 사랑, 즐거움, 파트너 간의 깊은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결혼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반면에 실용적인 결혼은 안정적인 재정, 사회적 승인, 기타 혜택 등 실용적인 이유에서 이루어진다. 


내 선택은 최고의 선택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점심 메뉴를 뭘로 할지, 귀가 때 어떤 길로 갈지, 언제 은퇴할지, 이직을 할지 말지 등등 선택할 일들의 연속이다. 이때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들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래, 내가 선택한 길이 최선이었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우리가 나이 들어가면서 굳이 듣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더 귀를 닫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보라. 들리지 않은 것들이 들릴 수 있다. 혹시 아는가?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게 될지도. 

심리적 시간은 연령에 반비례한다


노화와 시간을 연구한 프랑스의 심리학자 폴 자네는 ‘자네의 법칙’을 제시했다. 이 법칙은 ‘심리적 시간은 연령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1세 아이가 체감하는 1년을 365일이라고 할 때 20세는 18.3일, 40세는 9.1일로 체감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50세의 1년이란 7.3일이고 80대에게 1년이란 4.6일에 불과하다.

평소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놓자


불안상황에서의 피험자들은 다른 피험자들과 같이 대기하겠다고 했다. 이후 이들은 실제로도 더 적극적으로 친밀해졌다. 즉 불안할수록 사람들과 친밀감, 유대감을 함께 느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관계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타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갈수록 고집이 세지지 않는지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 시기에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자기계발 #오십의심리처방전 #김은미 #오십의마음사용법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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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짜는 판 -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12년간의 기록
김봉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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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본질은 감정이었다. 그 감정을 지켜내는 방식이 곧 올바른 구조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이 구조를 만들다 무너뜨리고, 다시 설계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내가 지나온 그 반복의 전개를 차근히 펼쳐보려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봉제는 1세대 UCC 크리에이터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CJ ENM 디지털 마케터로 재직하며 한국 최초의 MCN인 DIA TV 설립 멤버로 참여했고, 그때부터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구조를 직접 실험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아이스크리에이티브 사업총괄 이사로서 재직 중이며 다시 한번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감각의 시대, 구조의 탄생, 재구성의 시대, 다음 구조라는 네 개의 큰 주제 하에 크리에이터의 옷을 입고 판을 짜다, 구조를 체험하는 감각, 사람 중심의 조직을 만들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는 계속된다 등의 이야기를 14개 장에 걸쳐 펼쳐낸다.


TF는 그냥 이름만 존재하는 일종의 사내 실험실 같았다. 정해진 업무는 없었다. 구성원은 단 네 명, 사원 2명, 대리 1명, 팀장 1명이었다. 직급은 있었지만 모두가 직접 기획하고 끊임없이 회의하고 토론했다. 규정이나 가이드가 없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기회였다.


"한국에서의 MCN, CJ가 시작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즈음, 우리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라는 구조가 태동하고 있었다. 풀스크린, 콜랩, 메이커스스튜디오스, 어썸니스TV 등. 현재의 한국 내 MCN을 모두 합쳐도 당시의 이들보다 규모가 작다.


(사진, 서울열차는 영화 '설국열차'의 패러디물)


2013년 7월 DIA TV의 전신 격인 '크리에이터 그룹'이 만들어졌을 당시, 참가한 사람들은 그냥 열심히 일했다. 목표도, 기준도, 공식도 없었다. 물론 직급은 있었지만 그룹 참여자 모두는 실무자였다. 그래서 매일 채널을 직접 뒤적이고, 구글에서 검색해가며 영입할 대상을 탐색했다. 통합 시트를 만들어 각자 조사한 내용들을 기록했다. 구독자수, 카테고리, 눈에 띄는 특이사항 등까지를.


초창기의 영입은 CJ  ENM의 바램이자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엠넷, tvN, 온스타일, 온게임넷 등)에 소속되는 크리에이터들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영입은 시작했는데, 정해진 전략은 약했다. 크리에이터 계약서도 매번 새로 만들었다. 당시 법무팀 담당자도 매우 어려워했을 정도로 우리는 새로운 표준을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는 담당자이기 이전에 평가를 받는 직장인들이었다. 상호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표면적인 성과와 평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신경쓰고 있었다.


(사진, 판의 조각들)


처음엔 진심이었고, 그 진심으로 구조를 세웠다고 믿었지만, 진심은 너무 쉽게 잊혀졌다. 그 시절, 많이 탄생했던 MCN이 같은 방식으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많이 이동했지만, 또한 다른 곳을 떠나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 이들도 많았다. 이렇게 서로에게 미사일을 날리는 상황이었지만 목표물에 적중하는 것도 아니었다.


DIA TV 5년 차 시절, 저자는 실무보다는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파트장이 되어 있었다. 대리 직급이었지만 초창기 멤버들이 대부분 떠난 상황에서 책임이 커졌고, 조직의 성장과 함께 콘텐츠 중심에서 점점 관리와 조율, 예산과 수익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었다. 초창기 멤버들은 모두 회사를 떠나 창업을 시작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만의 구조를 설계해 보고 판을 짰다.



