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노화 - 피로와 노화를 멈추는 염증 디톡스
박병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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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이 노화를 촉진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혈액이 탁할수록 노화 인자를 자극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유익한 도서입니다. 즉 염증이 혈액 속의 환경을 좌우하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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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사내변호사 생존전략 - 대체 불가능한 법무팀을 만드는 실무 가이드
권희성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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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변호사로서 약 10년간 기업 현장에서 실무를 하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내가 일하는 방식과 방향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전 세대의 법무 책임자들은 대부분 변호사가 귀하던 시절에 '관리자'로서 법무 업무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그 조직의 책임자 역할을 맡아갔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대와는 다른 흐름 속에 있었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권희성은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 진학해 바이오인포매틱스를 전공하던 중 연구보다는 '현실을 움직이는 힘'에 더 끌려 이과 전공에서 법학의 길로 방향을 틀어 로스쿨에 진학한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한국콜마, SK케미칼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10년 차 사내변호사다.    


총 6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파트1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내변호사가 마주한 현실과 새로운 생존전략의 필요한 이유를 제시하고, 파트 2에서는 AI의 전략적 활용 방안을 소개하며, 파트3에서는 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업무 구조 및 환경 재편 방법을 담았고, 파트4에선 실전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이어서 파트5/6에서는 앞으로의 커리어 전환에 있어 숙지해야 할 마인드셋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대체 불가한 나 자신'으로 바로 서는 법을 다루었다. 끝으로 부록에선 챗GPT를 처음 활용하는 변호사를 위한 ‘핵심 Q&A’, 실무에서 바로 활용해 볼 수 있는 ‘AI 프롬프트 템플릿’ 등을 수록했다.


1단계~변화의 현실 직시

2단계~법률 생태계를 흔드는 기술 이해

3단계~업무 구조의 재설계

4단계~실전에 필요한 기술 감각

5단계~커리어의 전략적 전환

6단계~나 자신의 방향 설계


AI 기술의 발전이 기업과 사회에 미칠 파장은 여전히 연구대상이다. 인간이 하는 일을 이제 AI가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하자, 점점 고도화되는 AI의 능력 때문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AI의 일로 대체되는 상황까지 발생, 심지어 번역가라는 직업은 이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변호사라고 이같은 위기에서 결코 안전할 수는 없다. 회사내 법무팀도 AI를 활용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나는 문과 출신이지만 경영학을 전공했기에 책의 내용을 경영학적으로 접근해 보았다. 사내변호사의 채용 또한 인사관리라는 경영학 분야이므로. 결과적으로 AI 시대를 맞은 사내변호사의 업무도 이원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법무 업무는 AI가 수행, 구조적인 설계는 사내변호사가 맡아야 할 듯하다. 이제, 책 속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사내변호사의 역할은 어디까지?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법무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은 사내변호사에게 단순히 법 검토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들을 하나둘 처리함에 따라 어느새 사내변호사의 업무는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업무가 들어오고, 사내변호사는 "이건 법무 일이 아닙니다"라고 답변할지, 아니면 "한번 검토하겠습니다"라고 할지. 이 선택들이 쌓여서 결국 AI 시대의 사내변호사 역할과 위상으로 결정된다.


AI가 바꾸는 법률 생태계


챗GPT의 등장과 함께 법률 생태계는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제 AI는 더 이상의 미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일상 속에서 법률 서비스를 변화시키고 있다. 예전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라는 주제 속에 은행원, 변호사 등이 포함된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설마라는 의심이 정말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법률가들의 반응이 미온적이란 점이 안타깝다.


알아야 할 핵심 기술 3가지


1. 생성형 AI

2. 검색 증강 생성

3. 자연어 처리(NLP)


(사진,기술의 한계)


도구가 아닌 구조를 설계한다


AI가 계약 초안 작성, 판례 검색, 정형화된 회신 등을 대신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다. 이는 AI 기술 자체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AI의 작동 구조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탓이다.


따라서 AI도입에 앞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업무 구조의 재설계가 요구된다. 이에 책은 업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단위로 분해하고, 요청과 결과물을 표준화하며,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4가지 설계 원칙을 제안한다.


원칙1~업무 단위 분해(최소 단위)

원칙2~입출력 정형화(요청과 결과물)

원칙3~기준점 명확화(판단의 일관성)

원칙4~흐름 구조화(요청부터 축적까지)


(사진, 4가지 설계 원칙)


사내변호사가 꼭 알아야 할 '기술 소양'


AI와 데이터 시대에  법률가가 익혀야 할 새로운 언어는 무엇이며, 개발자와 협업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용어는 무엇인지, 또 사내 기술 환경을 이해하는 관점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기술 기반 협업 프로젝트에서 사내변호사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API~서로 다른 시스템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창구

프론트엔드,백엔드~사용자가 보는 것과 뒤에서 처리되는 것

클라우드 환경~최근 대부분의 시스템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


(사진, AI 생태계 역학 관계) 


AI시대, 사내변호사의 정체성 찾기


"이제는 일 잘하는 사람을 넘어, 

일의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AI와 자동화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기 시작하는 지금, '나는 계속 같은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란 질문이 생긴다. 기술이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증가할수록,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실행력이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이다. 이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AI를 도입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고,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이후에 남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나아가 그 사람은 더 이상 단순히 일을 잘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조직 안에서 자리 잡을지를 고민하는 전략가여야 한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의 조건 


반복적인 작업을 덜어내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판단의 영역에 걸맞는 전략이 필요한 법이다. 그 전략의 핵심에는 '나는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싶은 사람인가?'란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만의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의 새로운 협업 방식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기술은 도구, 방향은 내가 정한다


(사진,사내변호사 원칙) 


내 역할은 무엇인가?


앞으로 마주할 변화는 지금보다 더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들은 또다시 적응해야 할 것이고, 이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바로 '내 역할은 무엇인가?'이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할지라도 기술은 단지 기술일 뿐, 이 기술을 다루는 우리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우자.


#경제경영 #AI시대의사내변호사생존전략 #사내변호사 #법무팀 #커리어전략 #권희성 #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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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느린 작별
정추위 지음, 오하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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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돌보는 일이 날로 어려워지리라는 사실 정도는 일찍이 예상했지만, 몸은 그대로인 채 마음이 점점 사라지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만큼은 정말이지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는 그를 볼 수 있었지만, 예전처럼 열렬히 반겨주는 눈빛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가 습관적으로 말을 걸고 수다를 떨어도 그는 좀처럼 내 말을 귀담아듣거나 대꾸하지 않았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정추위(1950년생)는 대만의 세계적인 언어학자다. 국립 타이완 사범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대만의 가장 권위 있는 국립연구소인 중앙연구원에 들어가 평생 언어 연구에 종사했다. 정년을 2년 앞둔 시점에 40여 년간 동고동락했던 남편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우리의 긴 작별이 시작되었다, 하루를 버티는 법, 안녕 오랜만이야 등의 에세이 글을 담고 있다. 남편을 하루하루 잃어가는 사랑과 슬픔, 매일 덮쳐오는 불안과 무기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생의 의지가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긴 작별이 시작되었다


남편 푸보는 수학 교수였을 만큼 논리적이었고 외동딸과 아내의 다정한 대화 상대이자 반려자였지만 날이 갈수록 언어와 기억을 잃자 저자는 서둘러 은퇴하여 집에서 남편을 돌보는 24시간 대기조이자 전천후 보호자로서의 삶을 이어간다. 남편은 있으나 동반자가 없는 시간을 겪어내는 가운데 저자 본인도 서서히 심신이 병들어간다.    


푸보의 기억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너질 일만 남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떠올리기만 해도 여전히 눈물이 날 지경이다. 도대체 그의 마음속에는 이제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의 인생 마지막까지 이 잔인한 병 앞에 함께 서 있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자신이 무기력함을 느낄 뿐이다.

매일 밤 주방을 점령하던 푸보가 새로운 목표물을 발견했다. 화장실이다. 그곳에서 가장 집착한 물건은 휴지였다. 한동안 휴지에 대해 편집증 증세를 보였다. 외출 전 반드시 휴지를 충분히 챙겼는지 확인했다. 이는 외투와 바지 등 모든 호주머니에 휴지를 충분히 쑤셔넣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외출시 들고 나가는 크로스백 안에도 휴지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이 습관은 계속되어 그 범위가 날로 커져 갔다. 식당의 냅킨, 화장실의 휴지 등은 모두 남편의 상하의 주머니와 크로스백을 가득 채웠다.