(사진, 온웨이즈 로고와 의미)


마침내 2017년 8월 18일, 온웨이즈DNWAYS를 설립했다. 1인 기업 온웨이즈의 첫 가족은 진짜 가족이었다. 큰 제조업체의 해외 영업을 담당하던 여동생이 이직을 고민하던 중 콘텐츠 비즈니스를 배우겠다며 1인 기업에 합류했다. 1인실 소호사무실에서 2인실로 확장했다. 창업 후 한 달, 두 달 이어지며 수입이 전혀 없어서 불안감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이 대목에서 나의 과거 시절이 떠올랐다. IMF 사태가 국내 기업에 휘몰아칠 때 임원으로 재직하던 나 또한 침몰하는 회사에서 강제 해고된 후 내가 배워 알고 있는 경영과 회사 관리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창업을 했다.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컨설팅 의뢰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제대로 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는 큰 비용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비록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나같은 작은 회사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효자손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전업투자로 방향을 틀어 투자전문회사로 성장시켰다. 콘텐츠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크리에이터에서 창업자로 변신한 저자의 초기 불안감이 충분히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저자는 캄캄한 터널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비상 탈출 공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주 프로젝트는 지자체와 닿아있는 제조사의 마케팅이었다. 일을 의뢰한 고객사 대표는 "우리 제품을 SNS에 맞게 영상을 만들어주고 마케팅해 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미 회사 구성원 두 사람이 남매 사이임을 감지한 듯 '믿을 만하다'는 말까지 했다. 


이후 다행스럽게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함에 따라 여동생의 근로계약도 정상적으로 체결하고 소수 정예로 새로운 직원도 채용했다. 과거 DIA TV 시절 친하게 지냈던 크리에이터들이 온웨이즈에 합류하면서 회사의 모습이 제대로 갖추어졌다. 사람 중심의 조직은 단지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적용해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 크리에이터를 위한 회고록)


결국에는 '사람'이다


UCC 크리에이터로 시작했던 저자는 이후 기획자가 되었고, 매니저가 되었으며, 사업가로서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이 스타트업이 피인수되어 다시 실무자로 돌아와 새로운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이 판을 떠나지 않고 새로운 구조를 계속 짜서 사람을 지키고, 크리에이터의 감정을 존중하며, 브랜드와 팬 그리고 실무자 모두가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할 생각이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강조하는 이 책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저자의 회고이자 나름의 응답인 셈이다. 콘텐츠 비즈니스를 꿈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책추천 #경제경영 #신간도서 #다시짜는판 #김봉제 #UCC크리에이터출신 #MCN #콘텐츠비즈니스 #크리에이터 #하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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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 - 윤동주·백석·이상, 시대의 언어를 담은 산문필사집
윤동주.백석.이상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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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삶과 내면을 진솔하게 담아낸 수필은, 시인이 노래한 시詩를 만든 시인의 처음 생각을 드러냅니다. 그 문장에는 시인의 문체가 묻어 있고, 그 속엔 꾸밈없는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윤동주, 백석, 이상. 지금도 우리 곁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시를 남긴 사람들입니다. - '시작하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1부(조용한 고백의 시작/윤동주)에선 별똥 떨어진 데, 회원에 꽃이 핀다, 달을 쏘다, 종시終始 등 네 편의 산문이 소개되고 2부(풍경이 되고 사람으로 남다/백석)에선 편지, 입춘, 단풍, 소월과 조선생, 슬픔과 진실, 당나귀, 해빈수첩海濱手帖, 마포 등 여덟 편의 산문이, 3부(익숙한 고독, 익숙하지 않은 말들/이상)에선 산책의 가을, 행복, 혈서삼태血書三態, 권태 등 네 편의 산문이 소개된다.


윤동주의 글에서는 순하고 조용한 사유가 흐릅니다.

백석의 산문은 사람과 풍경, 계절과 기억을 품고 잇습니다.

이상의 수필은 실험적이고 모호한 시 너머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윤동주


윤동주의 문장은 조용하다. 소리를 낮추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기 안의 고백과 질문을 가만히 꺼낸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감정을 오래 바라본다. 그래서 짧은 문장 하나에도 부끄러움과 망설임이 함께 머문다. 거절할듯 말하면서도, 끝내 꺼내고 마는 마음이 있다. 윤동주와 수필은 자기 자신을 향한 고백이다. 이유 없는 슬픔과 선한 의지를 고요히 껴안은 문장들. 그 조용한 시작에서, 나를 꺼내는 말이 시작된다.


(사진,'달을 쏘다' 중에서)


백석


백석의 문장은 살아 있는 풍경 속에 있다. 계절의 기척, 사람의 숨결, 잊힞; 않는 마음이 소박한 말들로 남았다. 그는 슬픔을 말하지 않고도 슬프고, 사랑을 말하지 않고도 오래 남긴다. 말을 아끼는 문장, 꾸밈없는 기록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진하게 남는다. 백석의 수필은 삶에서 길어 올린 시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라 움직인다. 그 문장들이 풍경이 되고, 사람으로 남는다.


(사진, '편지' 중에서)


이상


이상은 불안한 말들을 적는다. 산문도 예외는 아니다. 문장은 삐걱거리고,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에는 타인의 언어가 아닌, 철저하게 '나'의 감각이 있다. 문장을 쓰다 보면 그 문장이 나를 밀어내기도 하고, 끝내 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이상의 산문은 완성된 생각이 아니라, 생각이 만들어지는 순간의 기록이다. 낯선 말들이 내면을 두드릴지도 모른다. 그때, 그 문장을 놓치지 않는다.


(사진, '행복' 중에서)


산문에서 시인을 발견하다


시인의 시보다 시인의 산문에서 더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문장 속에 담긴 말투와 고요한 호흡, 그 사람만의 삶의 물결이 문득 드러난다. 윤동주 시인의 고요한 슬픔, 백석의 따뜻한 체온, 이상의 낯설고도 치열한 사유 등 그들이 남긴 산문을 천천히 따라 쓰며, 우리는 시인의 얼굴을 발견한다.



#에세이 #시인의말시인의얼굴 #윤동주 #백석 #이상 #지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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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시대 - 치열하게 살았는데 왜 이토록 허무한가
조남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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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음이 헛헛하다고 느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성공에 대한 의미를 화두로 던집니다. 성공에 목마른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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