휴지 사태에 이어 화장실의 물건들을 온통 어질렀다. 칫솔, 양치 컵, 비느, 수건, 핸드 타월 등이 제자리에 있는 법이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스킨, 로션, 선크림 등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항상 있었던 저자의 사적 물건들이 제자리를 잃고 말았던 것이다. 이같은 침범에 대해 저자는 거울 앞에서 이렇게 되뇌기만 했다.   


“심호흡하자, 심호흡. 절대로 흥분하면 안 돼. 그이는 환자잖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일부러 그럴 수도 없는 상태야. 침착해야 해. 침착해.”


하루를 버티는 법 


집에서 난강 기차역까지는 고작 수백 미터 거리로 걸어서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약속 때문에 함께 외출하려면 이보다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미리 준비해야 했다. 예전엔 '여행' 소리만 들어도 아무리 피곤해도 잠자리에서 금방 일어나지만 지금은 억지로 깨우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씻기', '옷입기' 등도 여간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식사 때도 기차 안에서 마시면 되는 커피를 계속 고집한다. 여행은 아직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이미 저자의 몸은 땀으로 범벅인 상태다.


푸보는 퇴직 후 꽃을 가꾸고, 독서를 하고, 등산과 산책을 즐기며 매우 여유로운 날들을 보냈다. 저자도 부모님이 모두 타계하시고 외동딸마저 독립시키고 나니 남편 푸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대화를 나눈 후 1시간 정도 드라마를 시청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병세가 심해진 푸보는 모든 일에 흥미를 잃어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종일 집 안에 앉아 멍하니 창밖만 응시했다. 이에 율동, 나무 심기, 퍼즐, 종이접기, 색칠 공부, 만두 빚기 등과 같이 머리와 손을 함께 사용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2022년 10월 17일, 남편과 마지막으로 집에서 함께 보내는 날이었다. 요양기관에 입소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일까? 우리의 고통이 시작된 때가. 남편 푸보는 이해할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협조할 수 없어서 고통스럽고, 아내인 저자는 그런 그를 보는 게 가슴 아프고 막막해서 고통스러웠다. 


밤새 극도의 흥분 상태였던 푸보는 속이 불편했는지 몇 번이고 용변을 보았고, 그때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오후에 전쟁처럼 치른 목욕은 이미 소용없어진 지 오래였다. 우리는 또다시 그의 하의를 가위로 잘랐고, 그는 선 채로 몇 번째인지도 모를 용변을 보았다. 


예전부터 이런 일이 생길 때면 남편의 다리에 묻거나 밟아서 청소하기 힘들어질까 봐 용변을 최대한 손으로 받아내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저자가 미처 손을 뻗기도 전에 이런 일을 겪어본 적도 없던 외동딸이 먼저 아무 망설임 없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받아내는 것이었다. 그 순간 울음이 터졌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와중에도 아빠를 향한 딸의 사랑이 보였다. 나는 이 장면에서 한참이나 울었다.

안녕, 오랫만이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저자는 요양시설로 남편 면회를 갔다. 조명 빛을 마주 보고 서 있던 탓에 푸보가 바로 앞까지 온 후에야 그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반면 그는 내 얼굴을 일찍이 보고 있었을 텐데도 나를 향해 그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주 작은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오랜만이야.” 그 순간 눈치챘다. 그는 내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으며 그저 오랜만에 만난 친구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 나를 모른다. 내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자신의 원래 집은 어디였는지도. 그런 그의 마음속에 이제 무엇이 남아 있을까? 우리의 딸은 기억하고 있을까? 아직도 그리워하는 무언가가 있을까?(161~2쪽)

포근한 햇살 아래에 있던 푸보가 천천히 한쪽 손을 뻗어 외동딸 란란의 외투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치매 아빠가 마침내 딸을 알아봤다는 둥 호들갑 떨 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치매는 돌이킬 수 없는 병이라는 걸. 이제는 그가 잘 먹고 잘 자고 몸 아픈 데 없이 평온하게 살아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에세이 #아주느린작별 #정추위 #치매남편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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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민수 경제사 특강 2 - 무박 3일 밤새워 읽는 최고민수 경제사 특강 2
최고민수(박민수) 지음 / 경이로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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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민수 경제사 특강'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적 순서대로 정리를 하다 보니 중상주의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봤다. 제1권은 고대 문명 탄생부터 출발해 고대 그리스, 로마 그리고 중세시대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제2권은 중상주의로부터 대두된 경제와 산업 발전을 중심으로 다룬다. 주요 경제학자들의 경제이론과 경제학 원론에서 언급되는 주요 경제 이슈를 역사적 진실과 함께 엮어 설명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최고민수(박민수)는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 출연해 민수 밈을 일으키며 MZ세대에게 최고민수란 애칭으로 친근하게 다가섰다. '오히려 좋아 고맙다'란 밈의 창시자로 이후 '빠니보틀', '캡틴따거', '조나단' 등 여러 유튜브에 출연해 예능감을 뽐내기도 했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경제사 특강' 영상은 145만 뷰를 넘어섰다. 사실 그는 여의도 증권유관기관 27년 차 직장인이자 주식 투자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책은 45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세계사를 뒤흔든 중요 역사적 사건 중 경제학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이다. 방대한 역사적 내용을 핵심만 요약하고 압축해서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경제학 내용들을 쉽고 편하게 저자만의 수다와 만담 방식으로 풀어냈다.


절대 국가 왕의 힘, 중상주의


중세 봉건사회는 종교가 최우선이었다. 스콜라 철학에 기반해, 가톨릭적 신앙에 맞는 걍제체제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9~16세기의 스콜라 철학은 기톨릭 신학 중심 철학 사상으로 물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중세 봉건 경제는 지주들이 잉여농산물 을 물물교환하는 정도였다. 경제체제라고 하기엔 매우 빈약한 수준이었다.


마침내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신선한 깨달음에 도달하게 되었다. 즉 향신료, 비단, 도자기 등의 사치품과 금이 밀려들며 '부자가 좋구나!'를 절감하게 되었다. 이에 사치품을 거래하기 위한 상업의 발달과 함께 부의 축적과 자본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되자 상비군을 보유한 절대왕권이 강화되면서 15~18세기 중상주의가 싹트게 되었다. 


중상주의(무거울 중重, 헤어릴 상商)는 한 나라의 부富는 그 나라가 보유한 화폐(금은)에 의해 좌우된다. 대내적으로는 상공업을 중요시하고,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 식민지주의 등을 통해 국가의 부를 증대하려 한다. 즉, 중상주의는 상업 발전을 중시하자는 논리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근대 경제학의 출발은 애덤 스미스에서부터다. 경제학을 학문적 반열에 올린 선구자이기에 그러하다. 원래 그는 대학에서 '도덕감정론'를 강의하던 사회철학자였지만 자신의 대표작인 <국부론>을 저술하며, 최초로 당시의 중상주의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왕이 잘 살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 간섭을 하고 독점기업만 몰아주면 발전이 어렵다고 했다.  


(사진, 간섭하지 마라)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은 노동가치설에 기반한다. 노동가치설은 상품의 가치는 노동시간(노동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는 학설이다. 상품의 실체는 노동의 결과물이다. 상품 가치는 생산에 드는 노동시간에 비례한다. 10시간 들인 상품 A보다 20시간 들인 상품 B가 더 가치 있다. 노동시간=상품 가치다. 중상주의가 중시한 중금주의를 배격한다. 화폐는 그저 교환수단일 뿐이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로 간 까닭


이탈리아 반도 앞에 있는 프랑스 영토 코르시카 섬 출신인 나폴레옹은 군사학교를 거쳐 포병장교가 되었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혼란기를 거치며 그는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루이 16세 왕을 처형한 시민혁명은 주변 왕정국가(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등)들에게 불안감을 안겼다. 자국에도 혁명이 번질까 우려가 되었던 것이다. 이에 주변국은 프랑스에 침략전쟁을 일으켰다. 이때 이 전쟁들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 바로 나폴레옹이었다. 이후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황제 대관식을 갖는다. 


프랑스는 대혁명 혼란기를 거치며 세습 절대왕정이 붕괴된 후 알거지가 되었다. 그런데, 주변국의 침범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전쟁 배상금을 받아 나라 곳간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시 프랑스인들은 나폴레옹에 열광했다. 이를테면 '전쟁=부자'라는 공식이 만들어지면서 나폴레옹은 전쟁을 가성비 높은 비즈니스로 만든 셈이다.


나폴레옹의 결단


아메리카 루이지애나 땅을 매각 

징병제 도입 

맨몸으로 전쟁 참전(현지 식량 조달)


(사진, 현지 식량 조달)


그런데, 나폴레옹은 영국 해군에 두번이나 무릎을 꿇어서 복수를 벼르다가 꼼수를 부렸다. 섬나라인 영국은 유럽 대륙 국가들과의 무역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 나폴레옹이 이같은 교역을 금지하는 '대륙 봉쇄령'을 발표했다. 그러자 영국도 해상 역봉쇄령으로 맞불을 놓았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질 좋은 공산품을 판매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답답한 쪽은 유럽 대륙 국가들이었다. 


가난한 러시아는 영국에 목재와 곡물 등을 팔아야 살수 있었기에 프랑스 황제 말을 듣지 않고 영국과 교역을 재개했다. 분노한 나폴레옹은 러시아를 공격하기로 결정, 조랑말을 타고 알프스를 넘어갔다. 계절을 잘못 골랐다. 알프스를 넘는데 지체되고, 러시아의 겨울은 혹독했다. 러시아군은 전투를 기피하며 후퇴를 거듭했는데, 청야전술을 구사하며 주위를 모두 불태웠다. 결국 프랑스군은 추위와 배고픔으로 주력을 거의 잃고 철수하기 바빴다. 겨우 목숨을 구한 나폴레옹도 권좌를 잃고 만다.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1차 대전(1914년 7월~1918년 11월)이 끝나고 전승국 대표들이 파리에 모였다. 전쟁을 일으킨 패전국 독일에 군사력 축소와 함께 엄청난 규모의 전쟁 배상금을 내도록 결정했다. 1년 간 지속됐던 파리 강화회의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 등이 회의를 주도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체결한 조약으로 인해 독일은 영토의 15%를 잃었다. 독일은 징병제도가 폐지되고 육군 10만 명과 해군 1만 5천 명만 보유해야 했다. 


독일 한해 세입은 60~70억 마르크였는데, 승전국에 대한 배상금은 1,320억 마르크였다. 22년 치 독일 세입에 해당했다. 승전국은 이 돈을 장기 분할 상환하라고 결정했다. 독일은 너무 가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당시 영국 재무성 대표로 참여한 경제학자 케인스(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독일 경제를 파탄 낼 거라며 경고했다. 엄청난 배상금을 물리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베르사유 조약 수정을 요구했으나 영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케인스의 예언대로 독일 경제는 파탄 난다. ‘배상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던 독일 정부는 화폐를 마구 발행했다. 그 결과 물가는 엄청나게 올랐고 대규모 실업 사태와 극심한 불황에 빠졌다.’  경제적 공황은 히틀러 나치당의 1당독재를 낳았다. 결국 나치 독일은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2차 대전을 일으키게 되었다. 히틀러는 1차 대전에서 빼앗지 못한 프랑스 파리를 점령했다.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사람들의 부를 빼앗는다. 전쟁 배상금 때문에 독일은 마르크화를 엄청나게 발행했다. 늘어난 만큼 환율은 급격히 무너졌다. 전쟁 전 1달러당 4.2마르크였던 환율이 1923년엔 1달러당 120억 마르크가 되었다. 마르크화의 가치하락은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부채질했다. 


(사진, 마르크화 무한 발행) 


관세법이 악화시킨 대공황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리트 스무트와 윌리스 홀리에 의해 추진되었다. 본래 이 법은 글로벌 과잉생산으로 농산물 가격 하락에 힘들어하던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후버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농산물 관세'를 인상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2만여 개가 넘는 공산품까지  확대되었다. 평균 관세율이 이전 40%에서 59.1%로 상승했다. 최고 400% 관세를 물리기도 했다. 


(사진, 대공황 당시 뱅크런)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 감소는 결국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악화로 이어졌다. 대공황의 원인으로 과잉생산, 실업자 문제 등을 꼽지만,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영향도 컸다. 보복관세 등으로 생산한 물건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고 기업 파산, 노동자 해고로 이어졌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동반해 대공황으로 글로벌 경제가 망가졌다. 미국의 실업률은 1929년 3%에서 1933년 25%까지 늘었다. 전 세계 무역량은 1929년부터 1933년까지 1/3로 줄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모기지론은 장기(15~30년) 주택담보대출이다. 모기지론은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구분된다. 신용이 좋으면 프라임, 신용이 낮으면 서브프라임이 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신용도가 낮거나 금융 거애 기록이 없는 개인 대상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다. 신용도가 낮은 이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미국은 닷컴 붕괴 이흐 후퇴하는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저금리와 화폐 공급 확대 정책을 펼쳤다. 기준금리가 낮아지고 유동성이 흘러넘쳤기에 금융기관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눈독을 들였다.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자 까다로운 대출조건을 서로 경쟁적으로 완화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위험성이 덩달아 커진 것이다. 한편, 저신용자 모기지론 대출은 2002년 말 6%에서 2006년 21%까지 급속히 증가했다. 이중 90%는 변동금리 대출이었다.


미국 정부도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활성화를 유도했다. 패니메이, 프레디맥 같은 모기지 전문 대출회사에 모기지(저당권)를 구입하도록 했다. 일반인들에게는 대출하지 않지만 은행 등 대출기관의 모기지를 매입함으로써 금융권이 주택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도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인기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정부는 주택경기 과열을 막고자 2004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17차례나 올렸다. 그 결과 기준금리가 1%에서 5.25%까지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모기지론 대출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자들은 대출이자를 내지 못함에 따라 2007년엔 연체율이 20%까지 상승했다.


리먼 브라더스는 증권계 투자은행이었다.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미국 4대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가 화근이 된다. 부동산 담보증권 영업을 유행시킨 리먼은 2000년대  들어서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부채담보부증권 등 파생상품을 만들어 레버리지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미국 부동산이 침체되자 발목이 잡혔다. 파산 10개월 전 주당 67달러였던 주가는 1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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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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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
김종원 지음 / 청림Life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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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계에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어른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 (중략) 이 책을 필사하며 단지 문장을 베끼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그 문장이 내 삶의 태도가 되도록 마음에 새겨보자. 관계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손으로 쓴 문장들은 다시 나를 붙잡아 줄 것이다. 방향을 잃었을 때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고, 타인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는 조용히 위로해 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종원은 20년간 철학, 자기계발, 자녀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여 권의 책을 출간했고, 누적 120만 독자를 사로잡은 인문학 멘토를 지향하며, '당신이 당신의 눈 그리고 가슴과 머리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라는 인문학 편지를 매일 한 편씩 공유하고 있다. 


이미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노트>에 이어 저자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이 필사집에는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탄생하는 꽃이다'에서부터 '다정함은 지적인 섬세함과 이해에서 시작한다'까지 총 100일 간의 필사 여정을 담고 있다. 


참된 어른은 '관계를 넓히는 게 아니라 지혜롭게 좁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저자의 인간관계 정수 100문장을 모두 짧은 지면에 담을 수가 없으므로 이 중에서 특별히 나에게 감동을 준 대목을 소개함으로써 서평에 갈음하고자 한다. 자, 하루하루 성장하는 어른의 길 속으로 들어가 보자.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탄생하는 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학업을 마치고 취업하여 직장 생활을 통해 사회인으로서의 인간관계를 시작한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집중적으로 교육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직장과 사회에서 몸으로 부대끼고 상처받으며 직접 체험을 통해 하나둘 건강한 관계를 배워 나간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이 있다. 이는 너무 가까워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멀어서도 안된다는 교훈을 담은 글로, 대학 선배이면서 직장 선배이기도 한 상사로부터 한 수 가르침을 받았던 상사와의 인간관계였다. 호불호好不好를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내 행동이 안쓰러워 관련된 고사와 일화 등을 예로 들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과 함께 적당한 거리의 유지는 반드시 필요함을 일깨웠던 것이다.


(사진, 건강한 관계)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더 깊고 넓게 포용하다 보니 타인의 슬픔과 고통 같은 부정적인 감정까지 함께 떠안으려 한다. 상대방을 위한 이해심과 불편함조차 감내하려는 마음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간관계일까? '모든 것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라'는 글귀도 내 마음 속에 쏙 들어온다. 타인에게 내 인생을 소모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사진, 거절) 


(문問)곱씹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남기는 한 권의 고전처럼, 자꾸 만나고 싶은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나 역시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을 연습하고 배워야 하는가? 


(답答) 나이가 들면서 자꾸 만나고 싶은 사람은 확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현재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내 뿐이니 말이다. 사업 실패와 파산, 그리고 이혼을 거치면서 사람보다는 오히려 책과 더 가깝게 지내는 편이다.


눈에 띄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 

이 글에선 사실 난 크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평소 이혼한 아내가 한 말 중에서 '없다고 없음을 티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냥 무시하고 헛웃음으로 대신하며 살아왔다. 이런 생활이 연속되다 보니 정말로 나는 영락없는 빈자貧者로 전락해 있었다. 

예전엔 그래도 받아야 할 채권이 많으니 이중 일부라도 건진다면 다시 내 사업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라도 있었지만 도무지 성과가 없는 삶이 연속되다 보니 오히려 내가 채무자보다 더 초리한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즉 현재는 빈곤하다는 생각에 값싼 의식주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고급스러움은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사진, 고급스러운 취향)    


더 좋은 내가 되는 인간관계

인간관계도 알고리즘과 비슷하다. 내가 어떤 사람과 연을 맺는지에 따라 비슷한 결을 지닌 사람들과 자꾸 인연을 맺게 된다. 내가 읽는 책과 자주 사용하는 말,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신념과 철학이 나의 현재 수준을 완성하며, 내 인간관계의 한계를 결정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더 좋은 내가 되어야 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도움을 주려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시작한다. 세상은 우리가 건넨 진심만큼 다시 되돌려준다. 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삶에 빛이 된다면, 마치 부메랑처럼 그 빛은 언젠가 내 삶에도 닿아서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춰준다. 진짜 성장을 이루고 싶다면, 먼저 도움을 주려는 고운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 마음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다. 


(사진, 알고리즘) 

정중함은 나를 지키는 방식

고양시 덕은지구 대덕산 아래에 위치한 나의 원룸 임대아파트는 무척 덥다. 가난이 무슨 자랑거리가 아닐진대 내 방엔 에어컨이 없어서다. 일산동구 장항동에 살다가 이곳 국민임대아파트로 이사올 적엔 마치 천국에 입성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와 이혼한 뒤, 줄곧 난 고시원에서의 삶을 장기간 영위한 탓이다. 

그런데, 너무 더운 날은 도무지 실내에 있기가 정말 힘들어 종종 동네 편의점으로 피서가기도 한다. 뭘 살 거리도 없으면서도 매장 진열대를 기웃거리며 찬 기운을 느끼는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사실 이런 행동을 편의점 점주는 이미 눈치 채고 있지만, 노인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못본 척한다. 척할 뿐이다. 

한번은 아이스 음료를 정말로 구매하려고 편의점에 들렀다. 계산대에 두 명의 고객이 서 있다가 한 사람은 마을버스 출발 시간 때문에 구매를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계산대엔 '잠시 화장실에 다녀 오겠습니다'란 팻말을 올려 놓았다. 사실 동네 편의점의 내부 공간은 협소한 편이다. 이런 위치에 편의점이 들어온 것만도 사실 고마운 일이다. 약 2백 세대 입주민들의 호주머니 상태가 넉넉한 편이 아니기에 편의점 장사가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편의점 내부가 비좁은데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고객들의 입장은 연속됐다. 여전히 계산대는 가동되지 않아서 난 잠시 편의점 가게 밖 파라솔 좌석에 앉아 있다가 편의점 점주가 오는 걸 보고 재차 편의점 안으로 입장해 애초에 내가 서 있던 위치에 서려는데, 젊은 친구가 나에게 새치기를 지적했다. 

그래서 이를 해명했음에도 한번 줄에서 이탈했으면 제일 뒤에 줄을 서는 것이 순리라고 나를 교육시켰다. 이게 맞나 싶지만 난 급한게 없으니 대기줄 뒷자리로 순순히 갔다. 그러자 계산대 맨 앞에 서 있던 여성이 내가 두 번째가 맞다고 따지면서 시비가 붙었다. 이제 나이까지 들먹이며 다투다가 젊은 친구는 '나이가 무슨 벼슬이냐?'고 외치며 구매를 포기하고 나가 버렸다. 나이값을 해야 함을 새삼 느꼈다. 


(사진, 정중함)         

누군가 뒤에서 나를 헐뜯는 이유는 단순하다. 앞에서는 말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말에 휘둘리거나 굳이 해명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나에게는 나를 증명해야 할 이유도 그를 설득해야 할 의무도 없다. 사람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자리에만 머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자리가 나의 ‘뒤’라면, 나는 굳이 돌아볼 필요가 없다.

살다 보면 무례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는 적당한 예의로 대하는 것이 좋다. 그는 자신이 무례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말로 설명해 줘도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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